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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엇 때문에 전두환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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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무엇 때문에 전두환인가
  • 한덕현
  • 승인 2020.05.2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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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청남대에서 전두환, 노태우 동상이 철거된다.

사실, 이 곳을 방문할 때마다 늘 느끼는 불편함이 있다. 하나는 역대 대통령의 동상이 너무 왜소·옹졸하게 제작되고 주변과도 잘 어울리지 않아 뜨악하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같은 대통령이었다 하더라도 민주화에 평생 헌신한 지도자와 권력 찬탈과 유지를 위해 동족을 대량 살상한 독재자들이 한자리에 어울려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충북도의 전두환, 노태우 퇴출 방침으로 그나마 이를 덜게 됐다.

지난 18일 광주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발포명령자와 민간인 학살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매년 열리는 기념식이지만 ‘발포명령자’라는 언급과 관련해선 올해 행사가 특히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잖아도 요즘, 당시의 헬기사격에 대한 논란이 더욱 고조되면서 최윗선의 발포명령자를 꼭 밝혀내야 한다는 여론이 더욱 힘을 싣고 있다. 이 문제 또한 조만간 역사의 심판대에 설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전두환은 여전히 안하무인이다. 국민들을 피해 다니며 골프채를 휘두르는 힘은 철철 넘쳐나도 자신의 과오에 대해선 환자 흉내만 내려하지 좀체로 입을 열지 않고 있다. 노태우는 그나마 아들을 내세워 광주학살에 대해 속죄의 뜻을 밝혔다. 만약 전두환이 이 정도라도 했다면 지금처럼 국민들에게 추악한 몰골로 비쳐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수쪽에서는 백담사 유배 등을 들며 이젠 용서할 때도 되었잖냐고 하지만 전두환은 이런 동정 자체가 허용되지 않는 인물이다. 아무리 용서라 하더라도 국민과 유족에 대한 진심어린 참회가 우선돼야 그나마 고려될 수 있다.

많은 국민들이 전두환의 응징을 끊임없이 입에 올리는 이유는 분명하다. 더 이상 국가폭력, 국가 권력에 의한 민족의 살육을 용납하지 않기 위해서다. 냉정하게 따지면 근대사 이후 우리나라의 비극은 다름아닌 권력을 잡은 지도자가 자행한 국가폭력에 철저하게 기인한다. 이를 냉소해 제도적 폭력이라고도 한다.

세계 역사에서도 가장 비참한 것은 국가권력이 저지른 자기 동족에 대한 대량 살육이다. 전쟁이나 무슨 혁명을 빙자해 타인의 생명에 위해를 가하는 것은 최소한 동기의 명분이라도 있다. 나라를 지키고 국민의 생명과 자산을 보호한다는 1차적 명분 말이다. 이 것이 아니고 특정인의 권력침탈과 그 체제의 수호를 위한 자기민족 살상은 그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선 이러한 비극이 너무도 많았고 그 결정적 배경은 6.25라는 전쟁과 분단, 그리고 지금도 헤어나지 못하는 좌우 이념의 굴레였다. 이를 악용한 대표적인 지도자가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이다. 말이야 국부라고 하지만 이승만의 권력은 발끝에서 머리까지 철저하게 자기가 지켜야 할 인민의 피를 먹고 만들어졌다. 규모가 큰 집단살육 건만 꼽아봐도 그가 얼마나 자기민족을 폄훼하고 저주했는지는 적나라하게 드러나고도 남는다.

제주 4.3사건, 여순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 국민방위군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문경양민학살사건, 산청 함양 양민학살사건 등 등....당시 무참하게 죽어간 수많은 부녀자와 어린 아이들은 권력의 ‘권’자와 이념의 ‘이’자도 모르는 사람들이다. 대략적인 통계로 이승만 체제에서 100만명이 도륙됐다고 하여 세계사에 전무후무하다는 평가까지 듣는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200만명의 자기민족을 살해해 20세기 최악의 비극이라는 캄보디아 폴포트 정권의 ‘킬링필드’와 비교되기도 한다. 세기의 악한(惡漢)이라는 히틀러조차 자기 민족은 죽이지 않았다.

각종 시국·조작 사건을 기획하고 공권력을 내세워 민간인 피해를 양산한 박정희, 전두환의 국가폭력은 이승만 못지 않다. 숱한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당했고 끝내는 5.18이라는 국가적 비극을 잉태하고 만다.

광주의 5.18 참사에 대해 여전히 오불관언으로 일관하는 전두환을 보노라면 독재의 천성(天性)을 보는 것같아 안타깝다. 모택동이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고 했고 스탈린이 “한 사람의 죽음은 비극이지만 백만명의 죽음은 단순한 통계치다”고 했듯이 독재자는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의 죽음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지금도 광주의 영혼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건만 그가 과거의 휘하들과 주지육림 만찬을 즐기고 골프장에서 희희낙락하다가 들통나는 현장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전두환은 올해 우리나이로 90세다. 제 아무리 신군부시절의 보안사령관 근성으로 버틴다고 해도 이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정리할 때가 되었다. 한 가지 바람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광주’를 향해 진실을 밝히고 국민과 유족, 역사 앞에 석고대죄 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광주 시민들은 그가 어차피 살만큼 살았으니 진심으로 용서하는 배달민족의 위대함을 다시 한 번 연출할 지도 모른다. 안 그러면 그를 기다리는 건 최악의 끝맺음(?)일 수도 있다. 보통 사람들도 나이가 들어 죽음을 앞두게 되면 그저 선해진다고 했다.

어쨌든 5.18로 대표되는 국가폭력은 더 이상 없어야 하고 바로 이 것이 대한민국이 거듭 태어나는 필요충분 조건이 된다. 민족적 비극의 악순환을 치유하지 못하면 이번에 코로나 대응으로 확인됐듯이 ‘민주국가 선진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의미는 약간 다르더라도 목하 이 나라의 화두가 되고 있는 사법개혁과 검찰개혁 역시 그동안 국민을 옥죄었던 국가폭력을 근절하기 위한 방책,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사법살인과 검찰살인으로 상징되던 국가권력의 남용과 이로인한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막자는 게 근본 취지라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국가폭력과 관련해 끝내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이같은 일탈된 권력에 부역했던 언론의 자화상으로, 이 역시 냉정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최근 KBS와 MBC 등이 자사 뉴스 등을 통해 5.18을 왜곡보도하고 독재를 미화한 것에 공개적으로 사죄 뜻을 밝히고 있지만 그런다고 해서 국가와 민족에 대한 당시의 죄악을 근본적으로 면죄받지는 못한다.

이제라도 권력기관의 오만과 전횡, 그리하여 이것이 국가폭력으로 이어지는 것을 견제하며 온갖 겁박과 압력에도 굴복하지 않고 맞서려는 용기, 바로 이런 결기를 제대로 곧추세우려 할 때만이 비로소 국민들은 언론의 뒤늦은 고해성사를 진정으로 받아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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