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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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윤석열
  • 한덕현
  • 승인 2020.02.0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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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한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대선주자 적합도 1위 이낙연, 2위 윤석열, 3위 황교안.

기껏 험지출마를 공언하고도 이낙연과의 맞짱 승부를 두려워하는 황교안에겐 이보다 더한 굴욕도 없겠다. 반면 윤석열로선 이번 여론조사 하나만으로도 일단은 ‘성공’을 입에 올릴만도 하다. 본인이 앞으로는 여론조사의 후보군에 넣지 말 것을 주문함으로써 그를 향한 국민여론의 추이는 더 이상 알 수 없게 됐지만 한국 정치문화가 참 희극적이면서도 다이내믹하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역시 대통령이 될 사람은 어디가 달라도 달라야 하는구나를 재삼 확인하게 되고 또 한 편으론 특정인의 이벤트성 운신 한방으로 차기 대통령 감을 향한 국민여론이 요동친다는 현실에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여론조사라는 것을 내세워 검찰을 정치권으로 끌어들이려는 언론의 포퓰리즘이 같잖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번 여론조사 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번 사례는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검찰의 수사의지가 국민의 지지와 성원을 얼마나 받는 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도 남는다. 국민들에게 검찰개혁은 곧 살아있는 권력의 주구(走狗)가 아니라 그 살아있는 권력도 물어뜯는 승냥이가 되는 것을 의미하기에 윤석열의 그간 행보는 국민들의 이런 갈증에 확실하게 어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문재인 정부는 윤석열에게 큰 고마움을 가져야할 판이다. 윤석열이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신임해준 대통령에 대한 충심은 변함이 없다고 한 말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면 바로 이런 점에서 찾아야할 것이다. 한 두명도 아니고 청와대를 벌집 쑤시듯 수사하고 조국 가족에 이어 참모들 십수명을 기소한 것만으로도 그는 살아있는 권력의 일탈, 아니 그 가능성에 대해 분명한 경고와 일침을 내렸다.

타이밍도 적절했다. 권력 누수가 고개를 쳐들기 시작하고 통상 부정,부패한 측근들의 발호가 본격적으로 드러나는 집권 후반기를 앞두고 단행된 수사와 기소인지라 아직 속단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문재인 정부의 요인들은 앞으로 몸을 사릴게 분명하고 그 효과는 ‘성공하는 정부’의 단초가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만 본다면 윤석열은 그야말로 땡큐!인 것이다.

가설이지만 설령 향후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더라도 죽은 권력에 대한 검찰의 보리타작은 문재인 정부의 경우 이미 살아서 맞을대로 맞은 만큼 역대 정권보다는 훨씬 덜할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권력과의 전쟁에서, 아니 본인이 지금까지 견지해 온 검찰권의 수호라는 명분에서 끝내 승리한자로 기억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엔 결코 아니다. 그리고 그의 수사 결과물은 아직 실패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신의 정부에선 과거와같은 권력형 비리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확신에 차서 말했다. 지난 해 권력기관 개혁 전략회의에서다. 청와대에 칼을 디밀어 국민들로부터 다음 대통령감으로 지목될 정도의 윤석열이라면 대통령의 이 말에 대해 단호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는 ‘전리품’ 하나는 마땅히 챙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턴이나 표창장을 위조하는 잡범이 아니라 과거에 버금가는 화끈한 권력형 비리 말이다.

 

검찰과 보수언론이 강변하는 지금까지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는 대략 이렇다. 손혜원 부동산 투기, 조국 비리, 환경부 블랙리스트,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유재수 감찰무마 등이다. 윤석열은 이 것들을 수사하기 위해 특수통으로 상징되는 검찰의 정예 팀을 투입하고 청와대와 대립하며 엄청난 논란과 파장을 일으켰지만 많은 국민들은 그 결정타가 뭐냐고 여전히 묻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국을 강제수사 126일만에 12개 혐의로 기소했지만 하나하나 따져보면 과연 그 것들이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청와대를 옥죌만큼 권력형비리의 요소를 갖췄냐는 것이다. 조국의 12개 혐의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자녀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이다. 검찰은 이를 들어 공무집행방해를 비롯해 업무방해, 위조공문서행사, 딸 6백만원 장학금에 따른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증거위조, 은닉, 교사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묻는다. 고작 별건수사로 딸내미 학적이나 들춰보고 조국 본인이 아닌 엉뚱하게 부인과 가족들을 잡아들이는 것이 진정 청와대의 뒷통수를 칠만큼 권력형 비리냐고 말이다.

청와대 참모 등 무려 13명을 재판에 넘긴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사건 역시 피의자 조사조차 없는 기소는 차치하고라도 그들이 주고받은 전화와 문자가 주요 혐의의 증거로 활용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크다. 아무리 공인들이라도 전화와 문자는 사적인 영역의 성격도 다분하다. 청와대라는 울타리 안에서 이루어지는 개인간 의사소통이 이런 식으로 먼지털이 수사의 타깃이 된다면 앞으로 참모들이 할 일이란 그저 가만히 앉아 이슬만 먹으면서 어떤 현안에도 자신의 의사나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참모의 가장 큰 역할은 대통령 문제든 혹은 나라문제든 상황이 닥쳤을 때 있는 힘을 다해 소신있게 논의하고 대안과 해결책을 찾으려는 노력이다. 만약 그 것이 국가정책이나 국정운영에 개인의 사익을 개입시켜 끝내는 부정과 비위로까지 결부된다면 그 책임자만 콕 집어 처벌해야 할 일이지 이번처럼 굴비엮듯 검찰권을 남발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더군다나 윤석열의 검찰이 총체적인 국민신뢰를 얻으려면 나경원 의혹과 울산 고래고기 환부사건부터 제대로 밝혀야할 것이다.

노무현은 검사와의 파격적인 토론 등을 통해 검찰개혁을 외쳤으면서도 그 개혁의 주도적 역할을 특유의 감성과 확증편향으로 검찰 스스로에게 맡기는 바람에 실패했다. 검찰권력의 분산은커녕 오히려 검찰의 자율과 끗발만 더 키워줬다가 자신마저 죽음으로 내몰렸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검찰개혁의 제도화와 이를 위한 디테일(detail)이고 역설적이게도 이의 필요성을 윤석열은 예의 불도저 식 검찰주의자 행보로 유감없이 보여줬다. 많은 국민들은 윤석열이 특수부를 대거 동원해 청와대와 측근들을 이잡듯 하는 것을 보면서 “검찰이 수사하면 다 공정하고 정의로운가”를 다시 한번 되묻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과연 변호사 문재인은 ‘제도’와 ‘디테일’을 확보해 검찰개혁을 완수할 수 있을지, 그 분수령은 오는 4월 15일 총선결과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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