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험시설지원사업 ‘예산은 있는데 대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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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험시설지원사업 ‘예산은 있는데 대상은 없다’
  • 박소영 기자
  • 승인 2006.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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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단체 “자가 건물갖고 청주에서 작업하는 작가는 없다”며 지원대상 조건 무리수 제기
2002년 에코뮤지엄건설-2004년 체험형박물관 -2006년 문화체험시설지원사업축소
상반기 두 단체에 5000만원 지원하고 남은 예산 3억 5000만원, 오는 20일까지 공모 벌여


몇해전 지역예술인들과 토론회를 연 적이 있다. 예술인들의 문화복지를 주제로 열린 토론회였지만, 결론은 “문화기반시설부터 확충해 달라”는 요구로 매듭지어졌다. 문화기반시설을 논할 때 흔히 청소년들은 공간이 없어서 현관에서 춤을 추고 있고, 예술가들은 예술의 전당 전시일정을 잡기위해 새벽부터 줄을 선다고 말한다. 이는 그만큼 예술을 펼칠 ‘땅’도 ‘시설’도 부족하다는 단적인 얘기다. 오랫동안 예술단체들은 이러한 문화기반시설 확충을 지자체에 요구해왔다. 그동안 중앙단위에서 간헐적으로 지원을 받은 선례는 있었다.

지난 2003년 청년극장이 문화관광부로부터 3000만원 지원금을 받아 문화공간 너름새의 시설을 개보수했고, 또 2004년에는 충북민예총이 복권기금 2억원을 지원받아 복합문화체험장과 예술공장 두레의 야외공연장을 마련한 바 있다. 최근에는 청주민예총이 복권기금사업으로 5500만원을 지원받아 청주문화예술체험센터 ‘아르온’을 22일 개관할 예정이다.

   
▲ 지난 19일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문화체험시설지원사업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예술단체들 회의적인 반응 보이는 이유

그런데 최근 청주시가 문화체험시설 육성사업을 위해 예산 3억 5000만원을 세우고 지원자 공모해 나서 관심을 끌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도시 전체를 살아있는 박물관으로 바꾸기 위한 사업의 일환으로, 청주의 역사문화적 성격과 어울리는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개인 또는 단체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체험시설투자비와 프로그램 운영비 항목으로 각각 최대 5000만원과 2000만원이 지원될 방침이다.

이 사업은 현재 청주시에서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 보조금 사업으로 넘겼다. 총 예산은 4억. 시비 2억에 올 하반기에 특별교부세로 국비가 내려오면서 2억이 더 늘어났다. 시는 체험투자 시설비로 2억 5000만원, 체험프로그램 운영비로 1억원을 잡고 있다.

이미 상반기 1차 지원사업을 통해 청주향교(전교 박영순)에 프로그램 운영비로 2000만원, 도림공방(대표 김만수)의 체험시설비 5000만원 지원이 이뤄졌다. 청주항교는 이미 올 2월에 시에서 문화재보호 명목으로 4000만원 예산을 받아 옛 선비들의 공부터였던 명륜당이 개보수 됐고, 여기에 체험프로그램 운영비로 2000만원을 지원받았다. 박영순 전교는 “예전에는 방학기간에만 체험프로그램이 열렸는데 이제는 항시 열릴 수 있게 됐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선비학당’을 운영해 충효사상과 인성교육을 하고 있다. 벌써 200여명의 학생이 다녀갔다”고 말했다.

김만수 도림공방은 대표는 “장작가마를 설치했고, 제1체험장과 제2체험장을 마련했다. 복지관 시설과 연계해 도예체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그러나 학교연계부분에서는 개인으로 부딪히기에 한계가 있다. 시에서 사업을 계획할 때 지원뿐만 아니라 사후 연계 체제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2차 공모는 이달 20일까지다. 청주시청이나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 홈페이지를 통해 지원서를 다운받아 제출하면 된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의 ‘매머드급 지원’에 대해 지역의 예술단체와 예술가들은 회의적인 반응이다.

지난 19일에는 청주시문화산업진흥재단에서 이번 사업에 대한 설명회가 열렸다.
진흥재단의 실무 담당자는 “올 3월 운영위원회를 통해 지원대상의 자격요건을 정했고, 심사위원회를 통해 최종 대상자를 선정했다. 1차 공모의 경우 8개 단체가 공모했으나 지원 요건에 맞추다 보니 2군데가 선정됐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바로 지원대상의 조건이다. ▲사업장 소재지가 청주시로 기존에 체험관련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개인 및 업체, 단체 ▲개인창작활동을 위한 단순시설 확장과 상업적 목적이 우선하는 경우 제외 ▲대상 사업장은 자가 건물이어야 함 ▲체험프로그램 운영비를 국가 또는 지자체로부터 지원 받고 있는 경우 제외 등이 그것.

이외에도 체험투자시설비는 최소 3년간 자체 운영비 조달계획 및 프로그램 운영계획이 있어야 하고, 총 사업비 가운데 자부담 비율은 최소 20%이상이라는 단서도 붙는다.

