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동편지] 이지사님 요즘 누가 밥좀 삽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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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동편지] 이지사님 요즘 누가 밥좀 삽니까?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5.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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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덕 현 편집국장
사석에서 이런 재미나는 말을 들었습니다. 세상엔 정말 재미나는 일이 세가지 있다고 합니다. 내가 죽지 않는 전쟁, 내가 잃지 않는 도박, 뒤(?)가 생기지 않는 불륜이랍니다. 사실 이렇게만 된다면 굳이 마다할 사람이 없을 것같은, 귀가 쫑긋하는 얘기이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너무 살벌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런 편집증적 발상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겠지요. 그러니까 유머로 나돌고 있고, 마치 이솝우화의 신포도처럼 아쉬움을 토해야 상책일 것같습니다.

며칠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또 해고된 하이닉스 비정규 노동자들이 고공시위를 벌인다는 뉴스를 들었습니다. 지방선거 후보들마다 ‘적극 관심’을 표명하지만 1년 넘게 거리를 헤매는 이들에겐 공허하게 들릴 뿐입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팔걷고 나섰지만 하나도 진척된 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와중에 정리해고됐던 대우노동자가 다시 직장으로 돌아 왔고, 똑같은 비정규직인 현대하이스코 직원들도 전원 복직됐습니다. 하이닉스 비정규직들이 느낄 상실감이 안 봐도 눈에 선합니다.

근대 의회주의 발상지 영국의 마인드는 상식(커먼센스)과 타협(컴프로마이즈) 이었습니다. 그런데역사는 이런 고상한 생각에 항상 배신감을 안겼습니다. 자체 논리로 무장한 기득 세력은 늘 힘의 분배에 원초적인 거부감을 보여 온 것입니다. 때문에 일류사회의 변화는 타협과 양보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전쟁이나 혁명에 의해서만 가능했던 경우도 허다합니다. 더 나아가 한 때는 정복만이 인류를 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에 이르지 않았나요. 최근 하이닉스 사태를 보면 이런 섬뜩한 생각까지 갖게 됩니다. 분명 노동자들의 잘못도 있었겠지만 우리 사회가 ‘일하고 싶다’는 저들을 이렇게까지 방치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얼마전 이원종지사가 하이닉스 사태에 개입한다고 해서 많은 기대감을 갖게 했습니다. 그러나 들리는 것은 유럽외유에 이어 또 미국에 갔다는 소식 뿐입니다. 그래서 지금 시중에선 이에 대해 말들이 많습니다. 절정의 인기에서 불출마라는 엄청난 결단을 내렸기 때문에 사실 특별한 일없이 외유에 오른다고 해도 임기 말년이라 별로 탓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불출마 이후 염량세태(炎凉世態)를 걱정하며 관사 문설주를 뻔질나게 기웃거리던 사람들이 ‘지금도 그럴까’를 궁금해하던 선의의 주변인들은 뒷통수를 맞는 기분입니다. 이지사의 상실감을 우려했다가 되레 본인들이 더 배신감만 잔뜩 갖게 됐습니다. 서러운 삶에 지친 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충혈된 눈을 뒤로 하고 임기를 한달 남긴 시점에서 과연 외국에 가는 게 그렇게 중요한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저 거만한 기득권에 대해 지사로서 몽니도 부리지 못하는 것입니까. 우리도 혁명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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