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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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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것들
  • 충청리뷰
  • 승인 2020.05.27 1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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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농부 작가
최성현 농부 작가

 

오래 전에 도시로 떠난 한 80대 아주머니와 그의 두 아들을 마을 뒷산으로 봄나물을 뜯으러 갔다 만났다. 그들과 인사를 나누며 궁금했다. 이 사람들이 여기 온 것은 그들의 선산에 있는 조상의 무덤을 찾아온 것일텐데 왜 이들은 그 곳과는 다른 개울가로 난 길로 내려오고 있는 것일까? 아주머니는 웃으며 내 물음에 답했다.

“산소에 갔다가 가재가 보고 싶어서 개울물을 따라 올라가 봤어.” “가재요!?” 모처럼 고향에 와서 가재가 보고 싶었다니! 나는 놀라워하는 얼굴로 물었고, 아주머니의 얼굴은 거기서 어두워졌다. “그래 가재가 보고 싶더라. 그런데 이 게 무슨 일이니? 그 많던 가재가 한 마리도 안 보이더라! 너도 알고 있었니?”

물론 알고 있었다. 오랜 된 일이다. 내가 알기로는 10년도 더 됐다. 사실은 가재만이 아니다. 언제부터인가 제비도 오지 않는다. 아마 둘은 비슷한 시기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게 아닐까?

둘 다 흔하던 것들이다. 옛날에는 돌마다 들어 있었다고 해도 좋을 만큼 가재가 많았다. 제비도 때 되면 돌아왔다. 한 해도, 한 집도 빼먹지 않고 돌아왔다. 그렇게 흔하던 제비와 가재가 언제부터인가 보이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고 있다.

돌아오지 않는 것은 그것만이 아니다. 연못이나 물 많은 고래실논에 살던 논우렁이도 사라졌다. 날개를 떼어내고 삶거나 볶아먹던, 우리 마을 사람들은 쌀방개라 불렀던 물방개도 언제부터인가 안 보인다. 논에 흔하던 벼메뚜기도 어느 때부터인가 보기 어려워졌다. 셋 다 어렵지지 않게 한두 사발을 잡거나 건져서 밥상에 올릴 수 있던 것들이다.

또 있다. 맑은 물도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 산골 마을의 크고 작은 하천이 모두 소위 똥물이 됐다. 그렇게 더러워져 이제 아무도 개울에 나가 고기를 잡지 않는다. 봄이나 여름이면 개울가에 나가 하던 천렵 문화도 어느 새 맥이 끊겼다. 고기잡이만이 아니다. 이제 아무리 더워도 아무도 몸을 씻으러 개울에 나가지 않는다. 간혹 낚시질을 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들도 잡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아니, 먹지 못한다.

봄에는 어디나 그렇듯 이곳에도 여름 철새들이 돌아온다. 소쩍새를 비롯하여 호랑지빠귀, 꾀꼬리, 백로, 황로, 왜가리, 개개비, 파랑새, 물총새, 청호반새, 되지빠귀, 할미새사촌, 뻐꾸기…… 등이 돌아온다.

그 가운데 뻐꾸기는 세 종류가 온다. 뻐꾸기를 비롯하여 검은등뻐꾸기, 벙어리뻐꾸기가 그들이다. 셋 다 해마다 4월말쯤이면 돌아오고는 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돌아오는데, 올해는 달랐다. 4월을 넘겨 왔다. 검은등뻐꾸기는 5월 1일에, 뻐꾸기는 5월 11일에야 그들의 첫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벙어리뻐꾸기는 5월 25일인 오늘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불길하다. 왜 그런가? 벙어리뻐꾸기가 오지 않는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사는 곳이 살기 안 좋아졌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가재, 제비, 논우렁이, 물방개, 벼메뚜기 등도 까닭은 같다. 오고 싶지 않은 것이다.

우리 사회는 돈만 있으면 될 것처럼 알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돈으로 안 되는 것도 아주 많다. 새, 벼메뚜기, 가재, 논우렁이, 물방개 등도 억만금, 아니 우리가 가진 돈을 모두 다 준다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

그 따위 없어도 괜찮지 않느냐고? 그렇지 않다. 결코 그렇지 않다. 새나 곤충이 줄어들면 그만큼 세상이 쓸쓸해진다. 볼품없어진다. 가난해진다. 살맛이 나지 않는다. 더구나 그 일은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위대한 조화가 깨지며 대규모 전염병이나 병충해와 같은 재난이 일어난다. 벌이 줄어들면 그만큼 우리 주변에서 과일이 사라진다. 80대 노인이 고향에 와서 보고 싶었던 것이 가재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지구/자연 중심의 길로 바꿔 나가야 한다. 농업은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자꾸 줄여가야 한다. 우리의 삶 또한 물과 땅과 하늘을 덜 오염시키는 쪽으로 자꾸 바꿔가야 한다. 그것이 언제부터인가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들을 불러오는 가장 좋은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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