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전 청남대 관광객 사망…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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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청남대 관광객 사망…그 후?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0.04.03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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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현장에 있던 신병수 씨 ‘외로운 싸움’나서
전국 관광지 안전대책 허술, 응급실‧장비인력 못 갖춰
청남대 진입로 2차선 도로 4차선으로 늘려야 주장도

[충청리뷰_박소영 기자] 바로 눈앞에서 사고가 났다. 청남대 대통령 기념관 계단 앞에서 지인이 갑자기 심정지로 쓰러졌다. 50대의 건장한 남자였다. 청주시내 효성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진입로에서 관광객 차량과 뒤엉켜 빠져나오는 데만 1시간 가까이 걸렸다. 결국 그는 세상을 떠났다.

201699일 청남대에서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였다. 그 후 4년 가까이 지났지만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신병수 씨는 아직도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지난 4년 동안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청남대를 비롯한 전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만약 응급사고가 난다면 제대로 된 대처가 가능할까. 4년 전 지인이 청남대에서 사고사를 당한 뒤 신병수 씨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사진은 청남대 모습.
청남대를 비롯한 전국의 유명 관광지에서 만약 응급사고가 난다면 제대로 된 대처가 가능할까. 4년 전 지인이 청남대에서 사고사를 당한 뒤 신병수 씨는 계속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 사진은 청남대 모습.

신병수 씨는 유명 관광지에서 응급사고가 나도 아무런 대응매뉴얼이 없다는 게 정말 답답했다. 당시에도 건물에 심정지 기계가 있었지만 담당자가 15분 가량 이를 사용할지 말지 우왕좌왕하느라 골든타임을 놓쳤다. 119차량이 왔지만 진입도로가 좁아 갇혀버렸다. 눈앞에서 사람이 죽는 걸 버젓이 지켜봤다고 말했다.

신 씨는 국민청원을 비롯해 각 관계 부처 및 국회의원들까지 쫓아다니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애썼다. 이에 대해 그는 일정규모의 카지노엔 응급실 및 응급인력을 갖추라는 법이 있는데 유명관광지에 대해선 이러한 규정이 하나도 없다. 청남대 뿐만 아니라 전국의 관광지에서 이 같은 사고가 나면 하나같이 운명에 맡겨야 하는 상황이다. 관광지 안전에 대한 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카지노엔 있어도 관광지엔 없다

 

하지만 관련 법 제정은 아직도 답보상태다. 그 사이 연철흠 충북도의원(민주당청주)20176월께 청남대 운영조례 일부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의무실 설치, 인력배치, 응급차량 배치 등의 조항을 신설했다. 이전에는 안전과 관련한 조항이 전혀 없었다.

조례 개정이후 1년여가 흐른 201810월께 청남대는 기본적인 응급 구조 시스템을 갖추게 된다. 현재 청남대는 관람시간 내에 안전요원 2~3명이 근무하고 있고, 응급 구조실 및 응급차량이 항시 대기 중이다.

이처럼 청남대의 경우 기본적인 안전 대책을 마련했지만 신 씨는 계속해서 진입로 확장이 되지 않으면 똑같은 사고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청남대 초입의 2차선 도로를 4차선으로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입로는 과거 청원군 군도(6.5km)와 지방도(5.5km)로 나눠져 총 12km. 도로공사를 할 경우 청주시와 충북도가 각각 400억 원과 500억 원을 부담해야 한다. 900억이 소요되는 대공사다.

공사비용이 크다보니 도로 건설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또한 진입로 자체에 녹음이 우거진 나무들이 많다보니 공사를 할 경우 환경오염 우려도 크다. 게다가 청남대 진입로에 끼어있는괴곡리 마을의 경우 현재 도로를 가운데 두고 갈라져 있는 형국이다. 괴곡리 주민들은 도로확장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도로공사로 인한 비산먼지 발생으로 농사 및 생활피해가 예상된다는 것.

박종순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진입로 확장의 취지는 알겠지만 환경을 생각하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 또 진입로를 넓히더라도 정작 청남대 입구에 주차장이 협소해 문제가 또 발생할 수 있다. 차라리 진입로를 걷기길로 만들어 차 운행을 차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문의 주변에 차를 주차하고, 셔틀버스만을 이용해 청남대를 관광할 수도 있지 않나. 물론 주차장 확보라는 난제는 풀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청남대는 문의 하차장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이동해도 되고, 개인 차량도 등록을 하면 진입할 수 있다.

 

청남대 진입로는 2차선이다. 응급차량과 전문인력이 청남대 내에 배치돼 있지만 관광차량과 동선이 꼬일 경우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진입로는 총 12km. 4차선으로 확장하는 비용은 약 900억원이 든다.
청남대 진입로는 2차선이다. 응급차량과 전문인력이 청남대 내에 배치돼 있지만 관광차량과 동선이 꼬일 경우 시간이 지체될 수밖에 없다. 진입로는 총 12km. 4차선으로 확장하는 비용은 약 900억원이 든다.

 

도로 확장에 900억원 예산 소요

 

지난 326일 도의회 회의실에선 청남대 진입로 확장에 따른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이날 나온 의견으론 응급상황을 대비해 닥터헬기 배치, 대청호 배 운항 등이 거론됐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허창원 도의원(민주당청주)도로확장을 할 경우 900억 예산이 들어가기 때문에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 보통 도로확장은 적정 통행량이 있어야 가능한 데 한참 못 미친다. 13700여대가 평상시 통행해야 하는 데 청남대의 경우 2018년과 201910월 통행량이 1300여대로 조사됐다. 도로 확장은 솔직히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충북도는 2022년까지 이른바 닥터헬기를 구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이럴 경우 닥터헬기 구입비가 약 80억원, 연간 운영비가 30억원 정도 소요된다. 허 의원은 “2022년 닥터헬기가 도입된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충북도에 필요하다면 고민해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또 그는 대청호에 배를 띄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금강유역환경청 관할이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대청호 및 청남대 인근이 상수도보호구역이어서 신규 시설을 확충하는 데는 여러 가지 제약이 따른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 씨는 환경도 중요하지만 안전의 문제를 더 우선시해야 한다. 외국인 관광객도 많이 오는 데 만약 사고가 나면 어떡하나. 국제적인 망신이다. 닥터헬기나 배를 띄우는 문제도 충북도가 나서서 의지를 갖고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일을 바로잡는 데 4년이 걸릴 줄 나도 몰랐다. 여전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시종 지사는 청남대에 컨벤션센터를 짓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는데, 도로 확장없이 이는 불가능한 사업이지 않느냐. 안전을 제일 가치로 두고 정책을 펴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신 씨는 조만간 청와대 국민신문고를 통해 청남대를 비롯한 전국 관광지의 허술한 안전대책을 공론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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