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서원대학교 총장 퇴진과 사수로 교수들 ‘양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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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내우외환에 시달리는 서원대학교 총장 퇴진과 사수로 교수들 ‘양분’
  • 충청리뷰
  • 승인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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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지검 “재단영입 관련 서류 가져와라” 지시
대학구성원들 “대학의 모든 업무 수사 대상에 올라…명백한 학원탄압”

서원대학교가 최대의 시련에 봉착했다. 안으로는 일부 교수들이 총장의 리더쉽 부재 등을 이유로 총장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밖으로는 청주지검의 강도높은 도서관 건축 입찰비리 수사로 학교 전체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도서관 공사 관계를 담당했던 김 모 과장이 구속됐는가 하면 검찰에서 다음에는 누구를 부를 것이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도는 등 학교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그러나 대학측으로서는 요즘이 2003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바짝 열을 올려야 하는 1년중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따라서 대학측은 이런 사건이 신입생 모집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미 내사종결된 사안 재수사

서원대 도서관 공사 건축비리 시비는 지난해 5월 이 대학 기악과 이준원 교수가 ‘건축비리 실상을 공개하며’라는 문건을 배포한 기자회견을 열면서 시작됐다. 여기서 그는 대학측이 총장과 친분있는 특정업체에 공사를 밀어주다 보니 면허업종이 아닌 철거업체 선정까지 개입시켜 3000만원의 리베이트를 챙기도록 했고, 김정기 총장도 이 과정에서 돈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학교측은 이러한 사실이 터무니없다고 보고 이교수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다. 이에 대한 수사결과 검찰도 지난 3월 김정기 총장과 (주)이건종합건설 윤석위 대표에게는 무혐의, 이교수에게는 명예훼손 및 모욕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청주지검은 이미 내사종결된 이 사안을 가지고 서원대를 현재 재수사 하고 있다. 충청리뷰의 윤석위 대표이사 또한 같은 건으로 이미 구속 수감돼 있는 상태다. 따라서 대부분의 서원대 교수들은 이것이 명백한 표적수사에서 비롯된 것이고, 이 과정에서 서원대 문제가 다뤄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지난 4일 청주지검은 도서관 공사와 전혀 관계가 없는 재단영입 관련 서류를 가져오라고 해 현재 광범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김태봉 교수협의회장은 “초기에는 건축문제에 한정, 사실관계여부를 드러내야 하는 입장이어서 학교 구성원들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지만 학교 업무가 전부 수사대상으로 올라있는 시점에서는 다르다. 우리는 무차별적인 수사를 단행하는 검찰의 태도를 명백한 학원탄압으로 규정한다. 따라서 구성원들과 협의해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손문호 교무처장도 “일부 교수들은 대표인 총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학교가 검찰 손에 난장판이 돼있는데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얼마전 교수회의 석상에서도 검찰에 항의성명을 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우리는 누가 돈 먹은 것도 없고, 공사비 과다지출한 것도 없다. 싼 가격으로 건물 잘 지었는데 검찰에서는 털어도 안 나오니까 담합입찰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총장퇴진론 제기, 학교구성원들 양분

하지만 이 문제를 총장이 책임져야 한다는 사람들은 총장퇴진론까지 들고 나와 학교 구성원들이 크게 봐서 두 갈래로 양분된 상태다. 김총장이 내부용으로 작성해 인터넷에 올린 의견서가 곧바로 검찰 손으로 넘어가고, 내부사정이 모두 검찰에 보고되는 것을 보더라도 총장 반대파들의 ‘활약’ 또한 눈부시다는 것이 구성원들의 얘기다.
실제 이준원 교수의 주장에 어느 정도 동조하며 청주지검에 “도서관 공사는 사실상 수의계약 이었다”고 써 준 것으로 알려진 조모, 박모 두 교수는 김총장과 감정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때는 김총장 밑에서 처장을 맡는 등 보직교수로 일했으나 어느 때부터인가 감정이 악화됐다는 것. ‘수의계약’ 이었다는 증언은 도서관 공사를 하던 당시 보직을 맡고 있던 두 교수의 말로 검찰에서 비중있게 다뤘고, 결국 학교 목을 조이는 결과로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하는 구성원 모 씨는 이에 대해 “범법행위가 있다면 검찰에서 판가름 하게 두고 교수들은 보복수사·표적수사를 진행하는 검찰에 맞서 싸워야 하는데 교수들이 사분오열돼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교수와 총장 혹은 교수들끼리의 파벌형성은 재단영입 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많다. 교수가 추천하거나 적극적으로 지지한 재단인수 희망자가 학교측에 의해 자격미달로 거절당하면서 감정이 쌓였던 것.