이날 사업설명회에 참석한 청주예총 나미옥 국장은 “예총 내에서 이 사업을 두고 토론을 몇차례 했는데 결론은 지원대상 요건에 맞는 예술가가 없다는 것이다. 청주에 근거지를 두고 자가 건물을 소유한 작가는 손에 꼽기도 어렵다. 대부분 집값이 싼 청원지역에 작업장을 두고 있고, 임대건물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한 시설투자를 받았을 경우 3년 동안 운영하는 문제는 향후 예산지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무리수가 있다”고 문제 제기했다.

이날 참석한 사람들도 이러한 의견에 동의했다. 지역의 한 조각가는 “나도 지금 청원지역에서 작업장을 꾸리고 있다. 사업내용이 청주로 국한돼 있다면 결국 수혜자는 예술가가 아닌 업체들이 되는 것이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한 단체 대표는 “문화체험시설을 만들기 위해 시설투자를 하는데, 운영프로그램비는 지원받지 못하는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 사업은 한번 시설비를 지원받으면 운영프로그램비와 동시에 받을 수 없다. 따라서 시설투자 따로, 운영비 따로 지원받는 구조다. 어쨌든 이 지원대상 조건에 맞는 단체는 사립미술관 밖에는 없다는 얘기들이 나왔다.

시는 오는 20일까지 공모를 통해 지원대상을 선정하고 27일까지 현장실사를 끝낼 계획이라서 시간적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최종 선정된 곳은 10월 중에 발표 예정이다.

   
▲ 1차 지원사업으로 시설투자비를 지원받은 도림공방의 도예체험실.
   
▲ 운영프로그램비를 지원받아 선비학당이 열리고 있는 청주향교 명륜당 전경.
“운영위원회 구성부터 문제”지적

또한 현재 프로그램 운영비를 받을 경우 1년 예산을 남은 3개월 동안 써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한편 이 사업의 운영위원회와 심사위원회가 재단 운영위원들과 거의 동일한 인적구성인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시작단계부터 공청회나 세미나를 통해 지역문화예술단체와 합의하고 방안을 찾았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일례로 중앙단위 지원을 보면 이미 공공성 확보가 돼있는지를 점검하고 예산을 지원하고, 또 사후관리까지 제도화돼 있다.

지역의 한 문화예술인은 “시설지원의 결과물은 ‘체험을 통해 문화적인 행복지수가 높아졌는갗이다. 이러한 목적사업들은 사후감사제도가 중요하고, 시작단계부터 공공적 목적을 실현시킬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지 점검절차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체험사업은 결국 향유자를 위한 것인데, 사업성격은 공간을 갖고 있는 공급자 중심의 개념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청주시 관계자는 “올해는 시범사업 성격이 강하다. 올해 돌출된 문제점들을 재고해 향후 사업을 진행하겠다. 3년단위 사업인만큼 연속성을 갖고 추진할 계획이다. 최종목표는 에코뮤지엄센터 청주 건설”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시는 청주를 체험형 박물관 도시로 만들기 위해 차곡차곡 지원 대상들을 선정해 나가겠다는 계획. 올해 다 집행되지 않는 예산은 이월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문화계의 한 인사는 “지자체에서 시설지원을 한 첫 사례로는 옹기박물관이 있지만 좋지 않은 전례를 남겼다. 예산을 지원했지만 제대로 운영되지 못해 비판을 받았다. 이번 사업의 지원 조건이 더욱 강화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과연 3년동안 27억 예산 세워질까?
시, 최종목표는 ‘에코뮤지엄 센터’건립

사실 이 사업은 2002년 나기정 시장때 용역을 준 에코뮤지엄센터 건립기본계획연구가 시발점이다. 청주시의 인적 물적 자원을 박물관화하는 대형 프로젝트이자 청주역사자료관 센터 건립이 주요 골자였다. 이후 2004년 이 사업은 ‘체험형 박물관육성기본계획연구’로 범위가 축소됐다. 청주 곳곳에서 언제 어디든지 체험을 즐길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이 사업의 청사진이었다. 당시 용역을 보면 청주 160군데의 문화체험 가능 시설이 구체적으로 표기돼 있다.

예산은 2004년 시비가 세워졌으나 2005년에 국비 2억이 부결돼 예산확보에 시간이 걸렸다. 오제세 의원이 최종 매듭을 지었다는 후문도 들린다. 드디어 2005년 11월에 시비 2억이 세워지고 올 추경때 국비가 세워져 총 4억이 마련된 것이다.

진흥재단 관계자는 “전국의 모든 박물관들의 화두는 체험이다. 교과과정도 후체험에서 선체험으로 바뀌었고, 따라서 지역 학생들도 다른 지역으로 견학을 많이 간다. 처음에는 외부로 나가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서 소화해 경제적인 효과도 누리고, 또한 관광명소화하자는 목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요일별, 시간대별, 일정대별 청주를 체험도시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는 사실상 어려움에 봉착했다. 용역에서는 100여군데가 훨씬 넘었던 시설의 90% 이상이 임대건물이기 때문에 이번 지원대상에서 제외됐다. 또한 운영위원회와 심의위원회를 거치면서 조건이 더욱 까다로워져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돈은 있으나 대상이 없는 꼴이다.

한편 청주시가 3년 연속사업으로 2009년까지 예산 27억을 잡고 있지만 이 또한 유지될지 불투명하다는 여론이다. 지역의 한 예술인은 “체험 사업은 수혜자 중심의 사업인데 연속성을 갖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한해만 실시하고 다음해에 예산이 없어서 못하면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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