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시신, 뒤바뀐 피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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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바뀐 시신, 뒤바뀐 피해자
  • 충청리뷰
  • 승인 2002.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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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 서울병원, 착오로 바뀐 시신 노제서 뒤늦게 확인
화난 상주(喪主) 병원장 1차례 발길질, 폭행 가해자로 몰려

지난달 23일 지역신문에 ‘영안실에서 뒤바뀐 시신’이란 제목의 제천발 가십성 기사가 실려 화제가 됐다. 병원 영안실 직원의 실수로 발인날 시신이 뒤바뀌었고, 뒤늦게 노제에서 이를 알아챈 유가족들이 영구차를 되돌리는 소동을 벌여야 했다. 다행히 안치실에 있던 고인의 시신을 다시 찾아 화장을 치르게 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사태는 여기서 종결되지 않았다. 병원장에게 항의하던 상주가 흥분상태에서 발길질을 하는 바람에 오히려 폭력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 시신이 뒤바뀐 유가족 피해자가, 폭행사건의 가해자로 뒤바뀐 셈이다. 제천 서울병원을 무대로 벌어진 이번 사건의 진행과정을 되짚어본다.

지난 10월 20일 지병으로 제천 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모씨(74)가 숨졌다. 유가족은 병원 장례식장에 빈소를 바련하고 조문객을 맞았다. 고인은 6·25 상이용사로 한쪽 다리를 잃고 의족에 의지하다가 지난 97년 남은 다리마저 절단하는 불행을 겪었다. 장애를 가진 부친을 정성으로 모셨던 상주 이정열씨(45)의 슬픔은 하늘이 무너지는 듯 했다. 마침내 3일장이 끝나는 22일, 집앞 노제와 화장을 위해 아침 일찍 8시에 발인을 시작했다. 또한 대전 국립묘지에 안장하기 위해 일정을 서두를 수밖에 없었다.
제천 용두동 집앞에서 노제를 진행할 무렵, 상주 이씨의 10살바기 조카가 ‘저건, 할아버지 관이 아니다’고 말을 꺼냈다. 어린 조카는 고인의 시신을 염하는 과정을 창밖에서 유심히 지켜봤고 관을 넣은 냉동고 위치를 기억하고 있던 것. 그런데 막상 발인당시 관을 꺼낼 때 엉뚱한 위치의 냉동고 문을 열자 ‘저건 할아버지 것이 아닌데’라는 의문을 가졌던 것. 병원 장례식장에서 발인할 때도 똑같은 소리를 했던 조카의 말이 의심스러워 이씨가 관을 확인한 결과 엉뚱하게도 다른 사람의 관이었다.
엄숙한 노제 분위기는 일순간에 당혹감과 분노로 뒤바뀌었다. “아버님 관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순간, 뒷골을 얻어맞는 듯한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가? 평생 고생스럽게 억울하게 살아오신 아버님에게 마지막까지 이런 고통을 안겨드린다고 생각하니, 이런 불효가 또 어디 있을까 싶었다. 말문이 막히고 병원측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꾹 참고 영구차가 다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바뀐 관의 유가족들은 미처 발인을 하기 전이라 이씨 부친의 관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착잡한 심정으로 노제와 화장을 마치고 대전 국립묘지로 향하던 이씨는 끓어오르는 분노를 억제할 수 없었다. “병원장을 익히 잘아는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그만한 실수를 하고도 얼굴한번 비치지 않는 것이 너무나 괘씸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대전가는 도중에 운구차를 다시 제천으로 되돌렸다. 병원에 도착한뒤 1층 응급실에서 직원들에게 병원장을 데려오라고 요구했다”
얼마후 김정식원장이 응접실에 나타났고 흥분상태에 있던 이씨는 다가오는 김원장의 배를 발로 걷어찼다. 갑작스런 발길질에 쓰러진 김원장을 직원들이 감싸면서 상황은 수습됐지만 다중 앞에서 모욕을 당한 김원장은 폭행당한 사실을 경찰에 신고했다. 또한 2주 진단서까지 첨부, 가해자가 된 이씨는 경찰에서 진술조서를 받아야 했다. 한편 병원측은 뒤늦게 영안실 시신 안치료에 해당되는 60만원을 다른 사람을 통해 유가족에게 전달했다. 시신이 뒤바뀐 소동에 대해 안치료를 받지않은 것으로 갈음하자는 뜻이었다.
병원관계자는 “영안실 직원의 착오로 인한 실수를 내세워, 병원안에서 행패를 부리고 의사까지 폭행하는 상황은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우리 직원이 곧장 화장장까지 찾아가서 백배 사죄했고 장례절차가 끝나면 보상문제도 협의하자고 했는데 그렇게까지 나올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상주 이씨는 “만약 어린 조카가 발견못한 채 시신 화장을 끝냈다면 얼마나 큰 사건이 될 뻔했는가? 진심으로 사과한번 했다면 내가 그토록 화를 냈겠는가. 의료사업을 통해 지역에서 성공한 서울병원이, 지역 주민을 얕잡아보는 처사에 대해 참을 수 없었다. 더구나 발길질 한번에 2주 진단서를 끊고 경찰에 신고하는 사고방식이라면 도저히 양식있는 의료인이라고 할 수 없다. 그동안 서울병원에서 발생한 의료사고의 피해자 모임을 만들어 의료서비스 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독사물려 손가락 잘리고
주사바늘 부러져 복부에 박혀
독사 물린 환자 상처부위 악화 인하대병원서 절단수술

