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충녹지에 ‘가슴앓이’ 이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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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충녹지에 ‘가슴앓이’ 이주민
  • 오옥균 기자
  • 승인 2006.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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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형질변경 가능한 땅 ‘맹지’만들어

청주광역쓰레기소각장 설치에 따라 불가피하게 이주해야 하는 한 농가가 이주할 곳의 대로변 진입로 허가를 받지 못해 가슴앓이하고 있다. 3대에 거쳐 휴암동에 살고 있다는 김명오 씨는 “태어나 지금껏 한 번도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휴암동에 쓰레기소각장을 짓는 것을 반대해 주민들이 시위를 벌일 때도 불평 한 번 안했다. 그런데 이주할 곳에 진입로를 내주지 않아 이주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하소연했다.

김씨가 이주하려고 계획한 곳은 공원부지와 맞붙은 산14-10번지 임야 600여평이다. 지적도상의 도로는 아니지만 현재 진입로를 통해 난 관습도로가 이 땅과 접해있다. 또한 대로변과도 마주하고 있다. 김씨는 “이곳에서는 더 이상 살 수 없지만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살 수 있다는 생각에 큰 고민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 김명호씨의 산 14-10번지 땅이 도로와 접하지 않아 맹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사진 위)
새마을 운동 당시 시청이 도로 포장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철석같이 믿고 있던 산14-10번지 땅에 집을 짓기 위해 건축허가를 받으려 했지만 건축허가를 낼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두면이 도로와 붙어 있어 임야라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집을 지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살았다”고 김씨는 말했다.

임야라 할지라도 도로에 접하고 있는 경우 대지로 형질변경이 가능하고 주택도 지을 수 있다. 문제는 매일같이 자동차가 다니던 동네 길은 건축허가를 받기위한 필요조건인 도로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마을도로는 새마을운동 당시 청주시에서 포장을 한 것이다. 산14-10번지 땅도 포함됐지만 수십년간 아무 권리행사도 하지 않은 채 도로로 사용했다. 그런데 이제와 도로가 아니라니 허탈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더 억울해하는 것은 앞을 지나가는 가로수길이다. “앞길 또한 우리 땅과 이어졌는데 가로수길 8차선 확장공사로 인해 산14-10번지 땅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맹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는 관계자는 “도로를 확장하면서 폭 5m의 도로 가장자리가 완충녹지로 지정됐다. 완충녹지에는 주택지역 등 예외적인 진입로를 제외하고는 도로를 낼 수 없다. 당연히 산14-10번지 땅은 인접도로가 없어 건축허가를 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씨는 “8차선 도로확장으로 청주시가 토지보상을 할 때도 임야라는 이유로 다른 땅에 비하면 헐값의 보상을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완충녹지가 가로막아 나머지 땅까지 사용할 수 없다니 억울할 뿐이다”고 말했다.

완충녹지는 대기오염, 수질오염, 소음 등 공해 발생원이 되는 곳과 주거지역·상업지역을 분리시킬 목적으로 설치하는 녹지대를 의미한다. 가로수 등이 완충녹지에 심어진다.

김씨는 억울한 마음에 청주시를 찾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건축허가를 받기위해서는 도로가 접해있어야 한다. 산14-10번지의 경우 10여미터 아래 떨어진 주택지역에 난 진입로를 통해 ‘ㄴ’자로 길을 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시청의 이 같은 설명에 또 한번 낙담할 수밖에 없었다. “옆집 땅주인에게 도로를 낼 수 있게 땅을 팔라고 얘기도 해봤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는 대답뿐이었다. 내가 땅주인이라도 멀쩡한 땅을 가르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집을 짓지 말라는 것과 별반 다를 바 없다”고 하소연했다.

   
▲ 14-10번지 지적도.아래쪽으로 진입로가 나있다.
“허가 안 되면 매입이라도 해라”
김명오 씨는 시장이 이런 민원사실을 알면 해답을 내려주지 않을까 싶어 탄원서까지 제출했다. 김 씨는 “30명이상의 서명이 있으면 시장이 직접 탄원서를 받아본다고 해서 며칠을 고생해 34명의 서명을 받아 13일 오전에 민원실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내 기대와는 달리 1시간도 채 안돼 흥덕구청으로 민원서류가 넘어갔다. 탄원서를 낸 사람은 답답한 마음에 며칠이 걸려 작성한 탄원서를 건성으로 처리할 수가 있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그는 또 “이주를 원해서 이주하는 것도 아니고 도시계획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이주하는 것인데 이주에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재산상 손실을 감수하고 견뎌온 시민에게 발생하는 모든 피해를 책임지라고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청주시에서는 산14-10번지를 맹지라고 하는데 얼마 전까지 대지로 형질변경이 가능했던 땅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면 땅을 버리란 말이냐.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면 최소한 청주시가 매입이라도 해야하는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민원서류를 넘겨받은 흥덕구청 관계자는 “민원인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장 확인한 결과, 건축허가는 불가능하다. 도시공원·녹지의 점용허가에 관한 건교부 지침에 따르면 건축법상 도로를 사용하기 위해서 점용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허가 할 수 없도록 명시돼 있다. 또한 민원인이 말하는 이례적인 허용은 있을 수도 없다”고 말했다.

한 시청 관계자는 “이런 경우 애초에 수용부지 보상이 이뤄질 때 주민들과 상의해 산14-10번지 부지를 포함해 보상을 받았어야 한다. 지금에 와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통해 계획을 수정해야 하는데 개인민원으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 수는 없다”고 말했다./ 오옥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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