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의 늪에서 절망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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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박의 늪에서 절망을 만나다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8.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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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장 ‘승률 105%’, PC방 ‘사기도박 없다’ 솔깃, 도박의 세계로
“피로 잊기 위해 평범한 주부 게임장에서 마약했다”는 제보도
“성인PC방이 생겨난 후 손님이 줄어 하루에 20여명 밖에 손님이 오지 않는다.”
용암동에서 성인오락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의 푸념이다. 성인PC방을 운영하다 단속으로 문을 닫은 박 모씨는 “집중단속 전에는 하루에 50명이상이 출입했지만 6월부터 손님이 줄어 하루에 10여명이 다녀갈 뿐이다”고 말한다.

충북도 통계에 따르면 등록된 도내 사행성 업소는 574 곳이다. 업소 당 20명이 출입한다고 했을 때, 매일 1100명의 도민들이 사행성 오락실과 PC방에서 도박에 빠져있다는 의미다. 최대 50명을 기준으로 산출하면 3000명 가까운 도민들이 매일같이 사행성 업소를 찾고 있는 실정이다.

충북지방경찰청 관계자에 따르면 파악되지 않은 무허가 게임장 수 또한 만만치 않아 사행성 오락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투자한 업주들은 최근 집중단속으로 울상을 짓지만 사행성 오락실·PC방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재산탕진·가정파탄 부지기수’

취재결과 사행성 오락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사회전반에 퍼져 있지만 일부 직업군에서 두드러진 현상을 보였다. PC방을 운영했던 박 모씨는 “직장인들도 많이 찾지만 아무래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자영업자나 일용직노동자·실업자들이 주를 이루며 의외로 가정주부들이 도박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번화가에서 술집을 경영하고 있는 유 모씨는 “인근 PC방에 가면 지역 상인들을 대부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변에 PC 도박으로 결국 점포를 정리하는 경우도 봤다”고 말했다.

이러한 사정은 성인오락실도 다를 바 없다. 오락실 종업원 김 모씨는 “릴게임은 PC방 포커게임과 달리 사용자가 특별히 신경 쓰지 않아도 게임을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근업소 사장들의 경우 24시간 돌리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건설 일용직으로 근무하는 A씨는 PC방에 빠져 이혼까지 당한 예다. A씨는 “돈을 잃으면 잃을수록 더욱 헤어나올 수가 없다. 한번씩 일당 이상의 돈을 따기도 하지만 다음날 고스란히 잃는다”고 말했다. A씨는 빚을 얻어 도박을 했고 빚 때문에 집도 넘어갔다. A씨는 “손목이 없으면 발목으로라도 하는 것이 도박이더라. 이혼을 당한 후에도 돈만 생기면 PC방을 찾게 된다”고 깊이 중독돼 있음을 시인했다.

“평범한 주부 도박위해 마약했다”

취재과정에서 충격적인 제보를 받았다. 청주지역 모 게임장에서 마약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제보자에 따르면 충격적이게도 마약을 하는 사람들이 주부라는 것이다. 남편이 집 밖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사행성 게임장을 찾는 주부 가운데 잠이 부족해 마약의 힘을 빌린다는 충격적인 제보였다. 하지만 취재과정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는 없었다.

이 밖에도 서울 모 대학 재학 중인 이 모씨(21)는 방학을 맞아 등록금이나 보탤 요량으로 PC방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가 직접 게임에 손을 대 2000만원을 잃었다. 이씨는 “100원 게임을 하면서 잃은 돈이 누적돼 어느새 200만원이 넘었다. 조바심에 큰판을 시작했는데 그게 실수였다”며 후회하는 등 사행성 게임장과 성인 PC방으로 인해 피해를 본 사례는 흔히 접할 수 있었다.

PC방과 게임장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는 “오늘 돈을 조금 따더라도 내일 다시 잃게 된다. 게임장의 경우 손님이 이길 확률이 대개 103%~107%정도라 어떤 날은 업소가 잃는 경우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처음 온 사람이라도 돈을 딴 사람은 대부분 다음날 다시 찾게 마련이다”며, “PC방이 고액을 잃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게임장의 경우 직접 신경을 쓰지 않아도 돼 여러 대를 돌리다보면 큰 돈을 잃는 경우도 있다”고 말하며, “현재 시중에는 상대방 패를 볼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2000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베팅액이 큰 판들은 이러한 프로그램들을 이용한 사기도박이 성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성인 PC방 업주 90% 망했다’

성인 PC방이 처음 도내에서 선보인 것은 2006년 2월이다. 바다이야기와 같은 사행성 오락실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차릴 수 있다는 장점으로 성인 PC방은 급격한 속도로 증가했다. 한 PC방 업자는 “수없이 많은 서버들이 생겨나고 이들은 경쟁적으로 많은 가맹점을 확보하려 했다.

처음에는 프로그램 비용으로 수천만원의 돈을 요구했지만 나중에는 아무 조건없이 가맹점을 등록시켰고 여신거래도 허용됐다. 본사는 사용자가 곧 돈이었기 때문에 업주들에게 점점 더 좋은 조건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늘어난 PC방은 2006년 6월 기준으로 400여개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시민들이 PC방을 통해 큰 돈을 잃었다. 그럼 PC방 업자들은 큰 돈을 벌었을까? PC방 관련업자 박 모씨는 “불법이긴 하지만 초기에는 짧은 시간에 대박을 터뜨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초기에 시작한 일부 업소에서는 한두 달 새 10억원 이상을 벌어드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업소는 돈을 벌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업주들이 직접 도박에 손을 댔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박씨에 따르면 PC방 수입은 환전수수료(5%~10%)와 게임 중에 거둬들이는 딜러비 가운데 일부다. 업주들은 게임에 직접 들어가 딜러비를 키우려다 돈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PC방을 운영하다 돈을 잃은 한 업주는 “큰 판일수록 딜러비의 액수도 크다. 판돈이 100만원이면 통상적으로 9%의 딜러비를 서버에서 뗀다. 서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그 가운데 3~4%가 PC방 업주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결국 이런 유혹으로 시작한 게임은 PC방을 찾은 손님은 물론 주인까지 도박중독으로 몰아갔다.

또한 7월5일부터 시작된 집중단속으로 가게 문도 못 열고 그만두거나 서버업체에 사기를 당한 경우도 있다.
한 관계자는 “가맹점과 손님들이 잃은 돈은 고스란히 서버업체로 넘어갔다. 몇몇 유명한 서버들은 1000억원 이상의 돈을 벌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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