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 구안와사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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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의 신비한 미소 구안와사 때문?
  • 충청리뷰
  • 승인 2021.03.17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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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 마비는 스트레스·만성피로·차가운 바람 등에서 기인

 

모나리자’를 아시나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린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미술 작품 중 하나로 특히 작품 속 여인의 신비한 미소가 유명하다. 웃는 듯 마는 듯, 순진한 듯 관능적인 듯한 모나리자의 미소는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을 매료시켰다.

그동안 이 미소의 매력을 해석하면서 많은 추측과 가설들이 나왔다. 그중 하나가 바로 모나리자 ‘안면신경 마비설’이다. 모나리자의 얼굴 우측 입 꼬리가 낮은데 반해 좌측 입 꼬리는 살짝 들려 올라간 것을 보고 출산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라 몸이 약해져 우측 얼굴이 마비, 이런 미소가 만들어 졌다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에 침투
안면신경이 마비되어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을 한의학에서는 ‘구안와사’, 또는 ‘와사풍’이라고 한다. ‘구안와사’는 한자 그대로 입과 눈이 비뚤어졌다는 의미이고 ‘구안괘사’로도 읽는다. ‘구안괘사’라는 말이 ‘얼굴이 괴상’하다는 부정적인 어감이 있어서인지 조금은 부드러운(?) ‘구안와사’라 많이 부르고 알려져 있다.

또 ‘와사풍’이라는 이름은 안면이 비뚤어지는 ‘증상’과 한의에서 보는 질병의 주요 ‘원인’인 ‘바람 풍’을 결합한 말이다. 한의에서는 바람 풍이 들어간 질환은 바람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감염병이나, 바람처럼 증상이 갑자기 불어 닥치는 뇌와 신경의 질환을 의미한다. 얼굴이 비뚤어지는 안면신경이 마비되는 증상이 바이러스의 감염에 의해서 나타나기도 하고, 중풍처럼 뇌혈관이 손상되어 나타나기도 하니 아주 적절한 표현인 샘이다.

구안와사는 평생 60명 중에 한 명은 걸릴 수 있는 질환인데, 우리 주위에서 의외로 더 흔하게 볼 수 있다. 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남에겐 감출 수 없는 ‘얼굴’에 드러나는 질환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얼굴이라는 것이 상대를 인지하는 주요수단이기에 얼굴의 일그러짐은 보는 사람의 뇌리에 강하게 각인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구안와사’라고 하면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만성 피로, 차가운 바람, 음주과다 등으로 바이러스가 안면 신경에 침투해서 염증과 부종을 만드는 말초신경 질환이다. 입과 눈이 한쪽으로 비뚤어지고, 안면 근육을 움직일 수 없어 당황스럽지만 잘만 치료하면 90%의 환자가 큰 후유증 없이 잘 치료될 수 있다.

하지만 잘 감별해야 하는 다른 질환들도 있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져 뇌가 손상되는 중풍은 얼굴이 돌아가는 증상뿐 아니라 어지럽거나 한쪽 손발이 함께 마비되는 증상을 동반한다. 또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에 침투하면 한쪽 귀밑에 수포가 생기고 심한 통증을 동반한다. 당뇨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보통사람 보다 30% 정도 발병률이 높고, 치료 후에도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

구안와사도 원인치료 꼭 해야
위에서 말한 다른 질환을 잘 감별하는 것과 더불어 구안와사를 치료할 때 중요한 것은 바로 ‘원인치료’를 꼭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질환도 그냥 오는 것은 없다. 원발성으로 오는 구안와사는 환자가 정신적이거나 체력적으로 피로한 경우가 많고 체질적인 약점이 나타날 때 발생한다.

그래서 한의에서 치료할 때 초기엔 얼굴의 마비가 심하기 때문에 안면신경부위에 염증을 줄일 수 있는 침이나 벌침을 사용하지만, 장기적으로는 환자의 체질을 살펴 정신적인 스트레스인 화기를 줄이거나 비위가 전체적으로 약한 것을 보강시킨다. 그리고 몸의 노폐물인 습담을 배설해주는 한약 처방을 사용한다.

어떤 정보매체에서는 “구안와사는 예후가 좋은 병이니 그냥 두어도 쉽게 낫는다”고 말하지만, 정작 본인이라면 절대 그렇게 말할 수 없는 게 바로 이 질환이다. 환자의 일부에서는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다고 하니 내가 그러면 어쩌나 걱정이 사뭇 커진다. 치료를 받다 보면 마비가 조금 남은 경우인데도 조바심이 나고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치료에 지장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여자들은 특히나 더 불안해한다.

그때 들려주는 게 모나리자 이야기다. “모나리자의 미소도 ‘구안와사’가 왔다가 낫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거래요. 님도 너무 걱정 마시고 거울보고 예쁘게 웃는 연습을 하세요. 그리고 너무 지나치게 얼굴을 찡그리며 운동하지 마세요. 얼굴 근육 너무 움직여 봐야 주름만 생깁니다. 일부러 근육 마비되도록 보톡스를 맞고 주름 없애려고 하는 분들이 많은데 자연 보톡스 맞았다 생각하시고 좋은 인상 만드시는 정도로만 부드럽게 마사지하면 모나리자 보다 더 예쁘게 회복됩니다.”

모나리자가 정말 구안와사를 앓았는지는 필자도 모른다. 하지만 아름답고 신비한 미소를 지닌 모나리자와 같은 선상에 있다는 말에 환자들의 표정과 마음이 조금은 풀어지는 걸 느끼며 오늘도 주저 없이 모나리자 구안와사 이야기를 하고 있다. 혹시 사실과 다르다 해도 너그러이 용서를 바란다.

/ 김동완 청주 동의보감한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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