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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를 밝게 비추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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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를 밝게 비추는 사람들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3.26 08: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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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마스크 만드는 ‘이즘’, 도시락 배달하는 ‘풀잎반찬’과 ‘휴먼케어’

코로나19, 우리가 극복한다

재능나누기운동 활발

 

자투리 원단으로 마스크를 제작 중인 공공디자인 이즘 직원들 /육성준 기자
자투리 원단으로 마스크를 제작 중인 공공디자인 이즘 직원들 /육성준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사회가 멈추면서 복지에도 사각지대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제주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돌봄 서비스를 제때 받지 못한 발달장애인 가족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 20일 청와대 청원게시판에는 관련 내용을 담은 ‘발달장애 학생 등을 위한 코로나19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라는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돌봄 대상인 발달장애인은 규칙적인 생활패턴을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삶의 균형이 무너졌고, 보육부담이 늘어났다”며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죽음”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비단 제주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청주시는 이같은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결식우려 아동에게 급식을 전달하는 일을 하고 있다. 청주관내 약 4800여명이 주변식당 1096곳을 이용할 수 있도록 꿈자람 카드를 개학 전까지 사용케 증액했다. 한 관계자는 “개학이 한 달 넘게 미뤄지면서 사각지대에 놓인 학생을 돌봐야 한다는 요청이 많아 증액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회적 보호시스템의 경계에서 혜택 받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럿이다. 특히 혼자 사는 노인들은 현재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지원이 없다. 복지단체 관계자는 “지역 주민센터에서 노인들에게 확인 전화 등을 하고 있다. 경로당·복지관등이 문을 닫아 어디 모일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재가서비스에 의존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대부분 중단됐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민들이 솔선수범 나서서 봉사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율량동의 한 반찬가게는 남는 시간 도시락을 만들어 독거노인들에게 배달하고 있고, 내덕동의 한 디자인 회사는 공급부족에 허덕이는 마스크를 만들어 노인들에게 배포했다.

 

남는 원단으로 수제 마스크 제작

 

수제 마스크를 배포한 공공디자인 ‘이즘’은 사회적 기업이다. ‘이즘’은 2013년 창업해 사회적 기업으로 책무를 하고 있다. 주로 디자인, 친환경 원단으로 제작한 현수막, 홍보물 등을 취급한다.

‘이즘’에는 늘 현수막 등을 제작하고 남는 자투리 원단들이 있었고, 이를 활용해 파우치나 에코백 등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에 함께 대응하기 위해 지금은 자투리 원단으로 마스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허진옥 ‘이즘’ 대표는 “제품 제작을 위해 재봉 일을 하시는 분들이 코로나19로 인해 일감이 없어져 손을 놓고 있었다. 우리 회사도 사정이 넉넉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참에 좋은 일 한번 해보자며 직원, 협력인력들과 뜻을 모았고 친환경 소재로 면 마스크를 제작했다. 친환경 원단은 태우면 물, 탄소가 나오는 제품으로 인체에도 무해하다”고 말했다.

‘이즘’의 친환경 면 마스크는 여성, 어린이 사이즈로 도안을 구해 수제로 한땀 한땀 제작했다. 만드는 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구성원들 모두 만족하고 있다. 마스크 안에는 필터를 끼우는 공간도 마련했다. 정부에서 면 마스크를 써도 좋다는 발표를 했지만, 그럼에도 뭔가 불안한 사람들을 위해 필터를 끼워 넣으라는 취지에서다.

‘이즘’은 지난주까지 수제 마스크 1000장을 만들어 지역아동센터에 전달했다. 이후 지역사회에서 소식을 듣고 원단을 기부하는 곳도 생겨났다. 허 대표는 “마스크 수급에 늘 난맥상이 따른다는 소식들이 전해지고, 이로 인해 심적 부담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의 작은 봉사가 마스크를 못 구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사랑의 마스크 나눔 행사는 괴산군에서도 진행됐다. 한국여성농업인 괴산군연합회는 괴산한지박물관의 후원을 받아 코로나19로 인해 큰 피해를 입은 장연면 농가들에게 한지로 만든 수제 마스크를 기부했다.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는 ‘풀잎반찬’과 ‘휴먼케어’ 직원들 /육성준 기자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에게 도시락 배달을 하는 ‘풀잎반찬’과 ‘휴먼케어’ 직원들 /육성준 기자

 

반찬모아서 도시락 나눔

 

도시락을 만들어 독거 노인에게 배포한 ‘풀잎반찬’은 율량동에 위치한 반찬가게다. 이춘희 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끼니를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도시락을 만들어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반찬가게를 열고 늘 봉사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는데, 이번 국가적 위기를 계기로 행동에 옮겼다”고 말했다.

‘풀잎반찬’은 5년 전 은퇴한 부부가 창업했다. 반찬도 직접, 두부도 직접 만들다보니 입소문이 자자해서 동네 사람들이 많이 찾는다. 도시락을 의뢰하는 사람들도 많다. 주로 월,수,금 점심에 맞춰 꽤 많은 양을 납품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시간이 비는 화, 목요일에 봉사활동을 하기 위해 이 대표는 ‘휴먼케어’의 도움을 받았다. ‘휴먼케어’는 노인돌봄서비스를 하는 사회적 기업으로 이 대표의 어머니가 ‘휴먼케어’에서 파견한 생활지원사에게 재가서비스를 받고 있다. 재가서비스는 주로 가정에서 생활하는 고령자, 혹은 장애인들을 위해 방문해서 도움을 주는 사회서비스다.

하지만 현재 코로나19로 인해 재가서비스를 진행하는 업체는 많지 않다. 이에 송유정 ‘휴먼케어’ 대표는 “재가서비스로 인한 감염 사례도 있어 우려가 많지만 이마저도 멈춰버린다면 서비스 대상자는 더욱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다”며 “우리는 구성원들과 협의해서 개인위생에 더욱 철저히 하면서 재가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이 대표의 어머니도 그중 한 사례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집에 갔더니 생활지원사가 방문해서 이런 저런 집안일을 돕고 있었다. 이에 잘됐다싶어 화·목요일에 도시락 봉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함께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풀잎반찬’은 매주 20가정의 도시락을 만든다. ‘휴먼케어’ 직원들이 이를 받아 각자 차에 실어 가정으로 나른다. 대상은 율량·우암·사천·내덕·오근장 지역에 거주하는 독거노인들로 청주시와 협력해 사각지대에 놓인 곳을 찾아간다. 대부분 코로나19로 인해 재가서비스는 고사하고 자식들의 방문까지 뜸해 긴급 돌봄이 필요한 노인들이다.

지금도 이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 당장 금주부터 2주간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캠페인을 벌이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은 더욱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됐다. 이에 현장을 잘 아는 사람들, 기업들은 자신도 어렵지만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심경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풀잎반찬 이춘희 대표(사진 왼쪽)와 그의 딸
풀잎반찬 이춘희 대표(사진 왼쪽)와 그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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