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검찰, 5개월간 꽃동네 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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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검찰, 5개월간 꽃동네 내사
  • 충청리뷰
  • 승인 2003.01.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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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웅진 신부 후원금 횡령 혐의… 관련자 소환 예정
꽃동네측, “친족 명의의 땅 현도 복지대 부지로 매입”

음성꽃동네의 부동산 명의신탁을 둘러싸고 설립자인 오웅진신부(57)에 대한 횡령의혹이 제기됐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지난 21일 오신부와 관련한 의혹사안에 대해 집중취재해 1차 보도했고 문화방송, 연합뉴스에서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내사사실을 후속보도하면서 전국적인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 꽃동네는 인근 음성군 맹동면과 사회복지대학이 위치한 청원군 현도면 일대에서 집중적인 땅매입에 나서 입줄에 오르내렸다. 꽃동네측은 보도된 의혹사안에 대해 전면부인하는 한편 태극광산 개발저지에 따른 이해관계 속에 불거진 ‘의도된 흠집내기’로 보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사를 발췌 보도하고 이에대한 꽃동네측의 반론을 들어본다.
/ 편집자

1. 검찰내사 어떻게 진행됐나
청주지검 충주지청은 지난해 7월부터 내사에 착수해 그간 소문으로만 떠돌던 오신부와 주변의 비리 의혹들이 사실임을 입증할 수 있는 상당한 정황 증거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특히 지난해 8월중순 법원으로부터 계좌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꽃동네의 후원금, 국고보조금, 장애인 수용시설 계좌와 오씨 개인과 가족계좌 등 수십개 계좌의 10년치 거래내역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오신부가 꽃동네 후원금 등의 계좌로부터 가족 명의의 계좌로 10억원 이상의 돈을 입금한 사실 등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청주지검 충주지청의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 혐의 내용을 계속 조사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상황을 얘기해줄 수 없다”면서도 “지난해 7월부터 내사에 들어간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같은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아울러 꽃동네가 위치한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일대 400여 필지가 오 신부 소유의 땅으로 확인되었으며, 또 청원군 현도면 일대 수 만평의 토지는 오 신부의 가족들 소유로 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써 그 동안 오 신부를 둘러싸고 제기돼 온 ‘부동산투기’ 의혹도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어 향후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현재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청주지검 충주지청(지청장 김규헌)은 지난 1월초부터 꽃동네 관련 인사들을 소환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조만간 오씨와 꽃동네 회계담당자, 오씨 가족 등을 불러 가족들에게 건넨 돈의 용도, 부동산 매입과정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2. 꽃동네 의혹은 무엇인가
지난 76년 오웅진 신부가 충북 음성군 금왕읍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부임해 한 걸인을 만나면서 시작된 꽃동네는 국내 최대의 사회복지 시설로 자리매김했다. 현재 꽃동네에서 보호받고 있는 사람은 4000여 명. 이들의 대부분은 부랑인, 정신지체장애인, 심신장애인, 알콜중독자 등이다. 꽃동네는 연 1만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전국 85만여명의 회원들이 월 1000원 이상 내는 회비와 국고보조금, 기부금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이 매년 국가로부터 받는 국고보조금만해도 연 70억원. 후원금은 100억원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꽃동네의 복지사업에 써달라면서 전국에서 답지한 ‘십시일반 후원금’과 국고보조금의 일부가 당초 취지와는 달리 오신부 가족명의의 통장으로 흘러들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꽃동네의 윤시몬 수녀는 “97년, 98년에 학교를 하면서 (땅을 사기 위해) 개인이 이름을 빌려줬다”면서 “현행법상으로는 재단명의로 농지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고 있고, 재단이 땅을 산다고 하면 소유주가 땅값을 비싸게 부르기 때문에 개인이름으로 명의신탁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다만 이 토지들이 개인명의로 돼 있는 이유는 현재 이 땅들이 ‘농지’로서 현행법상 재단(재단법인 청주교구 천주교회 유지재단)이 소유할 수 없도록 돼 있어 개인이 이름만 빌려줬다는 주장이다. 윤 수녀는 “이 땅들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미 재산권 행사에 대한 ‘포기각서’를 재단에 제출한 상태”라며 “개인이 이 땅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도록 재단이 근저당을 설정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윤 수녀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후원금 등을 가족명의 통장으로 불법송금한 것이 해명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 신부가 가족들 명의의 계좌로 이체한 금액과 부동산을 매입하기 위해 사용한 자금의 출처가 후원금과 국고보조금 등인 경우 횡령에 해당한다”며 “오 신부가 설령 복지사업을 위해 자신의 명의만을 빌려줬다고 해도 이는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사회복지사업법’ 등 실정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또 “개인명의의 땅에 대한 포기각서를 쓰고 근저당이 설정돼 있다고 하더라도, 언제든지 공탁금만 걸면 자동적으로 근저당이 해제되기 때문에 사실상 소유권은 개인에게 있는 것”이라고 유권해석했다.

