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관리하는 청소년 쉼터 ‘말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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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관리하는 청소년 쉼터 ‘말썽’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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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학생 때려 병원 입원치료…엇갈린 주장

가출 청소년을 돌보고 학교로 되돌려 보내기 위한 적응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청주의 한 여성·청소년 쉼터에서 학생이 학생을 때려 병원에 입원치료를 받는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말썽을 빚고 있다. 2일 청소년 쉼터에서 생활하던 A양(15)은 “이곳에 함께 생활하던 B양(18)으로부터 이날 밤 12시30분부터 새벽 3시까지 무려 2시간 30분동안 얼굴과 어깨, 양다리를 효자손 등으로 수차례 맞았다”고 주장했다.

   
▲ 청주의 한 쉼터에서 함께 생활하던 동료 학생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는 A양(15)이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A양은 다음날 날이 밝자 인근 교회로 피신, 교회 전도사의 도움으로 청주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A양은 “날이 밝은 3일 오전에도 같은 학생으로부터 얼굴 등을 수차례 맞아 결국 인근 교회로 도망쳐 도움을 청했다”고 말했다.

실제 병원에 입원중인 A양을 4일 찾았을 때 양 다리의 허벅지와 얼굴, 어깨 등에 피멍이 들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에 대해 가해 학생인 B양은 “상습적인 구타는 없었다. (A양이)내돈 2만원을 훔쳐간 것에 화가나 얼굴 몇대를 손으로 가볍게 때렸을 뿐이다. 우리 생활관에는 효자손 같은 것은 있지도 않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하는 애다”라고 관련 사실을 부인했다.

이 여성 청소년 쉼터에는 A양을 비롯해 모두 10여명의 가출청소년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 모두가 한결 같이 A양의 ‘손버릇’을 지적했다. “(A양이)두 달여 동안 이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모두 17만원 상당의 돈이 없어졌다. 쉼터 아이들 돈도 있지만 쉼터 사무실 운영비도 10여 만원 없어졌다. 돈을 가져간 사실도 그애가 인정하고 우리한테 얘기해서 알았다.”

병원에서 만난 A양도 자신이 사무실 운영비 10만원을 훔쳐 사용한 뒤 맞은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생활반장에게 전권을 위임해 학생이 학생을 관리하도록 청소년 쉼터가 파행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전에도 가볍게 맞은 적이 있지만 최근 부쩍 B양이 자신을 괴롭혀 왔다”고 주장했다.

   
▲ “쉼터에서 함께 생활하던 B양(18)으로부터 맞아 피멍이 들었다”며 청주의 한병원에 입원중인 A양(15)이 상처부위를 가리키고 있다.
그러나 가해학생인 B양은 “정말로 상처가 남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얼굴을 몇대 때린 것이 전부다. 2학기 개학이후 학교 인근 PC방에서 누군가에게 맞고 있으니까 도와 달라고 전화가 온 적이 있다. 아마도 그때 상처인 듯 싶다”고 말했다.

청소년 쉼터 C원장(57)은 “불미스런 일이 발생해 책임을 통감한다. 단체활동실에서 기도하는 동안 벌어진 일인 것 같다. (A양이)쉼터를 나간 날 오전 예배시간에 전해 들었다. 전에도 손버릇이 좋지 않았다. 여름 피서지에서도 상담사와 내 돈 7만원 정도가 없어진 바 있다. 유독 혼자만 물에 들어가지 않아 의심이 갔지만 상처받고 쉼터에 의탁한 학생을 또다시 확실한 증거없이 의심해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아 지켜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C원장은 “개학이후 학교에서 전화가 왔다. 학생들에게 피자를 사주고 현금 6만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사건이 있기 불과 이틀 전 일이다. 사실 얼마간의 용돈은 주지만 쉼터에서 그렇게 많은 용돈을 주진 않는다. 부모로부터 송금되는 돈도 쉼터에서 통장을 관리하기 때문에 학생이 별도로 돈을 받기란 힘들다”고 말했다.

C원장은 “A양에게 돈의 출처를 물었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며 “쉼터 인근 골목에서 지나가는 초등학생들로부터 일명 ‘삥’을 뜯어 생긴 돈이라는 얘기였다”고 덧붙였다. 반면 입원치료를 받고 있는 A양은 조금 다른 얘기를 했다. “원장이 잠자고 있는 사이 생활반장인 B양이 전권을 휘둘러 자신을 추궁하고 때렸다”는 것이다. 또한 가해학생도 단체활동실에서 A양을 때렸다고 말한 사실도 있다.

24시간 공동체 생활을 하며 청소년들을 보호해야 하는 청소년 쉼터. 그러나 해당 시설은 학생간 다툼이 있는 동안 무방비 상태에 놓였 있던 사실에 대한 책임은 피하기 힘들 것 같다. 한편 경찰은 “피해 학생이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상담을 받은 사실은 있지만 가해학생의 처벌을 요구하는 고소장이 접수되지 않아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경철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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