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정신병원(이사장 오만식)이 법정 의사 정원이 충족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들을 마구 수용해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와 의료 사고 등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75년부터 20여 년간 정신요양소로 운영되다 98년 4월 보건복지부가 창민의료재단 제천정신병원을 인가해 의료기관으로 전환된 이 병원은 현재 590개 병상을 갖춘 대규모 시설에 약 430명의 환자들이 입원해 요양 치료를 받고 있다.
이 병원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6명으로 의사 한 명 당 환자수가 약 72명에 이르고 있으나, 이는 관계법령이 정하고 있는 환자 정원을 초과한 불법 운영에 해당돼 요양 치료의 적정성과 효율성에 의문을 낳고 있다.
▲ 제천정신병원이 법정 정원보다 전문의가 2명 부족한 상태에서 병원을 운영하고있는 것으로 확인돼 물의를 빚고 있다. | ||
병원 사무 관계자는 “입원 환자의 수요에 맞게 전문의를 채용하기 위해 의학지 등에 지속적으로 광고를 게재 하고 있지만, 구직 희망자가 나타나지 않아 불가피하게 의사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며 “병원 측이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면 문제이지만, 광고 등의 방법을 통해 지속적으로 의사 충원을 위해 노력했다면 법적으로 하자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보건당국의 입장은 병원 측 설명과는 다르게 매우 단호하다. 충청북도 의료행정 관계자는 “정신병원은 평균 환자수가 1일 기준으로 430명에 이를 경우 정신과 전문의 8명이 병원에서 근무해야 한다”며 “현장 확인을 거쳐 의료진 수가 관계법령에서 정한 것보다 부족한 것으로 확인될 경우 곧바로 경고 조치를 하고, 그 후에도 개선되지 않을 경우 업무정지 등 단계적 대응에 나선다”고 말했다.
정신병원의 경우, 정신질환자들이 향정신성 의약품 같은 민감한 처방의 약들을 복용해야 하고, 질환의 호전과 악화 상태가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전문의의 세심한 관찰이 요구되는 의료시설이다. 특히, 알코올 환자와 정신분열증 환자 등은 더욱 정밀한 의료 행위를 요하기 때문에 적정수의 의료진을 확보하지 않을 경우 의료 사고 등의 위험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 병원은 지난 2001년 2월, 쌓인 눈을 치우던 알코올 환자가 감독자도 없이 창고로 들어가 제초제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사건이 벌어져 관리 소홀에 따른 부작용이 노출되기도 했다.
한편, 제천정신병원은 지난 2002년 보호자들의 2교대 근무와 간호사들의 근로 시간 초과 등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노동조합을 조직했으나, 회사 측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해 사실상 노조가 와해되는 등 과거에도 인력 충원 등과 관련해 크고 작은 사건이 잇따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