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암세평] 유물과 유적은 공공의 재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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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암세평] 유물과 유적은 공공의 재산이다
  • 충청리뷰
  • 승인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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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도내에 있는 향교와 서원 그리고 영당 등 유교유적을 찾아 다닐 기회가 있어 관리하고 계시는 분들을 만날 자리가 많았다. 유교관련 유적을 찾아 다니면서 근방의 사찰내 보관하고 있는 탱화를 만나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었다. 탱화라면 안심사와 청주 보살사의 괘불탱화를, 또 영정으로는 청원군 구봉영당의 보한재 신숙주영정을 비롯하여, 보은군 익재영당의 이제현영정 또 제천 황강영당에 있는 우암과 수암 등 다섯분의 영정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탱화야 불심 그 자체일 것이고, 영정의 초상화는 그야말로 선인들의 생전 모습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심지어 살아 생전의 병력(病歷)까지도 짐작케 할 정도라니 그 세세한 표현방식에 자못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진품명품이라는 TV 프로그램이 있다. 소장하고 있는 유물을 가지고 나오면 전문가들이 감식하여 즉석에서 값을 매기는 방식이다. 여기서 매겨지는 값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경우에 따라 수천원에서 수억원대까지 말 그대로 천차만별이어서 보는 이의 관심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이러한 프로그램의 영향은 실로 무서운 것이어서 시청자들에게 우리 문화재의 소중함을 일깨워 주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 그러나 그에 따른 폐해도 만만치 않다. 특히 회화류 유적을 소장하고 있는 대부분의 사찰이나 영당 등에서는 프로그램의 영향인지 최근들어 그 분실사태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한 사찰에서는 탱화의 분실을 막기 위해 고가의 CC-TV를 설치하여 밤새 경비를 늦추지 않고 있으며, 또 다른 영정의 경우에는 2중, 3중의 철문으로 방비를 하는 것도 모자라, 영당근처에 얼씬만 하면 즉시 달려와 경계의 눈초리로 신분확인을 한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유물과 관련된 내용은 차라리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다. 탱화속의 부처님이 사바대중을 만나는 일도, 또 영정속의 선인들이 후학이나 후손을 만나는 일도 이렇게 어려워서야…
현재로서는 가까운 박물관이나 유물전시관 등 공공기관에 위탁관리하는 방안이 있다. 보은군 탄부면에 있는 익재영정의 경우가 그렇다. 얼마전에 분실하였던 것을 서울까지 가서 겨우 찾아다가 지금은 충주박물관에 위탁관리하고 있다. 또한 평소에는 모사본을 보관하고 있다가, 제향이나 기타 필요한 행사때에만 잠시 진본을 가져다가 모시는 것도 한 방법일 수 있다. 더우기 요즘은 모사(模寫) 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전문가조차도 자세히 보기 전에는 구별하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말이다. 허나 실제로 영정이나 탱화의 경우에는 ‘진영(眞影)이 아닌 가짜를 모실 수는 없다’는 관념 때문에 그 또한 쉬운 일이 아니다.
이제는 유물이나 유적에 대한 관념이 사유재산이 아니고, 타인의 사용을 배제하지 않은 채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공공재로서의 인식전환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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