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해서 미치겠다”던 故 이재학 PD의 죽음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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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해서 미치겠다”던 故 이재학 PD의 죽음 그 이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2.25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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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 피디로 일하다 해고
지난 2월 4일 세상 떠났지만 진상규명 여전히 안 돼
유가족 및 담당 변호사 “방송국 내 비정규직 전체의 문제”
지난 19일 CJB청주방송 앞에선 유족 측과 변호인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57곳이 모인 가운데 故 이재학PD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19일 CJB청주방송 앞에선 유족 측과 변호인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57곳이 모인 가운데 故 이재학PD의 죽음에 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사진=육성준 기자

[충청리뷰_박소영 기자] 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근무하다 방송사 측의 해고에 소송으로 맞섰던 이재학 PD1심에서 패소한 뒤 억울해서 미치겠다는 유서를 남기고 지난 24일 세상을 떠났다. 그 후 2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제대로 된 진상규명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미 유족 측과 변호인을 비롯한 시민사회단체 57곳이 모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대책위가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19CJB청주방송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재학 PDCJB청주방송에서 14년간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한 번도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다. 연출, 조연출, 행정, 대외관계 및 심지어 계약업무도 봤었다. 20184월 동료 프리랜서를 대표해 임금 인상 및 인원보강을 요구했다가 그날 당일 해고됐다. 이재학 PD는 일주일 한 회분 촬영으로 20~40만원을 받았다. 160만원 안팎의 저임금 노동자였다는 게 유족측의 주장이다.

그가 CJB청주방송을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시작과 끝은 노동자성을 인정하느냐 마느냐다. 이와 관련해 CJB청주방송 측은 자체적으로 2017년 유엔노무법인에 의뢰해 프리랜서 전원에 대한 노동자성 검토를 마쳤다. 이 문건에는 이재학 PD의 노동자성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요한 단서가 될 이 문건은 지금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방송국 측과 노무법인 모두 갖고 있지 않다고 답하기 때문이다.

결국 1심 재판을 하면서 이재학 PD가 어떤 일을 해왔는지에 대한 회사 동료들의 증언이 중요한 자료였다. 하지만 유족 측과 이재학 PD의 대리인인 직장갑질119 소속 이용우 변호사는 증언을 했던 동료들이 방송국 측으로부터 지속적인 회유와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알고 있다. 3명 중에 1명은 결국 증언을 번복했다. 법원은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동료들의 증언을 채택하지 않은 반면 재판에 출석하지 않은 회사 측 증언 자료는 증거로 채택했다고 주장했다.

CJB청주방송 측과 유족 측은 아직까지 진상규명에 대한 합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협상 직전까지 진척됐지만 양측의 입장차로 결렬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측은 방송국이 말바꾸기를 하는 바람에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학 PD의 동생 이대로 씨는 방송국 측으로부터 공식적인 사과를 받은 적도 없다.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통해 형의 억울한 죽음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이용우 변호사는 이 사건은 고인 개인의 문제로 출발한 사안도 아니었다. 전체 프리랜서를 대표해 요구하다 해고됐고 소송하는 과정도 반드시 좋은 선례로 남기겠다는 의지로 16개월 가까이 진행됐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청주방송 내 고인의 개인적 권리구제를 넘어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단초 마련을 기대한다.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 국회가 나서야 된다고 말했다.

한편 CJB청주방송 측은 12차 입장문을 내고 도의적인 책임과 함께 국장들은 모두 보직을 내려놓고 문제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프리랜서들이 자신의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근무 환경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지난 1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이재갑 노동부 장관은 청주방송의 근로감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근로감독관은 근로조건의 기준을 확보하기 위해 노동부 등에서 현장에 파견해 감독사무를 대리케 하는 국가공무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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