영안실 사건으로 뒤숭숭한 서울병원에 최근 또다른 피해자가 나타났다. 병원을 오가는 환자·문병객들에게 배포할 유인물까지 준비했다. 유인물 아래에 ‘2001년 재수없는 서울병원을 찾아 손가락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자신을 소개한 장본인은 이대우씨(38)다. 이씨는 지난해 8월 독사에게 손가락을 물려 서울병원에서 입원·통원치료를 받다가 증상이 악화돼 결국 인천 인하대 부속병원에서 손가락을 절단하는 수술을 받았다.
이씨는 8월 18일 밤 제천 화산동 집에서 제사를 준비하던 중 마당에 나타난 뱀을 발견했다. 상서로운 날이라 손으로 잡아 담밖으로 던지려는 찰나 오른손 검지손가락 끝이 뜨끔했다. 뱀에게 물리는 순간 ‘손가락이 뜨끔하면서 눈에 불꽃이 튀는 기분이었다’고 술회했다. 독사라는 사실을 알아챈 이씨는 고무줄로 손가락 아랫부분을 묶고 서둘러 시내 서울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당직의사는 응급치료를 하고나서 손가락을 치료시약에 담그고 있도록 처치했다. 애초 손가락만 부어오르다 점차 오른팔 전체가 퍼져 마치 ‘뽀빠이 팔’처럼 붇기가 심해졌다. 3일간 입원치료를 받고나자 붇기가 모두 빠졌고 담당의사도 ‘통원치료해도 괜찮다’고 진단해 퇴원하기로 했다는 것. 하지만 통증이 계속되는 바람에 담당의사가 이틀마다 통원치료 받으라는 지시에도 불구하고 매일처럼 병원을 들렀다.
증상이 차도가 없자 이씨는 8월 24일 본인이 자청해 재입원하게 됐다. “며칠 뒤 담배를 피우다보니 다친 손가락 끝에서 썩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담당의사에게 얘기했더니, 뼈가 썩을 확률은 10%에 불과하다고 대답했다” 의사는 1주일간 경과를 지켜보자고 했지만 손가락 상태에 불안을 느낀 이씨는 처가집이 있는 인천의 인하대 부속병원에서 진찰을 받기로 했다.
“인하대 병원 의사가 대뜸 ‘왜,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두었느냐’고 다그쳤다. 사진촬영을 해보고 수술여부를 결정하자고 했는데 결국은 ‘잘라야된다’는 얘기였다. 뼈가 이미 썩었기 때문에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이씨는 9월 7일, 오른손 검지손가락 첫째마디와 둘째마디 사이를 자르는 수술을 받았다. 손가락 절단결과 예상대로 뼈가 크게 손상된 상태였다. 상심한 이씨는 고향 제천으로 내려와 다시 서울병원을 찾아가 항의했지만 아무런 수습책도 마련되지 않았다.
지난 10월에는 말기암 환자가 복부에 찬 물을 빼내기 위해 서울병원을 찾았으나 주사바늘이 부러지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3mm가량의 바늘이 살에 박힌채 다른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사후처치에 대해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에대해 병원관계자는 “문제가 된 바늘은 PVC 재료인데, 제품 자체결함인지 간호사의 실수인지 아직 원인파악 되지 않고 있다. 부러진 부분이 작아 당장 환자건강에 이상을 초래할 정도는 아니라서 가족들과 협의해 제거수술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가족들과 원만한 합의를 한 상태고 환자의 추후 경과를 보고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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