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다이어트 알약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면서 수입이 금지되자 이 약이 정식 수입절차를 거치지 않은 밀반입 형태로 국내에 들어와 은밀하게 거래되고 있다.
보따리상이나 현지 여행자 또는 국제우편등을 통해 들여온다는 이 중국산 마약이 생활속으로 파고들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청주 동부경찰서는 8일 청주시 흥덕구 하복대에 있는 안마시술소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며 8종류의 향정신성 의약품을 동료에게 판매한 강모씨(청주시 상당구 북문로·남 51)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지난 1월중순 서울시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40대 초반 가량의 남자로 부터 ‘디아제팜’, ‘펜터민’등 향정신성 의약품 8종을 2회에 걸쳐 구입, 이를 보관해 왔다.
2월부터 청주 하복대에서 종업원으로 일하게 된 강씨는 그곳 종업원인 김모씨에게 위 제품 8가지를 임의로 섞어 조제한다음 ‘살빼는 약’이라고 속여 월 22만원씩을 받고 판매, 최근까지 6명의 안마시술소 여직원들에게 수백정의 캡슐등을 팔아 130여만원을 챙겼다. 강씨의 말을 믿고 이를 복용했던 직원들은 구토와 설사등 부작용에 시달려야 했다는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살빼는 약뿐 아니라 성기능 촉진제, 수면제, 각성제, 최음제등 정체불명의 중국산 알약에서 마약성분이 검출되고 있다”며 “중국에서 밀반입되는 약품들은 각종성분을 무분별하게 섞어 만든것이 대부분이다. 일시적인 체중감량 효과가 있을지 몰라도 결국 마약중독으로 돌이킬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고 경고했다.

중국산 다이어트약의 실체

작년 청주 모 대학에 다니던 L양은 대학에 입학하면서 전에입던 옷이 맞지않자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살이 찐 편이 아닌데도 자신이 뚱뚱하다는 강박관념이 스스로를 괴롭혔다. 그녀는 마침 친구로 부터 중국산다이어트 약이 효과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그 약을 구해 복용하기 시작했다.
약을 먹은지 1주일. 음식이 입에 당기지 않았고, 졸음만 밀려왔다. 체중은 점점 빠지기 시작했고, 약을 복용한지 1달만에 5Kg가까이를 뺄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즈음 매일같이 속이 쓰려왔고, 아침·저녁으로 구토증세가 심했다. 그러나 ‘이 기회에 살을 확실히 빼야한다’확고한 신념때문에 약복용을 멈출수는 없었다.
약을 먹은지 2달째. 계속해서 빠지던 살이 일정한 몸무게를 유지하며 더이상 빠지지 않았고, 약을 끊으면 폭식증에 시달려야 했다. 몸에 해롭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L양은 약을 먹을수 밖에 없었고, 자신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2달여가 지나서였다. 모든것에 무기력했고, 학업등 활동을 제대로 할수도 없었다. 고민끝에 그녀는 결국 정신과 치료를 받게되었고, 먹던 약을 끊었다. 먹었던 약에서 다량의 마약성분이 검출되었다는 것을 안 것은 후의 일이었다. 그녀는 의사의 권유로 식이요법과 운동을 함께 병행하며 잃었던 건강을 되 찾고 있다.

살 빼려면 식이요법과 운동
입증된 약물 보조적으로 복용해야

L양은 “그 약을 먹을수록 정신이 몽롱했다”며 “살이 빠진다는 이유로 지금도 많은사람이 제조가 불분명한 중국산 다이어트약을 복용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특히 미용실이나 건강원등에서도 이 살빠지는 약을 손님에게 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몸에 해로운 줄 알면서도 이 약에 미련을 못버리는 것은 단기간에 살이 빠진다는 것이지만 지나보니 건강만 해쳤다는 생각에 후회뿐이다. 즉각적인 효과를 위해 마약성분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청주시내 원구연신경정신과 원구연(47)원장은 “시민들 사이에 ‘살빼는 약’으로 잘못 알려져 유통되는 중국산 알약등에서 세로토닌(우울증 치료제)등이 빈번히 검출된다”며 “의학적으로 검증받지 않은 약제를 함부로 쓰다보니 비만 해소는커녕 건강을 해치기 쉽다. 정상적인 수입과정을 거치지 않고 무분별하게 밀반입된 약품의 경우 대부분 마약성분을 포함하고 있다고 보면된다. 필로폰계통의 마약성분이 함유되어 식욕억제 효과가 있긴 하지만 이는 일시적 현상일뿐 정신착란이나 심혈관질환등을 유발하는등 부작용이 심하다. 신체는 물론 정신건강 또한 큰 지장을 초래하므로 약물중독이 의심되면 즉시 의사의 도움을 받는것이 중요하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하면서 의학적으로 검증된 약물을 보조적으로 복용하는것이 건강을 해치지 않고 제대로 체중을 감량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약효가 뛰어난 데다 몇배의 차익을 남길수 있다’는 소문때문에 값싼 중국산 알약이 불법유통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이 ‘살빼는 특효약’이라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생각이 판매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