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의 위험한 갭투자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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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의 위험한 갭투자 열풍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5.21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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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3.9%)→2019(23.2%)→2020(35.0%) 외지인투자 증가
특별한 호재 없이 투기성 자본만 유입돼 주민피해 우려

들썩이는 청주아파트 시장

외지인들 청주로 몰려온다

청주시 오창읍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육성준 기자
청주시 오창읍의 대규모 아파트 단지 /육성준 기자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의 차이가 적은 주택을 매입해 단기간에 전세가를 올려 그에 따른 매매가 상승으로 시세 차익을 노리는 투자를 의미한다. 전국적으로 대출규제완화에 이어 아파트공급물량이 많았던 2014년부터 2~3년간 크게 유행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고 집값의 하락세가 시작되면서 갭투자는 집을 팔아도 세입자의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주택을 양산하는 빌미를 제공했다. 또한 갭투자를 통해 다주택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들이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도산하면서 분양시장에도 부담이 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이후 정부는 갭투자를 잡겠다며 전세대출 규제 등 강도 높은 대책들을 내놓고 있지만 아직까지 특효약은 나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수도권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가 집중되자 투기자본들이 상대적으로 집값이 싼 지방으로 풍선효과처럼 밀려왔다. 특히 청주는 전국에서도 알아주는 갭투자 대상지이다.

가경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청주의 낮은 집값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주말에 임장하러 동네를 방문하는 타 지역 사람들도 많다. 보통 한 사람이 수십 채씩 구매하는 경우도 다반사다만약 이들이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목적으로 집값을 올려 누군가에게 부풀려진 가격보다 조금 싼 가격에 팔고 나간다면, 피해는 폭탄 돌리기처럼 다음 타자에게 전가될게 뻔하다. 그리고 다음 타자는 실거주자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수치로 보는 갭투자

 

사람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기 때문에 외지인들의 무분별한 갭투자는 결국 지역 아파트시장에 악영향을 끼친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하는 월별 매입자거주지별 아파트 거래의 통계수치를 분석하면 관할시군 내 아파트 거래비율은 평균 80%남짓이다. 나머지 20%는 외지인들이 거래하는 비중으로 2006년 관련 통계 작성이후 오차범위는 ±1%를 벗어나지 않는다. 이를 두고 주거사회학에서는 거주지 주변으로 사회관계망이 형성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인접지에서 거주한다고 분석했다.

청주시도 상황은 비슷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수치에 이상이 생기고 있다. 앞서 청주시는 2017년 이후 과도한 아파트 물량 공급으로 인해 전국에서 악명 높은 최장기 미분양 관리지역이었다. 이 때문인지 2018년 외지인이 청주소재 아파트를 구매한 비율은 전체 거래량의 13.9%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21.1%에도 못 미치는 수치였다.

하지만 20199월부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별다른 호재가 없었는데도 외지인의 유입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이면에는 강화된 수도권 아파트 시장 규제가 있었다. 이후 외지인의 아파트 거래량은 20199463, 10453, 111096, 121545, 20201916, 2947, 3607, 4739건을 기록했다. 종전까지 월평균 200~300건이던 거래량이 지난해 9월을 기점으로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이 시기는 대전 사람들이 청주에 집을 사러 많이 왔다는 시점과 겹친다. 이들은 하복대, 모충동, 동남지구 등에 관심이 많았다. 계속해서 상승국면인 대전의 아파트를 구매하기보다 상대적으로 싼 청주의 아파트를 매입하자는 심리가 깔려있다는 분석이었다.

 

 

대비책 마련의 어려움

 

특히 청주시 상당구의 경우 2019년 말 외지인의 구매비율은 13.7%였지만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이미 지난해 상당구 전체 매매건수인 754건을 넘어섰다. 비율로 따져보면 약 31.7%가 외지인의 갭투자에 해당된다. 입소문을 타고 투자총량이 늘자 잠잠하던 동남지구 등으로 투기 분위기가 확산됐다.

외지인이 청주에 거주할 목적으로 아파트를 샀다고 보기는 어렵다. 특히 청주에는 당장 영향을 끼칠 부동산호재가 없다. 방사광가속기 등 개발사업이 호재이긴 하지만 아직 수년이 흐른 뒤에나 성사될 얘기이다. 결국 지금 청주에서 일어나는 아파트 호황 그리고 외지인들의 구매비율 폭등은 갭투자 등의 투자·투기목적 외에는 다른 이유가 없다.

이후 집값 부풀리기 등으로 인한 피해는 주민들이 떠안을 것이 자명하다. 이에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 청주와 더불어 갭투자 지역으로 손꼽히던 창원, 군산, 천안, 부산 등은 갭투자 피해주의보를 내렸다. 시민 피해를 최소화하자며 지역 부동산공인중개사를 대상으로 특별합동지도단속도 벌였다.

하지만 아직 청주시는 관련계획이 없다. 청주시의 경우 공인중개사에 대한 지도·감독 업무는 관할 구청에서 맡고 있다. 주로 공인중개사가 적법하게 영업행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관리감독을 하는 실정으로 갭투자에 대한 지도는 묘연한 상황이다. 이에 청주시 관계자는 갭투자가 투기 행위이다 보니 규제할 근거가 딱히 없지만 대안마련 필요성엔 공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청주시도 발 빠르게 타 지자체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부터 부동산 중개업소 집중단속을 시작했다. 피해방지 홍보 리플렛을 제작해 서울 전역의 공인중개사사무소에 배포했고 갭투자로 인한 세입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의무 등을 골자로 하는 '주택 갭투자로 인한 전세보증금 피해 예방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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