김총장, 독선적이라는 비판받아

그리고 나머지는 김총장 개인에 대한 불만에서 나오는 것인데, 김총장은 실제 독선적이며 말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 속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성격이라 다른 사람과의 마찰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지난 2000년 총장에 취임할 당시 재단영입을 그 해에 마무리 짓겠다고 호언장담했으나 이를 이루지 못하자 교수들의 원성도 자자하다. 교수협의회에서는 이미 여러 차례에 걸쳐 직원구조 비효율적·총장의 리더쉽 부재를 지적하고 학교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일환으로 청주사범대학으로 교명을 변경할 것을 김총장에게 요구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원대는 재단영입이라는 어려운 숙제를 안고 있고, 지방대의 위기라 부를 정도로 지방사립대 전체가 학생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내년부터는 대학정원보다 응시 학생수가 적을 것이라는 진단이 벌써 오래전부터 나와 있는 마당에서 서원대라고 마음을 놓을 수는 없는 일. 최대 현안인 재단영입 문제도 지금 스톱된 상태다. 인수 희망자가 금년 7월만 해도 5명이 있었으나, 이 중 4명이 자격미달이고 1명은 전부터 거론됐던 사람이어서 열심히 뛰어도 성사가 될까 말까한 상태다.
그래서 뜻있는 교수들은 김총장의 성격이나 리더쉽에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검찰의 학원탄압에 맞서 학교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부로부터의 탄압보다 내부의 적에 의해 학교가 침몰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김총장이 며칠 전 학교를 잠깐 비웠을 때 외부에는 곧바로 “김총장이 잠적했다”고 전해졌다. 그 만큼 서원대를 바라보는 시각이 싸늘하다. 이를 이겨낼 수 있는 것은 구성원들의 단결밖에 없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인터뷰/ 서원대 김정기 총장
“나와 직원 모두 떳떳…지방지들 소설쓰고 있다”

최근 청주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로부터 이름이 오르내리는 서원대 김정기 총장. 그는 자신과 직원들이 도서관 공사와 관련한 건축비리에 관여한 적이 전혀 없으며 떳떳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 지금 서원대에 관련된 부분이 지역사회에서 핫이슈가 돼있는데 왜 입 다물고 가만히 있느냐고 하자 김총장은 “이 일이 터지고 바로 검찰에 전화해 출두하겠다고 했으나 기다리라고 해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어 그는 “지방지들이 소설을 쓰고 있다. 올해는 하지도 않은 계좌추적을 했다고 하는 등 기사를 임의로 작성하는데 가만히 있지 않겠다”며 서원대 관련 보도에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다만 입시철이 다가옴에 따라 이런 여파로 신입생 모집에 타격을 입지 않을까가 가장 큰 걱정이라는 김총장은 “수사는 엄정하게 하되, 입시철인 점을 감안해 수사과정을 기자들에게 흘리지 말 것을 검사장에게 부탁했다. 대외적인 명예실추를 막기 위해 보도자제를 요청한 것인데 지검에서도 이를 약속했다”고 밝혔다.

“도서관 공사문제, 이미 작년에 진실 입증”

지난해 서원대 기악과 이 모 교수가 제기한 도서관 건축비리가 이렇게 커진 데 대해 그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한 이교수를 구제해 주기 위해 두 교수가 검찰에 가서 ‘도서관 공사는 사실상 수의계약이었다”고 써주면서 확대됐다. 그 교수들은 이것이 정상참작이 돼 이교수가 형을 받는데 도움을 주려고 했다는 것인데 결국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우리는 지명경쟁입찰로 도급순위 20위 이내의 건설사들 중에서 10개를 추려내고, 또 거기서 5개를 선정해 일을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김총장은 대학 전체가 이 일로 들끓자 지난 10월 30일과 31일 두 차례에 걸쳐 교직원 내부용으로 다음과 같은 문건을 작성,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렸다. “저는 저 자신과 담당 직원들이 결코 비리에 가담하지 않았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이는 계좌추적을 포함한 철저한 수사를 작년에 이미 받아 그 결과로 입증된 사실이기도 합니다. 이번 재수사도 진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해 줄 것으로 확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학의 책임자로서 저는 이 사태에 대한 응분의 도의적 책임은 통감하고 있습니다…지금은 견해나 입장 차이를 잠시 접어두고 우리 모두가 단결하여 힘과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이는 당면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더 큰 과제인 법인영입과 입시의 성공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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