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이렇게 보면 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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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렇게 보면 이긴다
  • 한덕현
  • 승인 2020.04.0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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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지적하는 4.15총선의 변수를 크게 나누면 대략 이렇다. 코로나, 경제난, 비례위성정당, 투표율, 막판 돌발적인 막말과 이벤트, 언론보도, 소셜미디어, 후보자토론 등 등.....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역대 선거마다 이같은 논란의 단골로 등장하던 ‘북풍’이니 무슨 무슨 ‘바람’이니 하는 것들이 이번 총선에선 사라졌다는 점이다. 세계가 토로나19로 혼이 나간 사이에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이 곳 저 곳서 여러 후보들이 세대교체와 개혁을 외치지만 국민들한텐 이제 별 관심을 끌지 못한다. 선거의 금기영역인 ‘종교’문제가 신천지로 인해 총선의 한 복판으로 끼어든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고나 할까.

어쨌든 위에 열거한 내용들은 그 약발과 폭발력의 차이는 있겠지만 하나같이 4.15총선의 변수임엔 틀림없다. 하지만 코로나 민심은 초기만 해도 야당과 보수언론이 문재인 정권에 씌운 ‘방역실패’라는 프레임으로 총선의 판도를 가를 것으로 예측됐지만 이젠 이 역병이 전세계적인 공황으로 덮치는 바람에 유야무야된 느낌이다. 앞으로 남은 10여일 동안 국내에서 돌발적인 일이 벌어지지 않는 한 코로나 민심은 미래통합당 등 야당에 별 도움이 안 된다.

이를 간파한 김종인이 통합당의 선거전략으로 ‘경제’를 치고 나온 것은 일견 순발력이 있어 보인다. 꼭 지금이 아니더라도 경제라는 용어는 선거판을 언제든지 휘저을 수 있는 지속가능한 변수가 된다. 만약 코로나가 중국과 우리나라를 위시한 아시아권에서만 창궐하다가 사그라졌다면 이번 총선은 야당에서 초기 방역실패와 확진자 출몰에 따른 경제난 가중만을 들고 나와도 여당에겐 폭망의 운명을 재촉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는 어느덧 지구촌의 팬데믹으로 선포됐고 경제난 또한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 공통의 현상이 됐으니 문재인 정권의 소·주·성을 비판하며 들고 나온 김종인의 경제전략도 실은 약효가 예전같지가 않다. 국민들에겐 경제정책 실패라는 거시적 담론보다도 당장 먹고 살기 위해 버텨야 하는 눈앞의 생존 문제가 더 화급하다.

비례 위성정당 문제는 이미 다른 변수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됐다. 여당 야당 모두 공동정범이 된 이상 지금으로선 이 것이 선거판도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지도 의문이다. 다만 변수가 된다면 길이가 무려 50cm에 육박하는 비례대표 투표용지로서, 유권자로선 어지간한 집중력이 없이는 짧은 시간에 자기가 찍고 싶은 당을 짚어내기도 어려울 판이다. 투표라면 악착같이 임하는 눈이 어두운 고령자들한테는 당연히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를 감안해 거대 양 당이 앞순위를 받기 위해 의원 꿔주기등 기를 쓰고 편법 경쟁을 벌인 노력의 대가는 어쨌든 한 표라도 더 가져가는 성과로 나타날 것이다.

투표율 만큼은 이번 총선에서 다소 헷갈리는 변수가 될 수 있다. 투표율이 낮아야 야당이 유리하다는 게 그동안의 통설이었는데 오는 4.15총선에선 투표율이 낮으면 되레 여당이 유리하게 됐다. 진보정권의 딜레마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대개 젊은 층들의 투표 기피현상이 노년층보다 높은 현실에서 전체적으로 투표율이 낮다는 것은 결국 상대적으로 노년층들이 투표장을 덜 찾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때문에 코로나로 인한 선거 기피와 무관심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 지는 지켜볼 일이다.

이와 관련해 특히 주목할 것은 이번 총선에선 베이비붐 세대의 고령층 진입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이들 베이비부머의 대거 유입으로 60세 이상 유권자가 전체의 27.1%나 된다는 것이다. 4명중 1명이 넘는 수치로, 18세로 낮춰진 선거권 나이를 감안하면 10대와 20, 30, 40, 50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주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기에 7, 80년대 격동의 민주화시대와 산업화시대를 온 몸으로 맞으며 살아 온 이들의 선택은 이번 총선의 캐스팅 보트가 될 개연성이 크다.

막판 돌발적인 막말과 이벤트는 사실 4.15총선의 최대 ‘복병’으로 꼽힌다. 조국 사태를 정점으로 정치권은 물론이고 언론까지 진보와 보수로 딱 갈려 국민들조차 좌·우로 견고하게 무장된 상황임을 고려한다면 그나마 중도층의 표심을 움직이는 건 예고없이 터져 나오는 돌출적인 ‘사안’이 될 것이다. 중도세력들이 초기의 방역논란과 비례 위성정당 공방으로 보수쪽으로 기우는 듯하다가 외국으로부터 우리나라의 방역 성공사례가 집중 거론된 이후로는 다시 조정기를 거치고 있지만 결국 이들의 민심을 결정적으로 유인하는 것은 예기치 못한 갑작스런 변수다. 이는 국민들이 익히 경험한 총선후보 및 당 책임자들의 막말이 될 수도 있고 치밀하게 계산된 이벤트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측면에서 후배 선거구를 침탈했다는 비난을 받는 청주 흥덕구의 통합당 정우택 후보가 같은 당을 탈당한 무소속 김양희 후보에게 여론조사 후 단일화를 기습 제의한 것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물론 정우택으로 인해 졸지에 미아가 된 김양희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정 으로선 일단 툭 던져 놓고 차후의 이벤트(?)를 고민할 여지를 갖추게 되는 것이다. 어차피 김양희가 무소속으로 끝까지 완주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정우택 의원은 2006년 충북도지사 선거에서 재선이 확실시되던 현직 이원종 지사를 “(당시 한나라당 대표인) 박근혜가 나를 낙점했다”는 기선제압으로, 또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상대인 홍재형 후보를 “나이가 많다”는 기습 공격으로 불출마 혹은 낙마시켜 재미를 본 전력이 있다. 민주당의 도종환 후보한테 여론에서 밀리는 정우택의 입장에선 막판에 김양희의 포기와 지지를 이끌어 내 이를 시너지로 활용하는 것 이상의 카드도 없다.

언론보도 그리고 유튜브와 SNS로 상징되는 소셜미디어, 방송토론회 등을 이번 총선의 큰 변수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것들의 영향력과 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호불호는 이미 갈데까지 간 상태여서 지금처럼 유권자들이 진영논리로 확실하게 이분화된 국가적 분위기에선 자기의 취향에 따라 선택적으로 듣고 해석하게 마련이다.

그러기에 일찌감치 정해져 있는 그들의 표심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다만 앞으로 점차 열을 올리게 될 방송토론회는 코로나로 인한 비대면 깜깜이 선거를 벗어나게 하는 절호의 기회로서 후보의 자질과 식견, 능력, 비전 등을 확인할 수 있는 특단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모든 변수를 다 따져 보더라도 결국 총선 승리의 관건은 후보자의 진정성, 도덕성, 능력, 그리고 사회·역사관이 될 것이고 이를 구분해 내는 현명함이 바로 유권자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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