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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해 소망은 무엇이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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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새해 소망은 무엇이었나?
  • 충청리뷰
  • 승인 2020.07.01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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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현 농부 작가
최성현 농부 작가

 

이제 아무도 손글씨 편지를 쓰지 않는다. 어느 때부터인가 그 문화는 우리 곁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나는 손글씨 편지가 좋아 하루 한 통씩 손글씨로 엽서를 쓰고 있다. 그것이 6월 27일인 오늘로써 640편째다.

그런 나조차 올해는 한 통도 손글씨 연하장을 쓰지 않았다. 어느 해부터인가 오지도 않고, 보내지도 않는다. 그렇게 세상이 변했는데, 올 설에 손글씨로 쓴 연하장 한 장이 내게 왔다. 인천에 사는 지인이었다. 귀해 반가웠던 그 연하장은 이런 놀라운 선언으로 시작됐다.

“새해엔 개처럼 살기로 했습니다.” 아니, 소라면 또 몰라도 개라니!?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며 다음 글을 읽어야 했다. “그동안 사람처럼 살려고 아등바등 고생했기에 반성하는 의미에서 올해는 다르게 살아보려 합니다.”

그 까닭이 다음 글에 이어졌다. “한 후배가 썼습니다. ‘개는 밥을 먹을 때 어제의 일을 생각하지 않고, 잠을 자면서 내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는다’고. 그렇게 살기로 했습니다. 카르페디엠입니다.” 카르페디엠? 처음 듣는 말은 아니었지만 뜻이 아리송했다. 사전을 찾아보았다.

고대 로마 공화정 말기의 시인인 호라티우스의 시에서 따온 말이라 했다. 직역하면 ‘오늘을 잡아라’인데,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에서 국어 교사인 키팅이 학생들에게 이 말을 ‘지금 여기를 살라’는 뜻으로 쓰며 유명해졌다고 했다. 키팅은 공부에 찌든 학생들이 안쓰러워 그들을 향해 이렇게 외친다. “카르페디엠. 오늘을 살아라. 지금 이 순간의 너희를 즐겨라.”

지인의 후배 말에 따르면 개가 그렇게 산다는 거였다. 맞는 말이었다. 개를 눈여겨 본 사람은 안다. 개는 늘 편안하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 내일 일을 미리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제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을 살기 때문이다.

개는 삶의 고수다. 지금 그대로 더 바랄 게 없다는 걸, 벌써 충분하다는 걸 안다. 더 욕심내지 않는다. 살아 있다는 그것만으로 그냥 좋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으로 이미 충분하다. 그걸 알고 즐겁게 산다. 그렇다. 말은 쉽지만 아무도 그렇게 못 산다. 몇 안 되는 인생의 달인만이 그렇게 산다.

그렇다. 지금 여기가 좋기만 한 것은 아니다. 온갖 일이 그 안에서 벌어진다. 때로는 딱 질색인 사람도, 정말 만나기 싫은 일도 지금 여기에는 있는데, 그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달리 길이 없다. 그것이 무엇이든 기꺼이 받아들이고 즐겁게 해내는 길밖에.

그는 그 연하장을 이런 말로 끝맺고 있었다. “바람이 있다면 개처럼 무한하게 사랑하고 있는 그대로 사랑받는 것입니다.”

개의 사랑은 크고 진실하다. 개는 일터에 갔던 집안의 남자가 골목길로 접어들면 벌써 알고 짓기 시작한다. 일이 있어 자정을 넘긴 날에도 그렇다. 남자의 아내와 자식들은 잠이 들어 내다도 안 보는 깊은 밤에도 개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서면 벌써 알고 짖는다. 반가워 겅중겅중 뛰며 현관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그런 사랑, 그의 발자국 소리만 들어도 겅중겅중 뛰게 되는 그런 사랑을 하며 지인은 살고 싶다는 거였다! 두 말할 것 없다. 사랑, 그것을 놓치면 망가진 인생이다. 그것이 1순위다. 그것을 절대 뒤에 놓아서는 안 된다.

벌써 6월 하순이다! 상반기 6개월이 끝나고, 하반기가 시작된다! 새해를 맞으며 꾼 꿈을 그새 잊지나 않았는지, 잘 해내고 있는지 돌아봐야 할 때다. 꿈은 논밭의 곡식과 같다. 절로 자라지 않는다. 돌봐야 한다. 벌레가 끼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하고, 물주기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

늦지 않았다. 아직 반년은 남았기 때문이다. 상반기에 소홀히 했던 소망이 있더라도 지금부터 다시 가꾸기 시작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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