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비관 ‘나홀로 노인’ 목매 숨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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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비관 ‘나홀로 노인’ 목매 숨져
  • 경철수 기자
  • 승인 2006.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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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거노인 공적부조 현실화 지적 일기도…

홀로 사는 노인에 대한 공적부조에 좀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청주시에 따르면 9월말 현재 홀로사는 노인은 1781명(청주시 인구 63만 대비 0.28%). 이들 대부분이 기초생활 수급자로 1인당 최고 35만 7910원의 수급비로 생활하고 있다. 하지만 개인 소득에 따라 차감돼 실질적으로 이보다 못한 수급비로 80세 이상의 노인의 경우 고작 4∼5만원의 경로연금으로 생활하는 노인도 부지기수라는 것.

실제 이같은 생활고와 외로움, 지병에 시달리다 청주의 한 여관방에서 홀로 살던 70대 할아버지가 끝내 신병을 비관, 목매 자살했다. 24일 오전 9시 청주시 상당구 우암동 H여관에서 생활하던 진모 할아버지(74)가 방안 커튼을 말아 문설주에 목매 숨져 있는 것을 외사촌 여동생 정모씨(61)가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4년째 장기 투숙하고 있던 진 할아버지. 정부보조금으로 월 15만원 상당의 방비를 충당하며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생활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두달 전에는 지병인 폐질환이 도져 화장실에 쓰러져 있는 것을 여관 여주인이 귀가길에 발견, 병원으로 긴급 이송·치료해 겨우 생명을 유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간혹 먹거리를 들고 사촌 오빠를 찾았다'는 여동생 정씨는 "아들에 대한 사랑이 끔찍했다. 충주에 전세를 놓은 아파트가 있었지만 아들이 팔아서 오갈데 없는 신세가 됐다. 며칠전 집기류를 고물상에 넘기고 모든 옷가지를 태우기에 왜 그러나 했더니 죽음을 준비중이었나 보다. 며칠째 연락이 안돼 먹거리를 들고 방문했더니 목을 맨 채 숨져 있었다"며 오열했다.

이어 정씨는 "오빠가 폐품을 팔아 모은 돈으로 자식을 생각해 주택부금을 붓는 것 같았다. 뭔가를 내게 맡겨 보관하고 있는데 글을 몰라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일단 신병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유족들을 상대로 정확한 자살동기를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감식결과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신병을 비관해 자살한 것으로 보고 직계 유족인 아들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며 "아직까지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지만 주변인물을 상대로 자살동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평소 진 할아버지에게 머물 곳을 알아봐 주는 등 관심을 가져 왔다는 청주 동부교회 박일호 목사는 "사회 안전망 추진위원회를 통해 홀로사는 노인 돕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힘은 한정돼 있고 동네·지자체 차원에서 외롭고 쓸쓸한 노인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매일 문안인사 하기 운동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현재 정부보조금으로 25인 기준 1인당 130원 하는 요구르트 배달 사업을 펼치고 있다. 매일 아침 또는 저녁에 홀로사는 노인 세대를 방문해 요구르트를 전해주고 요구르트 아줌마가 건강을 체크해 동에 알려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오근장동과 강서 1·2동의 외곽지역은 배달에 난색을 보여 직능단체 회원들이 조 편성을 통해 방문을 하고 있다.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도 이 같은 사각지대는 항시 있는 것 같다. 좀더 현실적인 지원책을 찾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24일 청주시 우암동의 한 여관에서 4년여 동안 홀로 살아왔던 진모 할아버지(74)가 신병을 비관해 끝내 자살한 것을 경찰 감식반 등이 시신을 청주의 한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
-공적 부조(公的扶助) : 국가 또는 지방 자치 단체가 국민의 최저 한도의 생활을 보장하기 위하여 생활이 곤궁한 국민에게 생활비 보조나 공공 시설 이용의 편의를 제공하는 일. 국가 부조. 사회 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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