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연착륙, 앞으로의 과제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
상태바
성공적 연착륙, 앞으로의 과제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것
  • 한덕현 기자
  • 승인 2006.08.17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우택의 선택, 이명박 손학규를 벤치마킹하라!
정무부지사. 충북개발원장 인사는 세대교체 여망에 청신호
“4년후 긍정적 평가가 향후 정치적 큰 뜻의 관건 될 것”


정우택 도지사에 대한 평가가 서서이 고개를 들고 있다. 아직 두달이 채 안된 재임 기간이지만 벌써부터 사석에서는 긍·부정의 얘기가 적극적으로 교차한다. 이에 결정적 단초를 제공한 것은 지난 11일 적십자충북지사회장 선출로 대략 마무리된 소위 초미의 관심을 끌었던 자리에 대한 인사다. 정무부지사, 충북개발원장, 적십자충북지사회장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인사과정은 새롭게 등장한 정지사의 단면을 엿보게 하는 좋은 계기가 됐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은 경제특별도 건설을 자신의 브랜드로 내건 정지사를 이들 세 자리의 인선과 연관시켜 평가하려고 한다. 정지사 체제에 대한 미래예측의 잣대로 여기는 것이다.

정지사는 숱한 논란 끝에 오랫동안 공석이던 정무부지사와 충북개발원장을 50대 초반의 노화욱(53·전 하이닉스반도체 전무) 이수희씨(52·전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본부장)로 결정해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의 인사는 당초 정지사가 구상한 ‘완벽한 작품’은 아니다. 지역의 인력풀이 워낙 취약하다보니까 고심 끝에 나온 대안 성격이 짙다. 때문에 호랑이를 그리려다가 고양이에 덧칠을 했다는 일부 비판도 받지만 보편적 여론은 매우 긍정적이었다. 지역 최대 화두인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을 도민들에게 확실하게 심어 준 것이다.

특히 주변의 집요한 여론조성에도 불구, 충북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수희씨를 충북개발원장에 전격 발탁함으로써 정지사는 본인의 색깔을 분명히 했다. 적어도 충북의 새로운 수장으로서 본인의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있어 그동안 지탄의 대상이 된 구세력, 혹은 기득권 층의 논리에 결코 휘둘리지 않겠다는 소신을 대내외에 각인시킨 것이다. 이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10년 묵은 체증이 다 내려가는 기분이다”며 반겼다. 이는 노화욱 이수희 두 사람의 향후역할이나 역량과는 별개 문제다. 정우택지사의 내적 지향점을 의식한 반응인 것이다.

정지사는 최근 어느 사석에서 손학규를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여기엔 여러 의미를 띠지만 당장 향후 정치적 운신과 결부시킨 해석이 가능하다. 지금 정우택지사의 관심은 두 마리 토기에 집중돼 있다. 우선 성공적인 도지사로 평가받아야 하고, 이를 배경으로 정치적 업그레이드 즉 본인의 말대로 중부권 대권주자로서의 위상을 다지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그의 시선은 성공적 광역자치단체장 수행 후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명박과 손학규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른다.

가장 긴장했던 도청공무원이 되레 가장 호평?
주변 여론은 얼마든지 다양하게 있을 수 있는 것


   
▲ 그동안 관심의 대상이 됐던 요직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지은 정우택지사는 당초 예상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조직을 장악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도지사직의 성공적 수행 뿐만 아니라, 충북을 대표하는 정치가로서 향후 본인의 정치적 입지를 동시에 다져야 하기 때문에 앞날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다.
“처음엔 바짝 긴장했는데 지금은 아주 편합니다. 무슨 위기의식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을 갖고 있습니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지금의 안도가 걱정되기도 합니다. 분명한 자기 잣대가 있는 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지 또 모르지 않습니까?” 충북도의 한 관계자가 어렵게 꺼낸 얘기다. 정우택지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다.

