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처럼 살아간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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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일처럼 살아간다면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3.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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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진 관음사 주지
   
우리가 살아가면서 정말 가슴이 쿵쾅거리고 숨이 멎어버릴 것 같은 사람을 만나기란 그리 쉽지 않다. 만약 그런 인연이 나타난다면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철저히 사랑해야 할 것이다.

사랑은 스스로 증명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랑에는 떨림이 있고 그리움이 실재한다. 뜨락에 내리는 햇살을 보아도 가슴이 시리고, 뒷곁으로 지나는 바람소리에도 그 사람이 보고 싶고 애달프다.

어찌 보면 사랑은 스물 네 시간 지독하게 그 일에 몰입하고 그 사람의 존재를 확인하는 가슴의 공명(共鳴)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구나 사랑하는 일을 통해 그리움의 배경은 노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사랑은 사소한 일조차도 간절한 일상으로 만드는 어떤 힘이 있다.

이러한 자세는 사랑하는 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다. 살아가는 일 역시 마차가지. 어떤 일이든 우리가 사랑하듯 열정적으로 온 몸을 던져 집중한다면 삶 자체가 그렇게 힘들거나 실망스럽지 않을 것이다.

어느 날 물기 없는 나무마냥 삶이 시들시들해지고 그 무게에 지칠 때 사랑하는 이를 떠올린다면 어느 정도 위안이 되리라 믿는다. 사랑하는 자들이 고난과 위기를 극복하는 자세가 도전적이고 적극적인 것은 사랑을 신앙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며 사는 일은 자기 일에 관심을 돌리는 일이다. 다시 말해 남의 삶과 견주어보는 일상의 습관을 바꾸라는 의미다. 우리는 비교의 구조에 너무 익숙해져 있고 그 논리에 마치 무슨 환자처럼 중독 되어 있다. 흔히 말하는 일등 꼴찌의 차이는 순위일 뿐 성품의 우열은 아니다.

상대와 자꾸 비교하면 그때부터 주위는 더욱 초라해지고 빈곤해진다. 우리의 존재가치는 절대적인 자기 몫이다. 상의 상존하는 연기(緣起)의 세계에서는 편견과 독선을 철저히 배격한다. 우리 사회는 일등만 필요한 게 아니고 꼴찌의 역할을 더 강조하고 칭찬해야 한다는 것이 연기의 중심 가르침이다. 자연도 다를 리 없다. 인간 중심의 개발과 보호는 더불어 존재하는 연기의 그물을 파괴하는 것과 똑같다.

사랑은 비교하지 않는다고 들었다. 자신들의 인연을 지상 최고의 지고지순으로 여긴다. 아름다운 시절을 꿈꾼다면 내 인생을 절대 남과 비교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러니깐 타성적인 직업인보다는 자기 신념에 사는 생활인이 더 아름답다는 뜻이다. 그리고 기회를 놓치지 않는 삶을 사는 것도 우리에게는 꼭 필요하다.

生也全機現 살 때도 온힘을 다하고
死也全機現 죽을 때도 온힘을 다 써라

중국의 대혜선사의 가르침인데, 온 힘을 다해 삶을 살 때만이 후회 없는 죽음을 맞이한다는 말이다. 알고 보면 사람이 불행하다는 것은 다른 의미가 아닐 것이다. 순간순간을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르고 흘려보내는 삶을 사는 사람이 진짜 불행한 사람이다. 그래서 인생을 낭비하고 시간을 소비한 죄가 가장 무겁고 또 무섭다.

꽃이 어디서나 아름다운 이유는 순간순간 자기 할 일을 다 하기 때문이 아닐까. 진부한 말 같지만 자신의 일에 몰입하면서 땀 흘리는 사람은 진정 꽃보다 아름답다. 내 삶에서 가장 절정의 날과 내 생애에서 가장 귀중한 날은 바로 오늘, 지금 이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어제는 지나간 오늘이고 내일은 다가올 오늘이다. 그러므로 지금 순간을 삶의 전부로 느끼며 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애절한 사랑은 일분일초가 아쉽고 소중하다. 우리도 이같이 살 일이다. 시 시간 모든 것을 바쳐 철저히 사랑한다면, 모든 일의 주인공이 되는 것은 진짜 시간문제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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