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21C 정보화 시대의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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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생각한다] 21C 정보화 시대의 대통령
  • 충청리뷰
  • 승인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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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C 최초의 이 나라 지도자를 뽑는 대통령선거가 끝났다. 정보화시대에 걸맞게 선거전에서 투개표상황에 이르기까지 텔레비전과 인터넷을 비롯한 매스미디어의 역할은 눈부셨다. 21C는 흔히 정보화의 시대라고 한다. 정보를 실어나르는 휴대폰 하나만 보더라도 편리한 디자인과 고도의 디지털화는 하루가 다르게 거듭하고 있다. 디지털화의 일차적인 목적은 영상과 음성정보를 보다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한 것이다. 전달대상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달함으로써 정보이용자가 대상의 속성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된 목적인 것이다.
그러나 텔레비전이나 컴퓨터, 휴대폰 등 정보화기기의 눈부신 발전은 하나의 역기능을 수반했다. 땀구멍까지 보여주는 디지털화면에서 자신의 모습을 미화하기 위해 남녀노소 할 것없이 성형과 미용에 집착하는 풍조가 등장하면서 그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
보다 심각한 사정은 부정확한 판단을 유도하기 위해 정보와 증거를 왜곡하려는 노력이 대통령선거를 앞둔 정치권에서 치열하게 전개된 것이다. 정부의 대북사업 4천억 비밀지원설, 정치지도자 자녀의 병역비리은폐 의혹, 국정원의 도청의혹 등 나라의 기강을 뒤흔드는 의혹들이 선거의 전초전 소재로 일찌감치 등장하였고 본격적인 선거전에 돌입하고 나서는 행정수도 지방이전과 서울공동화 논란, 대통령 후보의 사상 불안문제 등이 제기되면서 우리 사회에 혼란과 갈등을 증폭시켰다.
정부와 정치인들 그리고 언론까지 가세하여 죽기살기로 공방전을 벌이면서 국민들의 판단을 흐리게 하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지만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어느 것이 설(說)이고 어느 것이 사실인지. 그것은 무슨 확증이 있어서가 아니라 상식에 기초한 지혜가 있기 때문이다.
옛날 중국의 《여씨춘추》에 이르기를, 도리를 아는 선비가 귀한 것은 보이는 것을 가지고 보이지 않는 것을 아는 지혜때문이라고 하였다.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고,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으로 인해 존재한다는 상식을 깨달아 아는 지혜는 참으로 소중하다. 사람의 외모는 보이지 않는 속사람이 드러난 모습이며 남을 위해 희생하는 행동은 보이지 않는 속사랑의 발로이다. 컴퓨터 화면에 떠오르는 영상도 따지고 보면 보이지 않는 소프트웨어로 인해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21C 첨단정보화시대의 권력자나 정치인들이 비속해 보이는 것은 그들이 뻔히 드러난 사실을 가지고서도 이해관계에 얽혀 모른다고 시치미를 떼거나 아니라고 우기기까지 하는 뻔뻔함 때문이다. 이런 시대에 상식을 알고 도리를 아는 지혜로운 지도자는 어디서 찾을 것인가.
어느날 간디가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올라탔다. 그 순간 신발 한짝이 벗겨져 플랫폼 바닥에 떨어졌다. 기차가 움직이고 있어서 간디는 신발을 주울 수가 없었다. 간디는 얼른 나머지 신발 한짝을 벗어 그 옆에 던졌다. 의아해하는 옆 사람에게 간디는 나직히 말했다. “가난한 사람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내 신발 한짝을 주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아무 쓸모가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나머지 한 짝마저 갖게 된다면 그렇지 않을 것입니다. “
새 대통령이 진정한 국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이해관계에 집착하지 않고 주권자인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한다. 국민을 우선시하고 공평무사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명확한 판단력이 생기고 청렴결벽해야 비로소 위신이 생기는 것이다. 국민들은 대통령이 잘 신고있는 신발 두짝을 가난한 자들을 위해 벗어던지라고 요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 짝만 남은 신발이라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신을수 있도록 나머지 한 짝마저 떨어진 신발 옆에 던지는 지혜를 바랄 뿐이다. 보이는 것을 통해 보이지 않는 것까지 정보화시대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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