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명상
상태바
휴가 명상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8.10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 명 주 (원불교 서청주 교당 주임교무)
   
달궈진 도로가 식지 않는다. “에어컨이 없었으면 어떻게 살까” 스위치를 누르는 손끝마다 더위가 줄줄. 산으로 바다로 연신 사람을 나르는 자동차들이 뿜어내는 열기. 지구는 연일 무더워 연일 수은주는 30도 아래를 내려오지 않는다. 더위의 씨앗들은 쉴 새 없이 뿌려진다. 악순환이다. 밤에도 환한 불빛 아래서 말매미는 여전히 목청껏 울고, 기온은 여전히 덥다. 가열된 지구의 8월 풍경이다.

“교무님, 더운데 어떻게 지내세요?” “네. 덥게 지냅니다.” “휴가 안가세요?” “네. 글쎄요.” 가는 것도 엄두를 못내고, 그렇다고 자연적으로 시원하게 지낼 …… 하다가 ‘아! 그렇지! 휴가 명상, 순간순간 휴(休)를 체험하자’. 명상은 사실 쉼이다. 모든 생각의 쉼. 내려놓음.

내려놓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를 달구고 있는 생각들의 내려놓음. 그래서 명상에는 참으로 ‘편안함’과 ‘행복’이라는 암시가 들어 있고, 텅 빈 고요 속에 가득한 충만을 각성하는 시간이기에 휴가와 내용으로 보면 비슷하다고 봐도 억측은 아닐 듯싶다.
휴가는 좋은 재충전의 활동이다. 그러나 자칫 휴가가 일상의 탈피만을 쫓다보면, 장시간 고강도 노동으로 몸과 마음이 되레 더 지쳐 버릴 수도 있다. 다시 활력 넘치고, 모든 고통과 걱정에서 벗어난 진정한 휴식을 누릴 능력은 명상적인 생활에서 점점 가능해진다. 일상 생활 속에서 명상은 그 방법을 알면 쉽고 간단해서 누구라도 마음만 내면 할 수 있다.

우선, 자기가 하는 모든 일상생활에 ‘명상’이란 단어를 붙여보자.
세수 명상, 식사 명상, 운전 명상, 전화 명상, 빨래 명상……그리고 그 일을 하기 전에 자신의 마음을 보는 것이다. ‘어떤 마음인가?’를 알아차리면 명상이 된다. 명상의 핵심은 스스로의 마음을 스스로가 아는 것이다.

거울에 몸을 비춰보듯이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을 스스로 마음거울에 비춰보는 것이다. 어떤 마음으로 전화를 받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밥을 먹고 있는지. 어떤 마음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지. 그 마음을 알면 마음을 다스릴 수가 있는데 그 마음을 알아차리기까지가 세심한 반복 훈련을 요한다.

며칠 전 일이다. 약속을 저버린 상대에게 몹시 화가 나서 전화를 한 분이 있었다. “왜 화가 났습니까?”라고 묻기 전에 “화가 무섭게 일어나는 마음이시네요.” 그대로 그 마음을 표현해 주었다. 그러자 바로 그 순간, “하하. 그러게요. 화가 나네요.” 하면서 어조가 편안하게 바뀌면서 차분히 자신의 상태를 얘기하시는 것을 보았다.

이렇게 명상은 관찰이다. 마음 작용의 관찰이다. 일어나는 마음을 알고, 그 마음이 사라지는 것을 보는 관찰. 일어나는 마음 현상을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지 말고 그대로 관찰하고 있으면, 모든 것이 순리대로 스스로 정리가 된다. 누구나 마찬가지다. 누구나 화로부터 나를 떼어놓을 수 있다. 떼놓기만 하면 누구나 숱하게 일어나는 감정들로부터 관련됨이 없이 나를 편안하게 행복하게 유지할 수가 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을 볼 수 있으면 모든 문제의 해결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화난 마음이 한 단계 더 진전하기 전에 쉼을 갖고, 관찰하면 우리 생활이 명상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명상적인 일상이 얼마나 나를 안전하게 성장시켜 가는지 체험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사회도 더욱 더 명상적인 방향으로 변해 갈 것이다. 올바른 이해와 올바른 해결이 명상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