‘씽크홀’이 아니라 ‘지반함몰’이 맞는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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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씽크홀’이 아니라 ‘지반함몰’이 맞는 표현
  • 충청리뷰
  • 승인 2019.12.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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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정 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원 정 훈 충북대 안전공학과 교수

 

주말 뉴스에서 서울 여의도 한 공사장 인근 도로에서 발생한 지반함몰 현상으로 작업자 1명이 사망했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다. 작업자가 근무하는 공사현장 주변에서 상수도관 파열로 지반함몰 현상이 발생했으며, 지반함몰로 작업자가 땅속으로 추락하여 매몰되어 구조되었으나 결국은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도심지에서 발생하는 지반함몰은 2014년 서울 송파구 잠실일대에서 발생한 도로 붕괴현상으로 이슈화되었으며, 일반인들에게 씽크홀(sinkhole)로 잘 알려져 있다. 사실 씽크홀이란 단어는 잘못된 것으로, 국내에서는 잘 발생되지 않는 현상이다. 씽크홀은 석회암 지대에서 지질학적인 원인으로 발생되는 현상으로, 물에 녹은 석회암지대에 공동이 형성되면 상부에 있던 흙이 빠져나가 상부 지반에 대형 공동이 생기는 것이다. 즉 지질학적인 지반함몰이 씽크홀이다. 뉴스에서 접하는 도심지 지반의 공동현상은 씽크홀이 아니라 지반 내 누수 등의 원인으로 발생되는 지반함몰이 정확한 표현이다.

국내 도심지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반함몰의 주요 원인은 노후화로 인한 하수관 손상으로 알려져 있다. 대부분의 도심지는 포장이 되어 있어 빗물이 하수구로 흘러 들어가 하수관을 통해 흐르게 된다.

하수관에 손상이 발생하면 손상된 부분을 통해 물이 배출되고 배출된 물은 주변의 흙과 함께 유출되어 지하공동이 형성된다. 지하공동이 점차 확대되면 지반함몰로 발생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다. 또한, 노후 하수관 손상과 함께 상수관의 손상과 도심지의 지하수위 저하도 지반함몰의 한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서울, 인천 등에서 자주 발생하고 있는 지반함몰의 주요 원인은 노후 하수관의 문제에 기인한다고 알려져 있다. 서울시의 경우 지반함몰 발생건수가 연 평균 20% 이상 증가한다고 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지반함몰의 문제는 과거부터 꾸준히 발생해 왔으며, 지반함몰의 심각성이 최근에야 이슈화 된 것이라고 한다. 특히, 지반함몰의 발생원인 중 80% 이상이 노후 상·하수관의 손상 문제이며, 노후 상·하수관의 손상으로 인한 지반함몰의 문제는 대형 재난으로 발전될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해야 된다.

청주는 지난 10월 KTX 오송역 인근 지하차도에서 깊이 1.5m의 지반함몰이 발생했다. 다행히 인명피해나 사고는 없었지만, 주변 일대를 자주 가는 운전자들의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2015년에는 가경동 시외버스터미널 인근 인도에서 발생한 지반함몰로 여고생이 빠져 다치는 사고도 있었다.

지반함몰의 또 다른 원인은 건설 현장의 굴착공사로 알려져 있다. 굴착 공사 주변에서 지반침하가 유독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부실 설계와 시공에서 기인한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최근 도심지 굴착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지하안전법)이 시행되고 있어 굴착공사로 인한 사고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지하안전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굴착공사에 적용되므로 굴착공사에 대한 예방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도심지의 지반함몰 주요 원인인 노후 상·하수관과 부실 굴착공사를 해결하기 위해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청주시 상·하수관의 노후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노후 상·하수관의 누수 가능성과 지반함몰 가능성이 점차적으로 증가되고 있다.

노후화 진행 정도를 파악하고, 대책을 중장기적으로 수립하는 것은 시민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지자체의 의무이다. 인명피해가 발생하는 지반함몰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사전에 충분한 대책을 수립하여야 하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지자체의 대책이 무엇인지 얼핏 잘 떠오르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건설공사의 인·허가 권한을 갖고 있는 지자체에서 부실 굴착공사를 예방하는 노력을 기울여 지반함몰의 위험성을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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