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닫는 폐의류업체, 쓰레기대란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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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닫는 폐의류업체, 쓰레기대란 현실화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4.2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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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도산하는 업체들, 예고된 대란에도 재활용시설 부족한 청주시
환경부 대책고민하며 상생만 요구, 구체적 가이드라인 미흡

코로나19로 인해 쓰레기대란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4월 들어 청주시 관내에 위치한 폐의류 분류업체 5곳 가운데 4곳이 문을 닫았다. 폐업한 폐의류업체 관계자는 폐의류는 수거업체들이 (우리에게) 가져오면 선별해서 쓸 만한 제품은 구제옷가게에 팔고 나머지는 해외로 수출한다. 해외수출품은 컨테이너에 보관하다가 무역상에 넘기는데 요즘에 코로나19로 모든 게 마비됐다. 쌓아 놓은 폐의류를 더 이상 보관할 길이 막막해 폐업신고를 했다고 전했다.

폐의류 분류업체들은 수거된 옷을 창고 등에 쌓아둔다. 자연 발생하는 습기를 빼주기 위해 매 주에 한두 번씩 옷을 뒤집는다. 출하일이 다가오면 폐의류를 콘테이너에 넣어 건조시킨 뒤 납품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수출은 마비됐다. 4월 초 kg당 약 150원에 거래되던 폐의류는 20일 현재 kg당 약 100원까지 떨어졌다.

청주시공동주택재활용품수집운반협의회(이하 협의회) 관계자는 수거업체들도 손해를 보면서 (폐의류를) 가져간다. 가격도 올 초 kg500원에서 1/5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익이 나는 다른 품목에서 벌충하고 있지만 점점 한계점이 보이고 있다만약 수거를 못하게 되면 폐의류도 폐비닐처럼 종량제봉투에 넣어 태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재활용품목 중 상대적으로 수출의존도가 높은 폐의류 시장에서 제 2쓰레기대란이 시작됐다. 향후 폐비닐, 폐의류 같이 수익성이 없는 재활용품목들이 늘어나 수거업체가 문을 닫으면, 일주일 내에 쓰레기와 관련된 모든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현행 <폐기물관리법>상 쓰레기 수거의 최종 책임자는 지자체다. 청주시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시에서는 공공수거할 계획을 세웠다고 전했다. 하지만 청주시에는 공공에서 재활용품을 선별 처리할 시설이 부족하다.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한 아파트의 재활용품 수거 공간 /육성준 기자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한 아파트의 재활용품 수거 공간 /육성준 기자

 

공간부족 휴암동 재활용선별장

 

청주시 휴암동 광역소각장 내에 위치한 공공 재활용선별장은 매일 약 50톤의 재활용쓰레기를 선별한다. 선별장은 2009년 청주시 인구가 60만 명일 때 공동주택과 상가의 재활용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통합 청주시 출범이후 인구가 85만 명으로 늘면서부터는 공간부족 문제에 허덕이고 있다.

대안으로 청주시는 내년까지 50톤짜리 선별장을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새로 만드는 선별장은 규모를 더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쓰레기대란의 본질적인 문제인 판로상실에 대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환경부에서는 17일부터 지자체·시민사회·업계 등이 참여하는 자원순환 정책포럼을 운영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 환경부는 포럼을 통해 논의한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하반기 폐기물 관리 정책의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 관계자는 폐기물 재활용 시장이 침체될 때마다 수거가 중단되고 있다. 이후 폐기물의 불법적인 처리와 장거리 이동 처리 등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는 점을 고려하면, 기존의 제도와 대책을 뛰어넘는 근본적인 전환이 시급한 상황이다그동안 오래된 관행, 복잡한 이해관계 등으로 추진하지 못했던 과제들도 이번 기회에 실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큰 틀에서는 폐기물 관리에 공공의 책임을 강화한다. 민간 시장에 맡겨진 재활용품과 사업장폐기물의 처리책임을 보조금 지급 등의 방식을 통해 지자체가 주도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만약 폐기물이 발생한 지자체에서 처리하지 못하고 다른 지역으로 갈 경우에는 해당 지자체에 보상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하지만 당장 쓸모 있는 대책들은 아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전국 곳곳에 쓰레기산이 생겨난다. 경기도는 화성 등지에서 처치가 곤란할 정도로 발생빈도가 높아지자 쓰레기 불법투기를 포착하면 현상금 1억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공표했다.

 

아파트는 재계약 난색

 

급한 불을 끄기 위해 환경부는 재활용시장 안정화대책을 내놓았다. 수거업체와 공동주택 간의 계약에 재활용품 가격하락이 반영되도록 지자체가 중재하여 계약사항에 가격연동제를 명시할 것을 권장했다.

하지만 공동주택 입장에서는 당장 수거업체와의 재계약조차 부담스럽다. 현행법상 공동주택이 예산을 세울 때 재활용품으로 인한 수익은 공동기여수입으로 처리된다. 공동기여수입은 대부분 장기수선충당금으로 활용키 위해 연간 일정액으로 책정된다. 만약 이 예산이 줄어들면 잡수입, 관리수입 등에서 충당해야 한다.

가경동 A아파트 관리소장은 공동주택들은 예산을 한국감정원에서 만든 ‘K아파트사이트에 공시한다. 공시내용과 아파트 운영사항이 다르면 감사대상이다수거업체들은 70%의 가격인하를 요구한다. 가구당 1200원씩 매월 60만원을 받고 있는데 재계약 하면 42만원을 관리비 등에서 벌충해야 한다. 코로나19로 관리비연체도 늘고 있는 상황에서 관리비를 올리거나 다른 예산을 차용해서 공동기여수입을 충당하면 주민반발이 심할 게 뻔하다고 토로했다.

이 아파트관리사무소는 같은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20184월 전국적으로 쓰레기 대란이 터졌지만 청주시는 선제적으로 권역별 재활용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해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민간에 지원하는 게 타당하냐는 문제가 제기됐고 보조금은 끊겼다.

20189A아파트는 세대 당 1400원에서 880원으로 단가를 낮췄다. 몇 개월 후 쓰레기대란이 일단락됐다는 언론보도가 나왔지만 정작 재활용업체의 형편이 시시때때로 변하다보니 계약기간 내내 낮춘 가격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로 인해 주민민원이 속출했고, 2019년 상반기 주민자치회와 아파트관리사무소가 운영계약을 갱신할 때 큰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

A아파트 관리소장은 돈을 적게 벌고 많이 벌고의 문제보다 임의로 가격을 바꾸면 주민과의 신뢰에 문제가 생긴다. 정부가 현장에 가격변동제를 권장한다면 구체적인 단가표 등 주민과 신뢰를 쌓을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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