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조 YES, 공무원 노조 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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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YES, 공무원 노조 NO
  • 충청리뷰
  • 승인 2002.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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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최초 공무원 집단 연가파업 사태, 정부안 폐기 요구
청원군 41명 연가승인, 행자부 중징계 방침 여의치 않을 듯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차봉천)가 4일 ‘공무원조합법안’ 폐기와 공무원의 노동3권 보장을 요구하며 정부 수립이후 처음으로 집단 연가파업을 강행했다. 전국공무원노조는 전국적으로 3만여명이 연가를 신청했고 이 가운데 5600여명이 이날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행자부 집계) 이들 가운데 1200여명이 한양대에 집결, 이튿날인 5일 ‘전국공무원노동자대회’ 집회에 참석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강제해산 작전으로 700여명의 노조원이 연행됐다. 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을 맡고있는 김상걸 청원군지부장은 지난 6일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이에대해 행정자치부는 “연가투쟁 참가자는 감봉이상 중징계하기로 한 만큼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연가투쟁 가담정도를 구분해 징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앙정부의 연가 불허방침에도 불구하고 울산동구·북구 등 자치단체장이 적극적으로 연가를 허가한 경우는 해당 자치단체장을 제재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도내 53명(충북도청 집계)의 연가투쟁 참여자 가운데 41명의 연가를 허가한 청원군 오효진군수에 대한 정부당국의 제재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연합,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64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공직·대학사회 개혁과 공무원·교수노조 기본권 쟁취 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노조의 당위성과 구속자 석방을 촉구했다.

찬반투표 통해 연가파업 결정

행자부는 지난달 31일 ‘공무원 조합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이 행정자치위원회 계류중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되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정기국회 처리가 어렵게됐다고 밝혔다. 행자부는 정부안이 상임위에서 논의되지 못함에 따라 정부안에대한 공청회 등의 의견수렴 절차를 다시 거쳐 내년 임시국회 중에 처리한다는 방침이지만, 정권교체후 과연 행자부 뜻대로 처리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행자부측은 “정부안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며 입법이 가능하도록 이번 회기 이후에도 계속 추진할 것”이라고 밝혀 노-정 갈등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정부의 법안 고수방침이 알려지자 공무원노조는 지난 4·5일로 예정된 집단 연가투쟁 형태의 경고파업과 서울 집회를 강행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에앞서 공무원노조는 10월말 노조원 찬반투표를 경고파업을 결의한 바 있다. 도내에서는 750여명의 노조원이 연가를 신청했으나 청원군만이 41명을 승인했을뿐 대부분 자치단체에서는 정부의 연가불허 방침에 따라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공무원노조 충북본부 임원진 5명은 무단결근했고 진천군노조는 50여명 정상출근후 조퇴하는 방법으로 도내에서 60여명이 서울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원군 김상걸지부장 구속당해

한편 지난 4일 경찰의 강경진압 작전으로 한양대에 전야제에 참석했던 정세영 충북본부장을 포함, 청주시·진천군·보은군·청원군 노조원 33명이 전격 연행됐다. 이들은 시내 경찰서에 분산수감돼 밤샘조사를 받았고 정본부장등 6명을 제외한 27명은 이튿날 풀려났다. 이에앞서 김상걸 청원군지부장(전국공무원노조 부위원장)은 전국공무원노조 집행부와 함께 연행돼 구속수감된 상태다.
행자부는 무단결근한 공무원들에 대해 공무원법상 ‘직장이탈금지’ 규정 위반과 ‘명령불복종’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또한 집회에 참가한 경우에는 ‘단체행동금지’ 규정 위반으로 중징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가 행자부의 중징계 방침을 그대로 수용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연가승인을 받은 경우 단순히 집회참석만을 이유로 징계하기 어렵고, 무단결근·조퇴자도 자치단체간 ‘눈치보기’로 중징계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공무원 연가파업의 참여자가 많은 경남·울산은 출근률이 50%미만인 자치단체도 있어 업무수행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도에서는 민원업무에 별다른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고, 별도의 노조를 추진하는 대전·충남, 경북·대구지역 공무원들은 거의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에서도 연가 승인자가 가장 많은 청원군의 경우 실과장회의에서 사전에 부서별 인원조정을 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
한편 공무원노조는 정부안이 노조명칭 사용을 제한하고, 노동3권 가운데 단체교섭권과 단결권 일부만 허용하고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공무원들이 자주적으로 결성한 공무원노조에 ‘노동조합’이란 말을 쓰지 못하게 하고 그나마 시행시기도 3년 뒤로 미룬 법안은 당사자인 공무원들은 물론 시민사회의 동의를 얻기 힘들다. 정부가 보수적 언론의 왜곡된 여론형성에 편승해 공무원, 교사는 노동자가 아니라는 단순논리를 주장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온갖 탄압속에 10년만에 전국교직원노조를 합법화했지만 당초 보수언론이 우려했던 학교현장의 혼란사태는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공무원노조의 단체행동은 사기업과 달리 여론 부담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기 힘든 사안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가 일선 공무원들의 의견을 전혀 수렴치않고 법안처리를 강행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특히 대선을 코앞에 둔 시점에 국회에서 법안통과가 여의치않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시도했고, 법안 통과가 불발되자 다음 임시국회에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는 것은 공무원노조를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지적이다.
/ 권혁상 기자

오효진 청원군수 일문일답
권역밖으로 튕겨 나가지 않도록 끌어안아야

전국적으로 연가투쟁에 참여한 공무원 수에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도내에서 가장 많은 연가승인을 내준 청원군 오효진군수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비춰졌다. 일부 보수적 언론에서는 ‘공직사회 붕괴’ 운운하며 청원군의 연가허가를 우려하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오군수로부터 직접들은 연가승인 과정은, 일부언론에 알려진 사실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

-행자부의 연가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연가승인을 적극적으로 내 준 이유는 무엇인가.
“연가승인 여부는 과장 전결사항이므로 실무과장들의 소신에 따라 결정하도록 지시했을 뿐이다. 과장급 회의에서 부서별로 민원업무에 차질이 없는 범위내에서 연가승인을 내 준 것으로 보고받았다. 과장들의 판단을 존중하며, 내가 사전에 특별한 지시를 내린 것처럼 알려진 것은 사실이 아니다”

-민감한 사안이기 때문에 실무 과장들이 단체장의 의중을 충분히 감안해서 결정한 것 아니겠는가.
“글세… 내가 우리 직원들과 잘 지내고 싶어하는 심정을 과장들이 고려해서 그런 결정을 했을 수 있다. 일부 비판적인 보도가 있길래, 오늘 간부회의에서 ‘서로 책임떠넘기는 모습 보이지 말고 의연하게 대처하라’고 말했다. 청원군에 근무하는 김성걸지부장이 재판받는 상태라서 직원들의 마음이 무겁고 김지부장을 도와주고 싶은 심정이 앞서지 않았겠는가. 기본적으로 직원들의 참여도가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공무원노조 설립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가기관장으로써 개인적인 판단을 함부로 말하기 곤란하다. 특히 이런 민감한 시기에…”

-정부에서 상경투쟁에 가담한 공무원에 대한 중징계 방침을 밝혔는데, 징계지시에 따르겠는가.
“그런 얘기들이 흘러나와 걱정이다. 이럴 때 일수록 서로 권역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도록 끌어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가투쟁에 참여한 직원들은 개인적으로 징계를 각오하고 한 일이겠지만, 집회전날에 연행된 사람들을 중징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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