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지 감수성 꼭 필요한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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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지 감수성 꼭 필요한 시대
  • 홍강희 기자
  • 승인 2020.10.29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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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시민사회단체, 충북청주경실련 사건·코로나로 변곡점 맞아
“사회변혁 추구하면서 성폭력·갑질·열정페이 있으면 되겠나” 지적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한 청주시 주최 ‘미세먼지 저감 청주시민 대토론회’. 지난해 12월 14일 청주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열렸다.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한 청주시 주최 ‘미세먼지 저감 청주시민 대토론회’. 지난해 12월 14일 청주 올림픽기념 국민생활관에서 열렸다.

 

충북청주경실련 사건 들여다보기
시민사회단체에 요구되는 것들

충북청주경실련이 조직내 성희롱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앙 경실련은 비상대책위를 구성하고 사건 전반을 조사했으나 아직 발표는 하지 않았다. 충북청주경실련이 아픔을 딛고 거듭날 것인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내부 활동가와 외부 회원들간에 감정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최근 집행위원과 회원들은 ‘경실련 팩트체크’라는 밴드모임을 만들어 ‘왜 이게 성희롱이냐’고 반발하며 글을 올리고 있다. 후에 이 밴드모임은 ‘경실련을 지키는 시민모임’으로 바뀌었다. 그러자 피해자를 포함한 지지모임은 “당장 2차 가해를 멈추고 밴드모임을 중단하라”며 항의했다.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고 논란이 계속 확산되는 모양새다.
 

중앙 경실련도 사안 중하게 봐

충북청주경실련은 충북참여연대·청주충북환경련과 함께 충북의 대표적인 NGO단체로 활동해왔다. 충북청주경실련은 주로 경제, 충북참여연대는 지방자치, 청주충북환경련은 환경을 주제로 일을 하고 있다. 이들은 지방정부와 지방권력을 감시·견제하며 도민들과 소통해왔다. 특히 충북청주경실련은 지역경제 살리기, 지속가능한 도시 만들기, 공유경제운동, 회원소통 프로그램을 운영해왔다.

중앙 경실련의 상임집행위원회는 지난 8월 27일 비상대책위를 구성하며 “낮은 성인지 감수성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와 3개월여 해결과정에서 나타난 자정능력의 취약성, 회원들간의 갈등으로 인한 비정상적인 조직운영 등을 근거해 충북청주경실련에 사고지부에 준하는 활동정지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중앙 경실련도 사안을 중하게 보고 있다.

충북청주경실련은 지금 모두가 상처를 받고 동굴속에 갇혔으나 사건의 단초는 성희롱이었다. 우리사회 곳곳에서는 각종 성폭력사건이 발생한다. 이런 사건들이 요즘 더 많이 발생하는 게 아니라 피해자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드러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여성이다. 과거에는 피해를 당해도 상사가 무서워 말을 못했거나, 스스로 창피하다고 생각해 감추었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혹자는 이를 세대차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여성들의 목소리가 커졌다는 게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지난해부터 전국을 뒤흔든 ‘미투운동’이 이를 잘 보여준다.

여성계의 모 씨는 “모든 단체가 성인지 감수성을 가져야 한다. 진보적인 시민운동단체들은 더욱 그렇다. 그러나 386세대들이 운영하는 오래된 단체들은 문화가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성희롱에 해당되는 말들을 농담이라고 하고, 성추행을 하면서 성추행이 아니라고 한다. 안희정·오거돈·박원순 사건으로 전국이 떠들썩했어도 이들 단체들은 경각심을 갖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인지 감수성의 사전적 의미는 양성평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일상생활속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내는 민감성을 말한다. 한마디로 성평등 의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모 씨는 충북청주경실련이 먼저 매를 맞았을 뿐이지 다른 단체들도 이런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모 씨는 “충북청주경실련 회원들이 아직도 ‘그 게 성희롱이냐’면서 반발하는데 피해자들이 성적 언행과 접촉을 불쾌하게 느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면서 “과거에 짓궂은 농담이라 칭했던 것들이 따져보면 성희롱인 것이 많다. 이제는 일절 이런 발언들을 하지 말아야 하고 여성활동가를 여자가 아닌 같은 활동가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기반성 있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갑질’이나 ‘열정페이’도 없어져야 한다는 여론이다. 지난해 7월부터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되고 있고 ‘갑질’을 당하면 익명으로 신고할 수 있는 신고센터가 있다. 또 정당한 대가를 주지 않고 열정만을 요구한다는 뜻의 신조어인 ‘열정페이’도 통하지 않는 시대다. 특히 그동안 시민사회단체 쪽에는 ‘열정페이’ 관행이 많았다.

충북지역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여러 시민사회단체가 탄생했다. 먼저 충북참여연대가 1989년 청주시민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했다. 이어 청주충북환경련이 1993년 환경보전충북시민연합이라는 상설 연대기구로 시작했고, 충북청주경실련이 1994년 청주경실련으로 출범했다. 청주여성의전화는 1995년 태동했다. 청주YWCA는 민주화 이전인 1965년 가장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그 외 많은 단체들이 탄생을 알렸다.

이렇게 오랜 역사를 가진 충북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올해 코로나19와 충북청주경실련에서 발생한 성희롱사건 등 내 외부 환경변화로 변곡점을 맞이했다.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생활이 비대면으로 바뀌자 시민운동은 어려운 국면에 처했다. 단체 관계자들은 “코로나로 회원들과 함께 하는 사업 및 현안대응이 큰 난관에 봉착했다. 활동 대부분이 시민참여인데 이것을 못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전체적인 경제난으로 회비 수입이 확 줄었다.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해야 하는 묵직한 과제를 안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청주경실련 사건은 내부 문화에 관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모 단체 관계자는 “활동가를 포함한 단체 간부들은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만큼 시대변화를 잘 읽어야 한다. 전체적으로 바꿔야 할 문화가 많다.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는 이 사건을 성희롱이라고 보고 충북청주경실련이 제대로 해결해서 피해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공식 발표를 한 것은 아니지만 이런 얘기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모 인사는 “청주지역 시민사회단체가 현대인들의 욕구를 재빨리 파악해 운동을 전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환경·주택·고용·인권·성차별·문화 관련 문제와 공조직 및 지방의원 활동 평가 등을 더 적극적으로 펼쳤으면 좋겠다. 단체가 SNS를 통한 개인들의 활동을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최근 청주의 여성단체와 문화예술단체는 활동이 너무 저조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또한 새겨들어야 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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