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비 걱정 없는 주택단지 ‘가온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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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비 걱정 없는 주택단지 ‘가온누리’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6.18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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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가두는 패시브 하우스 방식, 에너지 80% 절감해 전기세 반값
정부는 제로에너지 장려하지만 지자체는 미흡, 확산 위한 대책 필요

포스트 아파트바람이 분다

친환경 패시브 하우스

 

양촌리 패시브 하우스 단지 ‘가온누리’
양촌리 패시브 하우스 단지 ‘가온누리’

청주시 서원구 양촌리 가온누리2.7L의 패시브 하우스 촌이다. 인근에서는 건축가 마을로도 널리 알려졌다. 건축가 다수와 사업가 등 관련직종에 종사하는 구성원들이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패시브 하우스 단지를 만들면서 입소문을 탔기 때문이다.

가온누리는 2017년 세명의 건축주가 함께 토지매입을 하면서 시작됐다. 건축하기 전부터 8명의 각기 다른 소유주들이 거의 매주 만나 마을 전체의 경관을 논의했다. 함께 단지 전반을 구성할 수 있도록 협의를 거쳤고,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에너지제로형 패시브하우스로 건축할 것, 둘째 외부재료와 지붕의 형태를 동일하게 하여 단지의 성격을 가질 것, 셋째 단지 내 도로 경계부는 생울타리 담장 등의 낮고 투명한 경계로 구성할 것이었다.

패시브 하우스는 단열재 등을 사용해 내부 열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막아 에너지 사용량을 절감하는 집을 의미한다. 에너지 사용량을 정량화 해보자는 취지에서 집 앞에 1당 석유사용량을 표기하는 L 하우스라는 식으로 표현한다.

한국 주택의 평균 기름 사용량이 116L인 점을 감안하면 패시브 하우스는 80% 가까이 에너지를 절약하는 셈이다. ‘가온누리에 살고 있는 한 주민은 “4인 가족이 40평대 집을 유지하는데 온수, 난방비까지 포함해서 1년에 기름 값이 100만원이 채 안 된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유지비가 획기적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패시브 하우스는 정부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을 통과해야 인증을 받을 수 있다. 단위면적당 전기, 석유를 얼마나 사용하는가에 따라 등급이 나뉜다. 이를 위해 인증기관은 건축물의 벽면 두께, 창호의 종류 등을 어떻게 설계했는지를 살펴본다. 또한 건축물의 소재지, 고도 등에 따라 평가하는 항목에도 차등을 두었다.

가온누리를 조성한 무심종합건축사무소의 유보영 건축사는 패시브 하우스는 내부와 외부의 온도편차를 적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설계단계부터 누기, 단열, 차양 등에 초점을 맞춰 집을 계획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단열성능이 강화된 자재, 고성능 프레임 3중 유리, 열교환장치 등을 설치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실내에서 생활하면 그 온기로 인해 겨울에는 난방 없이도 실내온도 20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또한 태양광패널을 사용해 전기료가 월 평균 6000원 남짓이다. 여름철 4인 가족이 에어컨을 실컷 가동해도 전기료는 2만원 안팎이다.

단열을 하고 누기를 막기 위해 3중창을 하고, 틈새마다 마감 처리한 패시브 하우스 내부 /무심건축사무소 제공
단열을 하고 누기를 막기 위해 3중창을 하고, 틈새마다 마감 처리한 패시브 하우스 내부 /무심건축사무소 제공

 

건축비는 높은 편

 

패시브 하우스를 꿈꾸는 사람들은 집에 투자를 해서 쾌적한 환경을 만들려고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건설단가가 평당 약 800만원으로 높은 편이다. 단열을 위해 들어가는 자재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고, 자재들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벽면이나 마루 등도 좀 더 고가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온누리주민들도 처음에는 건축비용 때문에 망설였다. 하지만 살아보니 패시브 하우스가 훨씬 이득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주민은 청주 집값이 많이 올라 신축 32평 아파트가 5억이라고 가정하면, 같은 값에 마당 있는 패시브 하우스 45평을 지을 수 있다만족도는 패시브 하우스가 훨씬 높다. 유지비용까지 생각하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가온누리의 경우에는 여섯 가구가 한 번에 단지를 구성했기 때문에 호당 평균 600만원으로 건축비용이 적은 편이었다. 그래서 가온누리를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지인들이 함께 패시브 하우스 짓는 사례가 늘고 있다.

패시브 하우스는 에너지 절약의 대명사가 되었다. 집을 넘어 모든 건축물로 확장되는 추세다. EU2019년부터 새로 짓는 건축물에 대해 의무적으로 건물 에너지 절약 지침(EPBD)’을 지키도록 했다. 이에 발맞춰 국토교통부는 <녹색건축물 조성 지원법 시행령>을 개정해 올 1월부터 모든 연면적 1000이상의 건축물을 신축할 경우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을 의무화했다.

가온누리 패시브하우스 집안 내부
가온누리 패시브하우스 집안 내부

 

저변확대 위해 지원 필수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에너지를 최대한 가두는 개념의 패시브 하우스와 건물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만드는 액티브 하우스를 합친 용어다. 제로 에너지 기준에 따라 건물을 지으면 취득세를 15% 감면하고 주택도시기금 대출한도를 20% 상향하는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하지만 지자체들은 관련 조례가 없어 주택을 짓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충북도에는 녹색건축물을 지으면 일정부분 예산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례가 제정돼 있지만 시·군 지자체에는 관련 조례나 규칙이 미비하다.

반면 타 지자체들은 광역뿐 아니라 기초자치단체에서도 조례나 규칙을 만들어 친환경 건축물에 지원을 하고 있다. 경기, 강원, 충남, 경남, 전남도 등은 친환경 건축물을 지으면 호당 2000만원 내외의 예산을 지원한다.

유 건축사는 우리지역이 만약 예산문제로 금전적인 지원을 할 수 없다면 건폐율을 더 높여주는 방안을 적용해서라도 제로에너지 하우스를 장려해야 한다제로에너지 하우스는 에너지 소비량을 최대 80%까지 줄이고 탄소 배출량을 억제해 국가 에너지 수급을 원활하게 돕는 주택이다. 이를 장려하기 위해 정부에서 제도를 만들었지만 지자체에서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으면 민간으로 확산되기 어렵다. 현재 공공분야에만 지원하는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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