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량아 선발대회는 '부잣집 아이들의 돌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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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아 선발대회는 '부잣집 아이들의 돌잔치'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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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한 시절의 우리나라 신생아들은 도시의 일부 부유층 가정의 아기들을 빼고는 거의가 왜소하고 토실토실 살이 오른 경우가 많지 않았다.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남양유업이 주관하고 문화방송이 주최하던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는 분유회사의 상업적인 목적이 부합된 대회이긴 했지만 우리나라의 미래가 될 아기들의 영양 상태를 확인해 보고 건강하게 키우자는 의미가 더욱 컸던 대회였다. 그러나 엄밀히 살펴 보면 우량아 선발대회 참가자 대부분이 부유한 가정의 자녀들이었기 때문에 부잣집 아기들의 잔치라는 부정적인 측면도 분명히 있었다.

해마다 열리던 우량아 선발대회는 우선 도청 소재지 이상의 지방 대회에서 그 지역의 우량아들을 뽑고 서울에서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를 열어 최우량아 1명 준우량아 2명을 뽑아 신문에 크게 보도, 분유 광고모델로 삼았다.

   
▲ 내가 최고 충북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최우량아로 뽑힌 아기가 금메달을 목에 걸고 자랑스럽게 팔을 들어 보였다. 가난한 시절 우량아 선발대회는 부잣집 아기들의 돌잔치였다.
/ 1978년
청주 문화방송 주최로 열린 우량아 선발대회에도 많은 참가들로 인해 언제나 성황리에 치러졌다. 키가 크고 살이 통통하게 오른 귀여운 아이를 엄마들은 아기들이 싫어하는 데도 심사위원들에게 잘 보이려고 맛사지하고 화장까지 하는 부산을 떨지만 천방지축 아기들은 손에 잡히는 대로 잡으려 하고 엄마들에게 제지를 당하면 울고 불고 난리가 나 대회장은 아수라장을 방불케 할 정도로 소란했다.

대회가 진행되면 심사위원이 소개되는데 심사위원은 소아과 의사, 여성단체 대표, 무용과 교수, 미술과 교수 등이 맡았고 대회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간호사 3명과 주최측 직원들이 행사를 도왔다. 대회는 건강진단이 먼저 실시됐고 그 후에 키를 재고 몸무게를 달고 머리둘레, 가슴둘레를 잰 카드가 심사위원들에게 전달되면 우량아 선발대회 기준에 따라 채점이 이루어졌다.

   
▲ 시상대에 올라선 아이들
최우량아 준우량아 장려상등에 선발된 아기와 엄마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시상대인 책상위에서 포즈를 취했다.
/ 1978년
충북 우량아 선발대회에는 보통 20여명의 참가들이 자웅을 가렸고 그 곳에서 뽑힌 우량아들이 전국대회에 참가했다. 70년대 필자 친구 아들도 참가한 대회가 있었다. 키는 참가자 중 보통에 속했지만 몸매가 예쁘고 미소가 보기 좋아 친구 아들은 5명 예비 후보에 뽑혔다.

   
▲ 심사대에 오른 아이들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나 갖고 싶고 만지고 싶은 아기들이 우량아 심사대에 올라 물건을 집고 울고 불고 하는 바람에 심사위원들과 부모들은 한바탕 애를 먹었다.
/ 1978년
5명의 예비 후보 엄마들은 모두가 자기 아이가 제일이라며 열심히 아이들과 심사를 받았는데 경쟁이 치열했는지 여러번의 재심을 통해서야 결과가 나왔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는데 결과는 친구 아들이 최우량아로 뽑힌 것이었다. 결과가 발표난 후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보니 10년 가까이 예심을 치러 왔지만 이번 경우처럼 심사 규정에 100% 가까이 부합된 후보가 없었다며 전국 대회에서도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는 확신을 보였다.

심사위원의 예상대로 친구 아들은 전국 우량아 선발대회에서 준우량아로 뽑혀 분유광고 모델이 됐다.

   
세월이 흐르고 식생활이 서양화 되면서 우리 아이들의 체형도 서양화 되어 몸집이 제법 커져 가고 있다. 신생아들도 체형이 좋아져 보리고개 시절의 우량아 대회를 치른다면 대부분 아이들이 우량아로 선발될 정도로 우리 아이들의 체형은 정말 좋아졌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커진 몸집에 비해 건강 상태와 체력은 그다지 좋아진 것 같지는 않다.

소아 비만도 늘어나고 활동적인 놀이 보다 컴퓨터 게임에 열중인 아이들의 놀이 변화로 아이들의 건강 상태는 나빠지고 있는 실정이다. 좀 더 아이들에게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는 놀이 문화를 마련해주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사회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나라의 힘찬 미래를 책임지게 해야 할 것이다.
/ 前 언론인·프리랜서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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