지난 5·31 지방선거에서 정우택지사가 당선된 초기만 하더라도 관가의 예단은 한마디로 ‘긴장’ 그 자체였다. 정지사가 야인 내지 후보시절 틈만 나면 공직사회의 일대 혁신을 강조했던데다, 지방자치 실시 이후 도내 최초의 정치인 출신이라는 점이 강조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도지사 직무 인수위원회를 가동, 초장에 군기를 잡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한 몫을 했다. 특히 민감함을 안긴 것은 그동안 낙하산 인사 내지 퇴직자 경로우대 시비를 불러 일으켰던 지방공기업에 대한 쇄신을 강조한 점이다. 인수위원회 활동에서도 이 것이 유별나게 강조됨으로써 당시 관가는 물론 지역사회 일반에서도 “한바탕 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며 심한 경우 괴담 내지 피바다론까지 거론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상황은 정 반대다. 가장 경계심을 표출했던 도청 공무원들이 오히려 신임 정지사에 대해 가장 긍정적 평가를 내린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그렇다. 이에 대해 이름 밝히기를 꺼린 한 고위공무원은 “솔직히 처음엔 소관업무에 대해 상당히 다그칠 것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경험해보니 아니더라. 잘잘못에 대해 지적할 것은 분명히 짚고 넘어가면서도 질책보다는 소신과 원칙에 입각한 일처리를 주문한다. 오히려 끊고 맺음이 분명한 처신이 부하 직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만한 조직장악, 그러나 언젠간 속내 드러날 것
이런 평가로만 본다면 정치인 정우택의 충북도청행은 말 그대로 연착륙인 셈이다. 연착륙의 의미는 본인의 원만한 조직장악은 물론, 산하 공무원들이 느끼는 정서적 심정적 ‘이상 무’를 시사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정지사가 본인의 이미지 구축을 위해선 언젠간 필히 특정 집단 혹은 특정 계층과 갈등구조를 겪을 수 밖에 없다고 진단하며 그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와 관련해 정무부지사와 충북개발원장 인사시 모종의 기미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예측이 빗나갔다. 특히 충북개발원장 결정에 대해선 부분적 반발도 있었지만 오히려 잘 했다는 평가가 대세다.

정우택지사를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최근 일련의 과정에 대해 이런 분석을 내 놨다. “지금 시중에 나도는 여론을 나도 잘 듣고 있다. 물론 긍정적 얘기 뒤엔 비판도 많다. 인수위를 가동하면서 시작은 요란했는데 성과가 없다고까지 한다. 여기엔 도청 산하 공기업에 대해 아무런 수술이 없다는 지적이 필히 따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정지사는 분명한 자기기준과 원칙을 갖고 있다 때문에 본인이 약속한 것은 반드시 지킬 것이다. 다만 그 시가가 문제인데 이제 불과 취임한지 두달도 안 됐다.

최근 정지사와 관련된 얘기중에 무슨 밤의 도지사가 있다느니, 논공행상이나 특정 학맥을 따진다느니 하는 것엔 나도 많이 신경쓰였다. 물론 정지사가 대표적인 공인인만큼 이런 말은 언제든지 만들어질 수 있고 또 확대재생산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얘기나 소문에 대해 당사자가 어떻게 접근하느냐는 것이다. 이미 정치를 해 본 사람이기 때문에 이런 것엔 어느 정도 단련되어 있다. 내가 아는 한 정지사는 결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뚜벅뚜벅 자기의 길을 갈 것으로 본다.

정무부지사나 충북개발원장 인사를 보면 정지사의 스타일을 엿볼 수 있다. 결코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분명한 자기소신을 견지할 것이다. 충북도청의 조직을 손질하는 일도 갑작스런 충격요법보다는 충분한 여건을 만든 후 시작할 것으로 본다. 정치적으로 큰 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운신은 지금까지 이미지와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세대교체 여론엔 청신호 보내
정우택지사가 당선되자마자 주변으로부터 가장 많이 받은 주문중에 하나는 지역의 세대교체에 힘을 실어달라는 것이다. 여기엔 지난 20여년간 지역 여론을 쥐락펴락한 보수·기득권층과의 결별과 차별화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주문이 필히 따랐다. 이는 어느덧 도민 여망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정지사는 일단 이 점에 있어 긍정적 청신호를 보냈다. 숱한 논란 속에서도 정무부지사와 충북개발원장을 50대 소장파, 그것도 지역연고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인물로 임명함으로써 그동안 한 껏 목을 세웠던 흘러간 세대들에게 묵시적인 일침을 가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세대교체의 물꼬를 텄다고 환영했다.

임광수씨의 회장 연임으로 충북협회 문제가 불거지자 총회 불참을 선언한 것도 주변으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지역의 한 인사는 이에 대해 “그동안 지역의 담론을 보면 참으로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은 저만치 앞서 가는데 유독 충북만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는 자괴감마저 일었다. 충북협회가 도대체 뭔데 매일 언론에서 떠들어 대고, 지역 여론이 와글거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내가 보기엔 도민의 이름으로 단죄해도 시원찮을 사람들이 오히려 공조직을 맡아 충북을 대표한다고 행세하고 있다. 이는 충북의 자존심 문제이고, 이렇게 되기까지는 도지사의 책임도 크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있은 적십자 충북지사회장 선출과 관련한 정지사의 역할론에 대한 논란도 현재 단연 시중의 얘깃거리다. 이날 선출된 김영회 차기회장이 도지사 직무 인수위 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에 당연히 논공행상 시비가 일었다. 일부 비판가들은 정우택지사 본인은 물론 충북적십자의 이미지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주장하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번 인사에 대해선 불가피한 측면이 강했다는 평가가 많다.

