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택 시대, 고조되는 관가 긴장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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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택 시대, 고조되는 관가 긴장감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6.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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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정치인 도지사 “누굴 위해 종을 울릴까”

“10년 이원종체제에 변화는 필연적” 공감
임기 초기 이미지가 성공적 도백 담보할 듯

   
▲ 정우택 도지사 당선자에게 쏠리는 눈길은 복잡하다. 그 중에서도 도내 최초 정치인 출신 도백이라는 점이 당장 많은 도민들에게 각별한 관심을 안기고 있다. 사진은 환호하는 정우택 당선자.
/ 사진=육성준 기자
한나라당 정우택후보의 충북도지사 당선을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인 부류가 있다. 물론 공무원들이다. 이는 향후 변화에 대한 긴장감의 발로일 수도 있고, 역으로 기대감의 표출일 수도 있다. 충북에서 정치인 출신 도백이 탄생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95년 6월 민선 지방자치 실시 이후 충북에선 고위 관료를 지낸 주병덕(민선 1기) 이원종씨(민선 2, 3기)가 도지사를 이어 왔고, 기초자치단체장들도 대부분 관료 출신들이 독식했다. 비록 김현수 전 청주시장, 엄태영 제천시장 등이 정치인과 전문직 종사자의 신화를 만들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전직 관료는 지방자치단체장 등극의 보증수표가 된 것이다.

때문에 정우택 당선자가 도민, 특히 공무원 사회에 안기는 의미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정치인 출신이면서도 과거 자민련 시절 공당의 핵심으로 역할할 정도로 이력이나 스타일에서 ‘완전 정치인’의 면모를 보여 온 그가 과연 앞으로 어떤 도정을 펼지가 궁금해지는 것이다.

정우택 당선자는 이미 이에 관해 주변으로부터 많은 얘기를 들었다. 선거전 초기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상대후보를 월등히 앞서자 그의 캠프엔 사람들이 많이 몰려 들었고, 이들로부터 향후 청사진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들었다. “당선을 가정해 우리 후보에게 덕담을 건네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찾는 사람들이 하나같이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고 주문할 땐 곤혹스럽기 그지 없었다”는 정 당선자측 인사의 말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어쨌든 충북 도정의 변화는 필연적이다. 꼭 정 당선자가 정치인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이미 조직 내부적으로도 이런 변화를 강력히 요구받고 있다. 중간에 3년의 주병덕 체제를 거쳤지만 관선과 민선을 통틀어 무려 10년을 이어 온 ‘이원종 표’ 도정은 더 이상 장강의 뒷물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도민들이 이원종 도정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면서도 항상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던 그런 부분까지 정 당선자는 알아서 채워야 할 판이다.

도정에 대한 향후 구상과 관련해 정우택 당선자의 의중을 엿볼 수 있는 근거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난 게 없다. 다만 그동안 선거전을 통해 측근이나 지인들에게 잠깐 잠깐 내비친 언사나, 사석에서 오고간 말들을 종합해 보면 그 일단은 어느 정도 감지할 수 있다. 한 측근은 “도지사가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선 당선자 뿐만 아니라 공무원들도 모두 공감할 것이다.

아직 밝히기는 곤란하지만 이미 나름대로 분명한 자기소신을 갖고 있고 간간이 이에 대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충북도의 현 공직체계에 대해 썩 좋은 인상만을 갖고 있지는 않다. 정 당선자 스스로 뭔가 달라져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는 것같다. 다만 그 정도와 규모, 시기 방법 등에 대해선 나도 궁금할 뿐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 당선자는 한 사석에서 도백으로서의 조직관리와 인사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낸 적이 있다. 조직 내부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도 임기 초기에 본인의 이미지를 분명히 심어줘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친 것이다. 그러면서 도내 공직사회의 구심력적인 지향성, 즉 밖으로 튀어나가기 보다는 일정 울타리를 치고 그 안으로만 집착하려는 소극성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당시 자리를 함께 했던 한 인사는 “사용하는 수사가 점잖으면서도 상황에 따라선 직설적이었다.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가로 고민이 많은 것같더라. 다른 사람의 얘기를 많이 들으려 하면서도 본인의 입장도 숨기지 않았다. 내가 보기엔 자신의 향후 운신에 대한 관가나 도민들의 반응을 많이 의식하는 것같았다. 이런 맥락에서인지 몰라도 취임 초기엔 여론과 주변 사람들이 도와줘야 한다는 말을 여러 번 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아주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그는 “공직사회가 역사를 거스를 수는 없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본인을 비롯한 공무원들은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도지사가 바뀌는 것에 대한 도청 내부의 반응은 일단 긴장이다. 개개인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원초적으로 우리같은 공직사회는 변화에 특히 민감하다. 솔직히 어떤 주군을 만날지 모르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 공직자들도 많은 부분 변화에 대한 절박성을 공감한다. 할말은 아니지만 그동안 이원종지사 체제에서 잘한다 잘한다 하니까 직원들이 진짜 모든 것을 잘하는 줄 착각하는 측면도 있다. 내가 보기엔 일잘하는 사람도 있고 나이 들면서까지 하는 일없이 자리만 차지하는 사람도 있다. 만약 정 당선자가 도정에 변화를 준다면 이런 옥석을 가려 조직진단부터 제대로 해달라고 부탁하고 싶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나를 비롯한 많은 공무원들이 느끼는 지금의 긴장감은 어느 시점에 기대감이나 실망으로 바뀔 수도 있고, 후자일 경우 이는 곧 정치인 출신에 대한 큰 배신감으로 변질될 것이다”고 말했다.


정우택 당선자에 대해선 어쩔 수 없이 최초의 정치인 출신 도백이라는 점이 부각돼, 이것이 향후 그의 평가에 많은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에 따른 숱한 얘기가 시중에 나돌고 있다. 선거에 참패한 열린우리당 관계자는 “우리로서야 그동안 문제삼은 정 당선자의 도덕성과 선거법 위반 의혹 등이 분명하게 세상에 알려져 후속 조치가 따를 것으로 기대하지만 어쨌든 당선을 축하한다.

다만 정우택 당선자의 개혁이나 변화 의지가 공직사회와 도민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려면 한가지 분명히 할 점이 있다. 새 도지사의 움직임에 있어 공정성을 결여하거나 측근 인사를 중용하는 식의 사(私)가 개입된다면 가장 먼저 등을 돌리는 집단은 바로 자신 휘하의 공직사회일거다. 이럴 경우 정 당선자는 초장부터 어려움에 처할지도 모른다. 정치인 출신 도백이 성공하려면 과거 관료출신 도지사보다 몇배 이상 잘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당장 비난에 직면하게 되고, 우리 충북은 또 4년동안 잘못된 선택에 대한 후회를 곱씹어야 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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