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경명의 미디어비평] 서울지검과 청주지검에 대한 보도시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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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명의 미디어비평] 서울지검과 청주지검에 대한 보도시각 차이
  • 충청리뷰
  • 승인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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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검에서 발생한 ‘피의자 폭행 사망사건’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수가 동반 사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불러왔다. 현직 검사가 구속되고 그 수사 지휘 선상에 있던 검찰 고위 간부들이 줄줄이 징계를 받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그만큼 인권보호에 앞장서야 할 검찰에 의한 검찰청사내에서의 피의자 폭행 사망 사건은 어떠한 변명으로도 용서 될 수 없는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더구나 현 국민의 정부 김대중 대통령은 ‘인권-노벨 평화상’으로 상징되어 왔다는 점에서 쉽게 덮고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이 기회에 가혹행위를 막을 제도적 장치 마련과 검찰의 자성촉구 여론이 높다.
하지만 사안의 경중으로 보아 서울지검의 피의자 폭행사망사건에 비교할 수 없지만 청주지검이 참고인의 인격권조차 고려않는 마구잡이 수사, 보복·협박 수사 등 공권력을 앞세워 충청리뷰 광고주에 대해 벌여온 반 인권적 수사에 대해서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것은 어찌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39개에 달하는 시민·사회단체가 대책위를 구성하여 항의하고 있는데도 친소 관계에 있는 ‘극소수’로 폄하하면서 까지 말이다.
‘불러다 윽박지르면 불게된다’고 생각하는 검찰이라면 이번 서울지검의 사건이 또 다시 일어나지 말란 법이 없다는 점에서 청주지검의 무차별 수사도 엄중하게 앞뒤가 가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쨋든 서설이 길어졌지만 이 두 사건에 대한 언론적 접근에서 ‘보도 시각, 또는 앵글 각도’에 따라 미디어 효과(effect)가 얼마나 달라지는 가를 지적하고 싶어서 였다.
서울지검에서 조사과정 중 가혹행위로 숨진 피의자는 살인 용의자였다. 단순한 시각으로 보면 살인을 저지른 흉악범으로 ‘맞아도 싸다’는 감성적 유혹에 빠지기 쉽다. 만약 언론이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보다 살인 용의자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면 분명 이 사건은 ‘한 검사의 사건 해결을 위한 과욕이 부른 화’ 쯤으로 치부됐을 것이 십중팔구다.
하지만 대부분 언론은 ‘살인 용의자’란 단어를 자제했고 ‘폭행에 의한 피의자의 사망’이란 사실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리고 책임자들의 사퇴와 구속 등 사태가 마무리되고 나서야 수사가 이루어진 배경, 수사 검사의 끊질긴 사건 해결 노력과 함께 숨진 피의자의 신상에 대해 실었다. 일단 피의자를 폭행에 이르게 한 잘못이 분명하게 가려진 이후 검사의 살인 사건 해결의욕에도 앵글을 맞춰 본질을 흐리지 않는 보도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이와는 판이하게 다른 일부보도 행태가 청주지검의 충청리뷰에 대한 수사보도에서 나타났다는 점이다. 충청리뷰 광고주에 대한 무차별적 수사에 대해 전국 유력지를 비롯한 대부분의 언론이 이를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가운데 일부 신문에서 보도 초점을 충청리뷰 윤석위 사장의 개인비리 수사에 천착함으로써 본질이 결정적으로 흐려지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사실이다. 언론사 대표에 대한 개인 비리 수사 보도는 물론 중요하다. 나아가 윤대표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시작됐는가라는 사실 또한 논외로 치더라도 검찰의 상식을 뛰어넘는 무차별 수사에 대해 언론이 침묵하고, 한 발 더 나아가 초점을 흐릴 수도 있는 보도시각을 가졌다는 점이 서울지검 사건 보도와 다른 점이다.
결국 일부 언론의 이런 보도 시각은 청주지검이 여전히 ‘개인 비리 차원에서 시작한 수사’라거나 ‘광고 수주과정에 대한 제보에 따른 수사’라는 어깃장으로 버틸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안타깝다.
5공시절 최고 권력자에 대한 사진 앵글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도록 하라는 보도 지침이 있었다고 한다. 그만큼 ‘보도 시각, 앵글 각도’에 따라 엄청난 차이가 있다. 그것이 언론의 비판적 효과이론 아닌가.

minkm62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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