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쓰기 위해 만든 '우리마을 뉴딜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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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쓰기 위해 만든 '우리마을 뉴딜사업'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05.28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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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비와 11개 시·군비 합쳐 706억원 도내 전역에 쪼개 줄 예정
“이것이 무슨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냐” 지적 잇따라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지난 6일 충북형 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지난 6일 충북형 뉴딜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지금은 뉴딜사업 전성시대
충북도의 대책

충북도는 코로나19로 갑작스런 경제위기에 내몰린 도민들을 위해 지난 6일 ‘우리마을 뉴딜사업’을 내놨다. 도는 총 706억원을 투입해 도내 11개 시·군에서 생활밀착형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예산은 충북도와 각 시·군이 절반씩 부담한다. 이시종 도지사는 이것이 포스트 코로나 사업으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고용창출, 주민 숙원사업 해결, 주민자치 실현이라는 1석4조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는 지나친 기대감이고, 경제활성화와 고용창출이라는 효과를 거두기 어려운 일회용 일자리에 불과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사업은 돈을 쓰기 위해 일을 하는 식이다. 그러자 일각에서는 차라리 그 돈을 긴급재난지원금 형태로 도민들에게 나눠주는 게 낫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루스벨트대통령은 1933년 미국의 대공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뉴딜정책을 실시했고, 이것이 경기부양을 이끌었다. 루스벨트의 뉴딜정책 골자는 빈곤층 구호사업, 재정지출을 통한 경기회복, 시장개혁 등 세 가지라고 한다. 뉴딜이란 단어는 여기서 나온 것이다.

우리는 올해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맞이했다. 세계는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뉠 만큼 여파가 컸다. 그래서 미래시대에 맞는 정책이 필요했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대책으로 크게 디지털+그린 뉴딜이라는 한국판 뉴딜 추진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디지털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 디지털화가 중심이다. 그린 뉴딜은 온실가스 감축 등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충북도 지역형 뉴딜정책을 수립해 우리지역에 맞는 일자리를 만들고, 이를 통해 경제를 일으켜야 한다는 의견들이 많이 나왔다. 다른 지역도 여기저기서 뉴딜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이른바 ‘뉴딜전성시대’가 도래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뉴딜이란 단어를 붙이려면 심사숙고해서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에 우리경제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해결책을 담은 뉴딜정책을 제시하라고 쓴소리를 한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충북도의 ‘우리마을 뉴딜사업’도 돈을 쓰고 마는 단순한 사업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도비와 11개 시·군비 각각 353억원이다. 이 돈은 도내 시단위 행정동에 2억원, 군단위 행정리에 2000만원 이하씩 돌아간다. 도는 각 시·군에서 동·리별 사업을 결정토록 하고, 도에서 2차 적격심사를 한 뒤 6월말까지 사업을 확정키로 했다.

도에서 대상 사업이라고 정해 놓은 것은 생활밀착형 및 고용창출이 많은 주민숙원사업이다. 그러면서 마을안길 포장, 체육공원 조성, 주차장 설치, 스마트형 냉온열 의자 설치, 마을쉼터 조성, 꽃길조성 등을 예로 들었다. 건 당 500만원 이상 돼야 한다. 불가라고 밝힌 것은 일회성 행사, 마을회관 등에 러닝머신이나 안마의자 같은 기구를 구입하는 것이다.
 

충북도 “건설·장비업체 도와주기 위한 것”

그러자 각 동·리에서는 갑자기 이 돈에 맞는 사업을 만들어내느라 고민에 빠졌다. 의견을 모으고 있으나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얘기도 들린다. 충북도에서 이 사업을 확정하는 것이 6월 말이므로 시간도 충분치 않다. 이 때문에 쉽게 돈을 쓰되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는 사업을 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도에서 돕고자 하는 계층이 혜택을 받을 것인지도 의문이다.

또 일부 사람들은 이런 사업이 과연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한다. 모 씨는 “시단위 동에서 2억원 이하, 군단위 리에서 2000만원 이하의 사업을 하려면 소규모사업 밖에 할 수 없다. 그런데 이를 포스트 코로나 대책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충북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아도 이 사업은 일부 사람들을 돕는 성격이 강하다. 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어려워진 계층을 돕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던 중 도내 모 군수가 이런 사업을 건의했다. 충북도에서는 여러 계층을 핀셋지원하고 있다. 그 중 이 사업은 소상공인, 건설·장비업체 등을 도와주기 위해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후속대책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단기적인 일자리 창출이 맞다. 각 동·리에서는 지역업체와 수의계약을 맺어 필요한 사업을 하면 된다. 소규모사업을 신속집행해 경제위기에 내몰린 사람들을 돕자는 게 골자다. 언젠가는 해야 하는 주민숙원사업을 지금 힘드니 당겨서 하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이 사업이 필요하다는 여론도 있다. 도내 모 지역 공무원 A씨는 “주민숙원사업인데 군에서는 미처 신경을 못 쓰는 게 많다. 그리고 지역업체들은 일이 없어 걱정이니 상부상조하면 좋지 않겠느냐”며 “다만 돈을 허투루 쓰지 말고 꼭 필요한 일에 쓰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은 지난 21일 충북형 뉴딜사업보다는 지역화폐로 재난지원에 나서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충북의 뉴딜은 흡사 동네마다 슬레이트 지붕을 올리고 마을안길을 콘크리트로 포장하던 새마을 사업을 떠올리게 한다. 도가 이 사업을 하는 것은 직접지불 지원이 ‘퍼주기식 사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시종 도지사는 도내 11개 시·군과 절반씩 부담해 전체 1/3에 해당하는 23만8000가구에 각 40~6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주기로 했다. 그러나 정부의 지급계획이 나오자 철회했다. 그러자 지금도 도민들 사이에서는 ‘충북도는 왜 따로 안 주느냐’며 불만을 터뜨린다.

도는 뉴딜사업 추진을 위해 도내 전체를 돌며 현재 설명회를 하고 있고, 각 시·군에서 자체 추진단을 구성해 일을 하도록 했다. 도는 기획관리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추진단을 구성하고 총괄반, 세부사업지원반을 조직했다. 또 사업을 마친 뒤 우수마을을 선정해 인센티브를 준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의구심이 든다.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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