3.명의신탁 매입토지 규모는
충북 청원군과 음성군 일대의 토지대장을 확인한 바에 따르면, 오신부는 지난 88년부터 100여만평에 이르는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집중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오씨가 소유하고 있는 땅만 해도 음성군 맹동면 일대 400여 필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신부가 소유한 자신 명의의 토지 중 일부를 보면 지난 89년 10월 음성군으로부터, 94년 12월에는 곽 모씨로부터, 95년 2월에는 장 모씨로부터 각각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오신부의 가족들은 청원군 현도면 청원 I·C 부근, 상삼리, 문의면, 부용면, 남이면 일대의 대지, 논, 밭 등 부동산 수만평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지난 98년, 99년에 걸쳐 동서고속도로상의 음성 I·C(일명 꽃동네 I·C) 예정부지와 이에 연결된 21번 국도 주변의 토지가 꽃동네 소속 수녀, 수사들의 명의로 집중 매입돼 오신부의 땅투기 의혹을 크게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오신부측은 이러한 투기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윤시몬 수녀는 “부동산 투기를 위해 땅을 샀다는 것은 신을 섬기고 사는 수도자들에게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윤수녀에 따르면, 청원군 현도면 일대 토지는 현재 이 지역에 위치한 ‘현도사회복지대학(총장 이동호 박사)’을 설립하기 위해 재단에서 사들인 땅이라는 것이다.
또 음성군 맹동면 일대의 땅 역시 재단을 위해 개인명의를 빌려준 것에 불과하고, 학교 부지로 쓰인 청원군 현도면 일대 토지 외의 음성군 맹동면 일대의 농지는 약 4000여명에 이르는 꽃동네 수용자들의 규칙적인 운동과 봉사자들의 ‘먹거리’ 해결을 위해 수사와 수녀들이 직접 농사짓는 땅이라는 설명이다.

4. 부동산 투기의혹 근거는
오신부가 가족 또는 수녀들의 개인명의로 집중 매입한 100여 만평의 토지 중 ‘농지’는 전체 부동산의 일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당 부분이 ‘농지’가 아니라 건물이나 대지 등이라는 것이다. 결국 1)”재단이름으로는 농지를 살 수 없어 개인 명의로 살 수밖에 없었다”는 해명과는 달리 오씨와 오씨 가족, 수녀들의 개인명의로 사들인 부동산의 일부만이 농지라는 점, 2)따라서 “가족들에게 돈을 보낸 것은 ‘농지’를 사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잃고 있는 것이다.
오신부와 꽃동네의 ‘부동산 투기’ 의혹을 더 짙게 만드는 것은 이와 같은 문제들이 외부에서 계속 제기되자 의혹을 축소, 은폐하려고 시도한 흔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98년 10월 꽃동네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가 실시되면서 부동산 매입에 대한 자금출처가 문제시되자 오 신부는 재단 앞으로 일시적 ‘근저당권’을 설정해뒀다가 국정감사 이후 근저당권을 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문제의 땅이 다시 개인 소유의 토지로 넘어간 것이다. 이는 결국 꽃동네측에서도 개인 명의의 부동산 소유에 대한 문제점을 스스로 시인했다가, 국정감사를 피한 뒤 다시 원상복구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5.음성꽃동네측 반론
음성꽃동네는 오웅진신부와 관련한 의혹보도에 대해 법률자문을 거쳐 반박문을 준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리뷰는 꽃동네 황종연신부, 박마태오수사와 전화통화를 통해 부분적인 해명을 들었다. 꽃동네측은 우선 검찰의 수사배경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황신부는 “태극광산 개발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사업주의 아들인 모방송사 기자가 꽃동네와 관련된 비방과 흠집내기를 해왔다. 검찰이 7개월간 내사를 벌인 배경에 대해 태극광산 사태가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꽃동네측이 거명한 모방송사 기자는 지난해 9월 환경운동연합이 음성꽃동네를 회원대회 장소로 정하자 최열 사무총장을 직접 찾아가 꽃동네에 대한 문제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마태오신부는 보도경위에 대해 “모든 진실을 하느님이 알고 계실텐데, 터무니없는 질문에 일일이 대답한다는 것이 신앙인들에겐 거부감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이처럼 왜곡된 보도가 된 것인데, 명의신탁 토지매입은 꽃동네 종사자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오신부님 친족 명의의 땅도 현도복지대 부지로 매입했고 이미 재단으로 소유권이전을 마쳤을 것이다. 꽃동네와 떨어진 인곡리쪽의 땅매입도 소유주민의 간청에 따라 수사들 명의로 매입한 것이다. 가족이 중병에 걸려 급하게 땅을 팔아야 하는데 제값을 주려하지 않으니까, 꽃동네에 와서 통사정을 한 경우 등이다”고 말했다.
꽃동네를 오래 출입해온 K씨는 “오신부님의 독특한 퍼스낼리티 때문에 꽃동네가 자꾸 도마위에 오르는 것이 안타깝다. 그분이 세속적인 방법으로 토지관리를 해온 것이 설사 실정법에 어긋난다해도, 개인적 착복 혐의도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식의 보도가 나간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각 시설장이 수녀·수사님들인데 이들과 공모하지 않는한 사적으로 꽃동네 자금을 빼돌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신중한 의견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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