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강한 나라 VS 문화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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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강한 나라 VS 문화의 나라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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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효 경 정효경성형외과원장
   
“나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부강한 나라가 되길 원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진 나라가 되길 원한다.

문화는 나 자신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남에게도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이는 김구 선생의 말씀이다.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이런 글을 읽을 수 있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야 할지 순진하다고 해야 할지 나는 판단을 유보하고 싶다.

하지만 김구 선생이 환생한다면, 그리하여 황사로 혼탁한 2006년 봄 한반도에 홀연히 돌아온다면 그가 환생을 후회하며 절망 속에 돌아서기 전에 소맷자락을 붙들고 꼭 물어볼 것이 있다.

산은 산답게 물은 물답게 하는 자연적 정의의 법칙 없이 문화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다. 정책결정권자와 다른 의견을 내는 사람은 무조건 사회적으로 매장하여, 정부의 독선과 정책오류를 아무도 견제할 수 없는 극단적 권위주의의 사회에서 진정으로 문화를 이야기 할 수 있는가 하고 말이다.

최근 보건복지부는 지난 2000년 의료계 파업과 관련해서 김재정 전 대한의사협회장과 한광수 전 서울시의사회장 2인에 대하여 2006년 5월 10일자로 의사면허 취소처분을 결정하였다. 위의 두 의료계 대표는 당시 의료계 파업 중에 업무개시 명령을 어겼다고 해서 이미 유죄판결을 받았으나 그 사안에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위반과 업무방해죄를 적용한 것도 상식에 어긋난다. 하물며 이것이 어떻게 면허취소의 사유가 될 수 있는지 정부의 부당한 권력남용이 놀라울 뿐이다.

당시 정부는 준비 안 된 의약분업을 강행하면서 ‘先시행 後보완’이라는 미명아래 정부의 의료정책 문제점을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하는 의사들의 평화적 시위를 폭력진압하면서 의료계 파업은 극한으로 치달았다.

2000년 봄에 나는 연세대학교 정문 앞에서 있었던 평화적시위에 동참하였었다. 그때 무장한 젊은 전경들의 몽둥이와 방패로 짓이겨지고 피 흘리면서 멱살과 머리채를 잡힌 채 끌려 다니는 중년의 동료들을 바로 내 눈앞에서 보면서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국가임이 맞는지 분노했었다. 또, 거짓말처럼 그 사건에 대해서 일제히 약속이나 한 듯 침묵하고 있던 국내언론에도 극심한 실망을 느꼈다. 오직 외신만이 그렇게 도저히 있을 수 없는 뉴스를 세계로 타전했을 뿐이다.

6년 전 의료계 파업은 정부의 잘못된 의료정책에 대한 의사들의 반대행동이지 ‘전문직 면허권한’에 따르는 직업윤리상의 의무위반행동이 아니었다. 당시 국정 최고 책임자까지도 잘못을 시인했고, 시행과정에서 너무나 많은 문제점이 드러나 실패한 정책의 대명사가 되어버린 의약분업을 반대한 것은 결코 면허취소의 사유가 안 된다. 의료대란의 원인제공자이자 주범인 행정당국과 정책입안자들에 대한 어떠한 책임추궁도 없이 의사의 직업적 소명의 수단인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상식을 뛰어넘는 독선이다.

정부가 정부 정책을 문제삼는 단체행동을 이유로 두명의 의협수장의 면허를 박탈하는 것은 그 면허로 유지되는 의사의 전문성, 자율성에 대한 근본적인 부정 뿐 아니라 정책의 실행 주체의 정치적 독립성을 인정하지 않고 권력의 노예로 삼으려는 정치탄압이다.

최소한의 시민권적 자유마저 인정하지 않는 시대착오적인 정부의 오만과 전근대적인 법체계가 횡행하는 이 사회에서, 귄위주의의 압박이 모든 다른 의견을 눌러버리는 이 때 김구 선생의 문화국가론을 문득 떠올리는 것은 생뚱맞기까지 하다.

어쨌건 봄은 다시 돌아왔다. 6년 전이든 지금이든 우리 정부가 변한 게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본다. 이렇게 숨조차 답답한 어지러운 황사 속에서 나지막히 김구 선생의 말씀을 되뇌어 본다면 이것은 순진한 걸까 아니면 미덕일까.

“나는 우리나라가 남의 것을 모방하는 나라가 되지 말고, 이러한 높고 새로운 문화의 근원이 되고, 목표가 되고, 모범이 되기를 원한다. 그래서 진정한 세계의 평화가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로 말미암아서 세계에 실현되기를 원한다. 홍익인간이라는 우리 국조(國祖) 단군의 이상이 이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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