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충북희망원의 흑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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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충북희망원의 흑역사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5.14 09: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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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비리 근절 논의로 노사갈등 이후 파행 계속
5년간 9건 사건 중 2건만 행정처분, 일벌백계 한 목소리

가라져야할 운명 충북희망원

그동안의 사건들

 

 

청주시는 331일 아동 학대, 성추행, 성폭력 등의 문제가 계속 터져 나오는 충북희망원을 폐쇄했다. 이어 충북도는 46일 충북희망원에 대한 법인설립 허가취소 처분 사전통지를 했다.

이번 결정은 충북희망원과 관련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미봉책으로만 덮어왔던 충북도, 청주시가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사건은 지난 26일 충북희망원 원생과 교사들이 청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희망원에서 계속 생활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앞서 청주시는 충북희망원이 신고하지 않고 은폐한 의혹이 있는 몇 가지 사건에 대해 행정처분을 내렸다. 먼저 2019년 발생한 원생 간 성범죄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300만원을 처분했고, 2017년 발생한 시설 종사자의 원아 학대 행위에 대해서는 사업정지 1개월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들은 사업정지처분 1개월은 너무 가볍다며 시설장 교체와 수사기관에 고발할 것을 촉구했다. 바로 다음날 충북희망원생과 교사들은 청주시의 사업정지처분이 가혹하다며 피켓을 들고 청주시청 브리핑룸에 섰다.

이후 지역사회의 여론은 들끓었다. 청주노동인권센터 등 10여개 단체로 구성된 충북희망원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가 꾸려졌고 아이들을 이용해 사업을 펼치는 시설장과 관련자들에 대한 교체 등 개선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청주시는 228일 원생 간 성범죄 사건에 대한 행정처벌로 시설장 교체를 명령했다.

하지만 반대측의 집회는 계속됐고 대책위는 33일 기자회견을 통해 양육환경 개선 등의 추가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후 청주시의회, 청주시,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이하 특별위)가 구성됐다.

 

시민사회 결단이 필요할 때

 

특별위의 논의 끝에 청주시는 38일 충북희망원에서 거주하던 32명의 아이들을 관내 다른 시설로 전원(轉院) 조치했다. 앞서 충북희망원 아이들은 2월 사업정지처분 이후 다른 시설에서 보호받고 있었다. 청주시는 충북희망원의 사업정지처분이 끝나는 시점에서 아이들을 본원으로 복귀시킬 계획이었으나 계속 드러나는 문제들로 인해 시설의 정상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이동한 시설에서 계속 보호하도록 조치했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에 대해 일부 아이들이 충북희망원으로의 복귀를 요구하며 천막농성에 돌입했다. 고아권익연대, 충북희망원 아동운영위원회 등은 아이들의 의사를 반영해 달라며 집회를 열었다. 이에 317일 대책위는 다시금 성명을 내고 충북희망원의 허가취소를 촉구했다.

성명을 통해 사회복지사업법에는 시설 거주자·이용자 간 성폭력 범죄가 3차 이상 발생한 경우 시설폐쇄 명령을 내릴 수 있다그동안 충북희망원에서는 다수의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시는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고, 행정처분도 내리지 않았다. 청주시는 충북희망원 시설폐쇄를 즉시 명하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희망원 사태는 총체적인 관리부실에서 비롯된 사건이다. 사회복지시설에 끊임없이 존재하는 일이 이번 기회에 수면위로 올라왔을 뿐이다충북희망원은 2010년 노사갈등이 벌어졌을 때도 내부에서는 갑질, 학대, 성추행 등이 만연했다고 기억했다.

 

 

보조금 받는 그들만의 왕국

 

201010월 충북희망원 측은 노조 결성에 따른 운영상 어려움이 있다며 청주시에 시설폐쇄를 신청했다. 앞서 충북희망원은 2007년 충북도 감사, 2010년 보건복지부 감사에서 총 4100만원의 보조금을 부당 사용한 것이 적발돼 환수조치를 받았다.

직원들은 충북희망원이 보조금을 받아 복지가 아닌 경영의 개념으로 사용했다고 주장하며, 조직 내 비민주적 운영 개선, 경영정보 공개, 비리근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노조를 결성해 충북희망원 경영진과 단체협상을 벌였지만 결렬됐고, 경영진은 운영이 어렵다며 시설폐쇄라는 강수를 뒀다.

문제가 터지자 노조는 경영진이 주장하는 노조 결성에 따른 운영상 어려움은 어불성설이라며 최근 3년간 5억원에 달하는 임금체불에 대한 채권 포기각서를 썼다. 그럼에도 경영진 측은 요지부동했다. 이에 충북시민사회연대회의에서는 충북희망원을 국가로 귀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며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시민단체가 강수를 두자 충북희망원 경영진은 노조와 적극적으로 협상했고 갈등은 급속도로 봉합돼 협상 7개월 만에 일단락됐다. 노조와 사측은 경영진의 인사, 경영권을 존중하고 법인 운영 규정을 준수키로 했다. 하지만 결론은 충북희망원을 상대로 제기한 민·형사 소송과 행정 조치를 취하하고 앞으로는 제도적 미비로 인한 사항에 대해 일절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했다. 미봉책으로 갈등을 마무리한 셈이어서 이후에도 문제가 계속 터져 나왔다.

최근 5년간 충북희망원에서 아동전문보호기관으로 접수된 사건은 총 9건이다. 신체·정서적 문제는 물론 방임·학대 문제도 불거졌다. 그럼에도 처분이 내려진 것은 9건 중 2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사례는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거나 혐의 입증이 어려워 종결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처벌을 피해가지 못했다. 대책위 관계자는 그간의 과정을 지켜보면 충북희망원 사건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이후 상처를 봉합해 가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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