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 정체성을 확립하겠다”성방환 전교조 충북지부장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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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교육 정체성을 확립하겠다”성방환 전교조 충북지부장 당선자
  • 충청리뷰
  • 승인 2002.1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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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조직운영, 정책 대안 제시, 학운위 협의회 구성 등 공약제시

이미 선거공보를 통해 큼직한 인물사진으로 접했지만 직접 만난 성방환 당선자(45·충북고 교사)의 모습은 생경했다. 노랗게 물들인 그의 긴 머리는 무채색의 학교 교무실에 홀로 펄럭이는 깃발이었다. 굳게 다문 턱과 부리부리한 눈매가 비합법투쟁을 겪은 ‘전교조 1기’ 교사의 면모를가늠케했다. 성당선자는 지난 7일 제11대 전교조 충북지부 지부장 선거에 단독출마해 유효투표의 98% 찬성을 이끌어냈다. ‘참교육·참세상을 향해 행동하는 전교조’라는 선거슬로건을 내건 성당선자는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결연한 의지를 나타냈다.

인간적인 ‘반골’ 지회장으로 알려져

성당선자는 89년 전교조 결성과 함께 조합에 가입했고 학교 현장을 지키며 해직동료들의 뒷바라지와 조직지원에 앞장섰다. 99년 전교조 중앙위원으로 선임됐고 2000년 전교조 충북지부 정보통신국장을 맡으며 본격적인 조직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특히 지난해 도내 조합원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청주지회 지회장에 선출돼 2년간 조직관리자의 역량을 검증받은 셈이다. 청주지회 활동을 통해 ‘반골’ ‘강성’의 원칙론자로 이미지를 구축했다.
“아마도 김영세교육감 퇴진운동에서 강성 이미지를 남긴 것 같다. 대전고법까지 찾아가 1인 시위를 벌였고 관사 앞에서 텐트농성을 하자고 제안했었다. 그만큼 김 전 교육감의 아성이 두터웠고 상황이 절박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난 강성은 아니고, 좀 질긴 구석은 있는 사람이다. 3200명의 조합원을 안고있는 충북지부가 누구 혼자 튀어서 움직일 상황은 아니지 않는가. 가능하면 함께 가자는 것이고, 원칙이 서면 싸움이든 설득이든 질기게 해 볼 생각이다”
성당선자와 청주지회 일을 함께 해온 같은 충북고 정모교사는 선거공보 추천사에서 ‘그는 확실히 거친 발로 뛰는 사람이다. 함께 일하면서 그의 부지런함에 혀를 내둘렀다. 또 그는 아주 인간적이다. 무엇보다 사람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최우선으로 둔다’고 촌평했다. 실제로 성당선자는 노조집행부의 격무를 덜고 조직의 활성화를 위해 ‘인력 풀’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많은 조합원들과 활동공간을 공유해 참여욕구를 높이고 상근자들의 재충전이 가능토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조합원 교육프로그램 강화한다

최근 충북지부는 도교육청과 단체교섭에 최종합의해 차기 집행부의 부담을 한결 덜게됐다. 교섭권 위임문제로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기도 한 김천호교육감이 전교조와 막판 대타협을 본 것이다. 이에대해 일부에서는 선거법위반혐의로 위기에 처한 김교육감이 정략적으로 교원단체 껴안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신임 교육감은 교원노조와 관계를 재정립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지만 완고하게 결속된 관료조직의 장막에 가려있다고 본다. 선거법위반혐의가 드러난 것은 분명히 유감스럽다. 하지만 현행 교육감선거법상으론 후보자를 알리는 일 자체가 쉽지않다.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고 따라서 현행 선거법 때문에 선출된 지 1년도 안된 교육감이 현직유지에 영향을 받는 판결을 받는다면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현 교육감과 카운터 테이블에 안게 될 차기 지부장의 발언으로는 뜻밖의 연성(?)이었다. 칼끝을 감추려는 전략적 발언이기 보다는 충북 교육의 오늘을 그만큼 고뇌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성당선자의 공약중에 학교운영위원협의회 구성안도 눈길을 끈 대목이었다. 민주적 학교운영을 위해 학부모, 교사, 지역인사가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는 학교운영위원회를 본 궤도에 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원래 청주지회에서 지역단위 협의회를 만들 생각이었는데, 실행하지 못했다. 학교 전반의 개혁은 교사들의 의지만으로 어렵고 학교운영위를 통해 학부모와 협력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선 뜻이 맞는 학부모·교사위원들이 시·군별로 모여 협의체를 구성할 것이다. 김영세 전 교육감 때 조직된 학교운영위원장 협의회와는 전혀 성격이 다른 것이다. 학교 교육 내실화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공부하는 모임으로 운영할 것이다”

학운위협의회 통해 현장개혁 앞당겨

최근 전교조 교사들을 중심으로 도교육청의 일방적인 체육 특기종목 지정과 학교매점 운영의 문제점이 집중부각되고 있다. 도교육청도 문제점을 인정, 제도개선을 약속하고 학교매점의 공개경쟁입찰 개선안을 마련하는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 교원노조 조직을 통하지 않고 현장 교사들 중심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풀어나가는 새로운 해법을 제시한 사례였다. 이밖에 전교조 정체성 확립방안으로 조합원 학교를 개설, 2년간 전체 조합원의 1/2 이상이 참여토록 하고 자체 연수프로그램을 마련해 3세대 활동가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성당선자의 장발 사진에 대해 독자에게 어떤 설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왜 선생님이 머릴 기르고 염색까지 하시는지… “우리 세대가 두발문제로 학교생활의 억압을 많이 받았던 것 아닌가? 지금도 남학생의 경우 두발제한을 받는데, 마치 TV속 연예인만 그런 머리를 할 수 있는 것처럼 생각할 정도다. 난 교육이 사고의 틀을 깨고 다양성을 일러주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머리도 길러보고 염색도 시도한 것인데, 학생들도 보기 좋다고 하니까 굳이 깎을 생각은 없다” 카메라 앞에서 손가락 빗질을 하는 그의 노란 머릿결이 마치 사자의 갈기처럼 빛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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