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운치 않은 목욕 후...
상태바
개운치 않은 목욕 후...
  • 김태종 시민기자
  • 승인 2006.04.2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침에 한 생각, 060427.
깨끗이 씻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으니
자연 목욕탕엘 자주 가지도 않는데
어제는 어쨌거나 목욕탕,
그것도 언저리에 있는 작은 목욕탕을 다 잡아먹은
큰 목욕탕엘 갈 일이 생겨,
할 수 없이 갔습니다.

목욕을 자주 해야 한다고 하는 서구인들의 위생관념이
14세기, 그들의 이웃 셋 중의 하나를 잃어버린
저 페스트라는 엄청난 전염병 때문에 생겨났음을 헤아리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깨끗하기만 한 것이 다 좋은 것은 아니라는 것,
그런데 이제는 그런 목욕을 하다가
그저 탕에 몸을 담그고 어쩌고 하는
'건강목욕'까지 생겨난 마당이 아무래도 마뜩치 않은 까닭은
그 자체가 우리 사회의 건강치 못함을 나타내는 척도라는 생각,
게다가 작은 것을 다 잡아먹는 대형화도 거슬리게 하는 흐름이고,
이래저래 그런 목욕탕 통 못마땅했습니다.

뿌연 김이 올라 저쪽에서 목욕하는 사람의 모습이 잘 안 모이고,
탕에는 그저 때를 불리기 위해서나 들어가며
마치 경쟁이라도 하듯 묵은 때를 벗기기에 여념이 없던
소박한 목욕탕이 그립다는 생각까지 들어
몸을 씻은 것과는 달리
개운치 않은 마음으로 목욕탕을 나왔는데

오늘 아침 문득
세심정(洗心亭)이라는 이름의 정자가 떠올랐습니다.
바람길 좋은 목에 정자 하나 지어놓고
불어오는 바람에 마음을 씻던 이들이 누구였을까
소박한 목욕탕과 함께 그려보는 동안
어제 그 개운치 않던 마음이 모두 씻겨집니다.

날마다 좋은 날!!!
- 들풀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