엄밀하게 말하면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권은 도지사가 아니라 적십자 자체가 가지고 있다. 정관상 현재 18명으로 구성된 충북적십자 상임위원위가 선출하게 되어 있다. 다만 적십자의 업무성격상 광역자치단체의 협조가 필연적이기 때문에 그동안 추대형식으로 이루어지던 지방 적십자 회장선출에서 도지사의 의중이 중용된 것이다. 그렇더라도 도 적십자가 특정 인물을 거국적으로 천거한다면 도지사 역시 이를 존중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번 충북적십자 회장 선출과 관련해선 처음부터 바람직한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했다.

조직 내부를 대표할만한 인물이 자체 천거된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도지사의 의중에 따라 회장을 하겠다는 사람들의 물밑 경쟁만 치열했던 것이다. 서로 회장을 하고 싶다며 각개약진으로 정우택도지사에 접근하는 인사들만 넘쳐나는 바람에 본의 아니게(?) 정지사의 의중이 결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지역사회에서 비교적 정치색이 덜한데다 각계의 신망을 받는 김영회씨로 최종 낙점된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적십자인은 “내가 도지사라고 해도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비판할게 아니라 오히려 적십자의 조직발전과 쇄신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다.

정치적 큰 뜻은 성공적 도지사에 달려
정치인 출신인 정우택지사의 향후 정치적 귀착점은 역시 ‘정캄이다. 그것도 중부권을 대표하는 대권주자로 거듭나는 것이다. 이는 본인이 이런 질문을 받고도 결코 부인하지 않는 것으로, 이미 굳혀진 감마저 느끼게 한다. 사실 현재를 기준할 때 충북에서 정우택지사만큼 여건을 갖춘 정치인도 없다.

국회의원과 장관을 지낸데다 아직 50대 중반이기 때문에 이번 광역자치단체장 수행이 향후 본인의 정치적 중량감을 높이는데 결정적 계기가 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정지사는 4년 후 필히 성공한 도지사로 평가받아야 한다. 이는 현재 강력한 대권주자로 부상한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사례와 유사하다.

이와 관련해선 앞으로 자신의 이미지 구축에 좀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아닌게 아니라 정지사는 문제의 이미지화에 있어 역대 도지사보다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뚝심을 강조한 주병덕 전지사나 행정의 달인으로 각인된 이원종 전지사에 비해 정지사에 대한 언론보도는 대체로 지엽, 단편적이다. 때문에 경제특별도 건설과 정지사를 확실하게 매치시킬 수 있는 계기마련과 구체적 실천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이명박이 천계천 복원 하나로 포괄적인 리더십과 창의성을 인정받는 것이 좋은 반면교사가 된다.

정우택지사는 향후 본인의 정치적 행로를 위해서 전임 이원종지사와는 달리 정당과의 관계에서도 각별히 임할 수 밖에 없다. 손학규처럼 소속 정당이나 정치문제에 대해 일정한 목소리를 낸다든가, 실제로 당내 역할까지 인정받아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정지사는 한대수 체제의 한나라당 충북도당과는 묘한 관계에 놓여 있다. 지난 지방선거 후보경선에서 한대수도당위원장과 막판까지 겨뤘을 뿐만 아니라, 도당이 정무 특보로 추천한 최영호씨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정지사와 심정적 교류를 갖던 윤경식 전의원이 도당위원장 선거에서 한지사에게 패한 것이나 도당의 요직이 한위원장 측근으로 대폭 물갈이된 것도 그렇다.

이런 지적에 대해 한나라당 충북도당측은 “정우택지사와는 지금까지도 그랬고 앞으로도 큰 트러블이 없을 것”이라며 주변의 우려를 꼬집었다. 한 관계자는 “정치문제에서 소소한 것으로 전체를 보려면 안 된다. 같은 정당소속으로 앞으로 정지사와 한위원장이 잘 협조해 갈 것이다. 두 사람 모두 그만큼 트인 분들이다. 우리도 정지사가 앞으로 충북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변신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선 당장 충남의 이완구나 강창희에게 비교우위에 서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당에서도 노력할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정지사의 단점을 말해 달라는 주문에 대해 “외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마인드를 가진 CEO형 인물인 반면 외모 화술이 뛰어나다 보니까 간혹 가볍다는 인상을 준다. 열린 마음의 카리스마가 뛰어나지만 보수적인 성향도 강하다”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