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의 국악 유산과 국악인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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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의 국악 유산과 국악인들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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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9.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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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동 언(국악인)
   
충북은 음악문화의 본향이라 해도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찬란한 음악 유산을 갖고 있는 지역이다. 고구려 왕산악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악성으로 손꼽히는 우륵과 박연 선생이 우리 지역과 인연이 깊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우륵은 신라 진흥왕 때 가야국으로부터 망명하여 지금의 충주 땅인 국원에 자리 잡고 오늘날 가야금의 초석을 다졌으며, 충북 영동에서 태어난 난계 박연 선생은 악서를 편찬하고 편경을 비롯한 창작악기까지 제작하여 우리 음악을 풍요롭게 한 인물이다. 특히 박연 선생이 만든 ‘문묘제례악‘은 정악의 백미로 꼽히고 있다.

판소리의 어전광대(임금 앞에서 소리하는 조선시대 최고의 국창)로 춘향전에서 ‘그네 타는(추천목) 더늠’을 만든 염계달 또한 충주 사람이고, 가야금 산조와 병창의 어전광대인 박팔괘 역시 청원군 북이면 석성리 사람이다. 초창기에는 독자적인 충청제의 가락을 만들었고 가야금병창(가야금을 뜯으면서 소리를 하는 행위)으로도 일가를 이루었다고 한다.

이렇듯 한국음악의 본향으로서 충북지역 국악의 역사성은 매우 튼튼하고 깊다. 충북지역 국악의 역사성을 새삼스레 들여다보는 것은 날로 거세지는 세계화와 서울 중심의 문화 추세에 비추어 지역의 고유한 전통음악의 정체성을 강조하고 싶어서이다.

요즘 지역 국악계에 일어난 변화 중 주목할 만한 것은 학교 음악수업의 연장으로 객석을 메웠던 학생들보다 자발적으로 찾아오는 일반 관객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는 사실이다.

淸州시립국악관현악단이 궁중음악 중심에서 3년전부터 창작공연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영동난계국악관현악단의 난계국악축제, 충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우륵문화제와 청주시립국악관현악단 여자단원들로 구성된 ‘여우’등도 새로운 시도를 보여줬다. 또 열두음. 신모듬. 소리마루, 가야금삼주단 가야美등 작품성 높은 퓨전공연들이 끊임없이 열리고 있다. 여기에 전국적인 명성을 얻은 예술가들 이기설서원대 예술학부교수(해금지휘자) 박현숙 서원대 예술학부교수(가야금 연주자), 경서도의 또 다른 더늠을 다듬고 있는 권재은 명창, 청주시립국악관현악단의 서영민씨, 25현가야금 연주단 ‘가야美’등이 충북에 정착하면서 지역 국악계의 경쟁력이 살아나고 있다.

특히 박현숙 교수의 주도로 청주에서 후진을 양성하여 창단한 서원가야금 연주단과 1집음반을 내고 25현 가야금 삼중주의 교과서라고 할 만큼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킨 가야美, 충주를 거점으로 세계로 활동 무대를 넓힌 풍물굿패 몰개가 기세 좋게 흥행의 행진 가두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변화가 자본과 인력이 집중되어 있는 서울중심의 일방적 문화 흐름에서 벗어나 지역 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우리 음악사의 원류를 이룬 선각들의 업적을 계승하는 것은 물론 다각적이고 지속적인 학문적 연구를 병행함으로써 충북 지방의 특색 있는 음악문화를 정립하고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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