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에서 식품만 사? 옷도 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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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식품만 사? 옷도 사지”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0.07.29 09: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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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성안길 업계 터줏대감 ‘리썸’ 2017년 온라인판매 시작
“변화에 적응하고 유행 따라가야…머잖아 특별한 공간 만들 것”
서정란(왼쪽) 대표와 일손을 거들고 있는 그의 딸 이채영 씨/육성준 기자
서정란(왼쪽) 대표와 일손을 거들고 있는 그의 딸 이채영 씨/육성준 기자

 

유통시장에서 온라인 판매 비중이 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식료품 매출의 급증을 시작으로 이젠 의류시장까지 영역이 확대됐다. 주인공은 온라인 영세자영업자들이다. 주식시장에서 동학개미운동이 일어난 것처럼, 온라인 마켓에서는 대형자본의 영역을 중소업체들이 점령했다. 이들의 무기는 발빠른 태세전환이다. 누구보다 유행에 민감했고, 시간을 쪼개가며 빠르게 움직였다. 이로 인해 대형업체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고 몇몇 대형 유통업체들은 오프라인 점포를 정리하고 있다.

이런 현상을 두고 누군가는 코로나19로 인한 반사이익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운이 좋아 단기간에 성공할 수 있어도 운영 철학이 없다면 살아남지 못한다. 운영자들이 부지런해야하는 것은 필수다.

 

오랜 노하우로 안목키운 게 성공비결

 

청주 성안길에서 온·오프라인 매장 리썸(LISSOM)’을 운영하고 이세마·서정란(47) 부부는 가격, 디자인 안목, 유연한 사고가 온·오프라인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이라고 설명했다또한 그의 딸 이채영(22) 씨는 부모님의 노하우를 온라인(li_ssom)에 잘 접목해 리썸의 경쟁력을 키우는데 한몫했다.

보세의류는 브랜드 의류와 다르게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다. 옷감 등의 재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디자인이다. 서 대표는 전에는 디자이너들이 일본에서 샘플을 보내면 한 달 내로 유사한 제품들이 시장에 나왔다. 그렇지만 지금은 디자이너들이 홍콩에서 샘플을 보낸다. 그리고 3·3·3 법칙에 따라 열흘이면 이미 시장에 풀린다. 그런 변화의 흐름을 잘 읽고 물건을 구비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보세의류 업계에서 말하는 3·3·3법칙은 원단 고르는데 3, 물건 찍는데 3, 배송해서 물건 받는데 3일을 의미한다. 성공한 이들은 물건의 디자인만 봐도 옷이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지 없을지 감을 잡을 수 있다고 한다. ‘리썸의 대표들은 오랜 노하우로 안목을 키워왔다. 20년 넘게 서울 동대문, 인천 부평, 일산, 대전, 청주 등에서 보세 의류업을 하며 실력을 쌓아왔다. 현재는 연 매출 9억원 남짓의 온·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이 고향인 부부는 각각 대형 의류회사에 취직하며 업계에 뛰어들었다. 2000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동대문에서 의류사업에 도전했다. 서 대표는 “300평 규모의 창고에 봄·가을에는 청바지, 겨울에는 패딩을 직접 제작해서 팔았다. 동대문 제1평화시장을 다녀간 사람 중에 우리 가게 옷 안산 사람이 없었을 정도다당시에는 며칠만 장사하면 드럼통에 현금이 가득 찰 정도로 인기가 좋았다고 회상했다.

부부는 직접 디자인한 치노바지, 면바지, 오리털 패딩을 대량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2002년 갑작스런 위기가 찾아왔다. 월드컵 열기로 인해 빨간 티셔츠를 제외한 다른 옷들은 전혀 팔리지 않았다. 큰돈을 투자해서 만든 옷들은 재고로 남았고, 부부는 결국 도매사업을 접어야 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소매를 배우기 위해 당시 거래처였던 한 의류업체에 취직했다. 직원으로 4년간 일하며 부평지하상가, 일산 등에서 일했다. 남편인 이 대표는 물건을 고르고 사입하는 일을 배웠고, 부인인 서 대표는 매장을 운영하는 노하우를 익혔다.

청주시 성안길에 위치한 리썸 오프라인 매장 /육성준 기자
청주시 성안길에 위치한 리썸 오프라인 매장 /육성준 기자

 

도전의 연속, 지금은 온라인

 

그리고 2008년 다시 사업장을 열었다. 도전을 위해 아무런 연고가 없는 대전으로 내려왔다. 서 대표는 처음 일을 시작할 때만 해도 동대문을 벗어나면 물류 등에서 큰 손실이 있었다. 하지만 몇 년 사이 물류 시스템이 체계화됐고 장소의 제약이 없어졌다당시 부산, 대구는 보세의류시장이 컸다. 프로급 경쟁자도 많아서 비교적 경쟁이 적은 대전에서는 한 번 해볼만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부부는 잠잘 시간을 쪼개가며 소비자들의 호응에 보답했다. 2010년에는 보세의류 수요가 늘기 시작한 청주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성안길에도 매장을 냈다. 그리고 2017년 온라인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시작은 성공적이었다. 서 대표는 네이버 등에 입점했고 초창기에는 하루에 200개 정도 판매했다. 하지만 2018년 하반기 경기가 급락하면서 온라인업체들의 매출이 크게 하락했다. 2019년에는 직원채용에 어려움을 겪어 판매량을 오랫동안 회복하지 못했고 최근에 다시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다. 현재는 하루 20~30개씩 판매한다고 말했다.

1년 남짓 뒤뚱거렸지만 그사이에 온라인 의류업체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기면서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서 대표는 판매대행사에 광고를 해야 매출이 오른다. 골든타임에 광고하기 위해서는 월에 최소 400만원에서 1000만원이 필요하다. 경쟁이 치열해서 판매대행사들이 광고할 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업체의 소비자만족도, 시기에 맞는 물품구성, 반품횟수, 배송지연횟수 등을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리썸은 이런 조건을 충족해 수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마켓 상위에 자주 등록된다. 옷을 고르는 안목을 갖고 있는 부부가 합심한 결과다. 이를 위해 부부는 늘 공부를 한다. 유행을 파악하기 위해 SNS로 다양한 연령과 소통하려고 노력하지만 언제나 아쉬운 점은 있다.

서 대표는 제가 20~30대 때 40~50대 업계 사람들을 보며 변화에 왜 이렇게 느릴까라고 생각한 적 있다. 거꾸로 지금의 20~30대가 저를 보며 그러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만큼 유행을 따라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열심히 노력해서 온라인 마켓을 더 키워보고 싶다. 그리고 머지않아 청주 외곽에 옷을 구매하면서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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