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기 올려, 적기 내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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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기 올려, 적기 내리고!
  • 이재표 기자
  • 승인 2006.09.1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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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초 앞 교통정리 8년…장열성 할아버지
출근길에 청주 중앙초 후문 앞 삼거리를 지나는 운전자들은 노란색 조끼에 녹색기, 적색기를 들고 교통정리를 하는 할아버지를 매일 같이 만난다. 호루라기를 불며 다소 과장된 동작으로 쉴 새 없이 깃발을 올리고내리는 할아버지의 모습에서는 사뭇 열정이 묻어나는데, 이름도 행동 그대로 장열성(79) 할아버지다.

   
장 할아버지가 교통정리에 나선 것은 1999년. 햇수로만 8년째를 맞고 있다. 잘못된 호적 덕분에 69세까지 교편을 잡다가 괴산 감물중학교에서 교감으로 정년퇴임을 한 뒤 신참 교사로 첫 부임했던 중앙초 앞에서 봉사활동 삼아 교통정리를 시작한 것이다. 도내에서 유일하게 스타우트 중앙연맹으로부터 ‘원로 스카우트’로 추대 받은 장 할아버지는 스카우트 지도교사 생활을 포함해 스카우트 활동경력이 40년에 이르는 배테랑 자원봉사자다.

따라서 “생을 마감하는 날까지 늘 사회의 소금이 되고 싶다는 바람 때문에 학교 앞 교통정리를 시작했다”는 것이 장 할아버지의 설명이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매일 아침 7시30분이면 자전거를 타고 현장에 도착해 오전 8시50분까지 할아버지의 호루라기 소리와 깃발 놀림은 한결 같이 이어진다.

할아버지의 교통정리가 남다른 것은 별난 수신호도 수신호지만 세웠던 차량을 향해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넨다는 점에서 교통경찰들의 교통정리와 확연하게 구분된다.

그 깍듯함은 청주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교사로 근무하다가 다시 고려대 사학과를 나와 중등 사회교사로 근무한 장장 48년 6개월의 교육경력과 팔순을 눈앞에 둔 연륜이 무색할 정도다.

장 할아버지는 “교통정리에 협조해준 분들께 ‘좋은날 되십시오’라고 인사를 건네다보니 이제는 먼저 인사를 건네는 사람들이 많아 오히려 답례를 하는 상황이 됐다”며 “함께 교통정리를 하는 어린이들에게도 ‘좋은 만남과 좋은 생각, 좋은 일’을 가질 수 있도록 늘 격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 할아버지는 교통정리를 마친 뒤 오전 시간을 이용해 어린이집 등에서 전통예절을 가르치고 있으며, 충북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서 자원봉사센터 소장으로 일하는 그야말로 ‘백발의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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