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검사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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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검사를 위한 변명
  • 충북인뉴스
  • 승인 2006.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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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용 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검사
   
대전법조비리사건, 청주지검 김모 검사사건 등이 있더니 얼마전에는 모 고법부장판사와 모 검사의 뇌물수수사건이 터졌다. 2년이 멀다하고 터지는 판검사들의 비리, 부정부패사건을 보고 있노라면 우선 같은 검사로서의 자괴감이 든다. 그리고 남아 있는 판검사들은 이들과 같은 묶음으로 시민들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질타를 받아야 했다.

고시에 합격하고 결혼을 하여 신혼을 보증금 1,700만원짜리 햇빛도 들지 않는 전셋집에서 시작하였다, 물론 지금은 보증금 9,000만원짜리 23평 전세아파트에 살고 있어 다소 형편이 나아졌지만, 사실 검사생활을 하면서 전세자금 등으로 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이 1억 5,000만원이나 되니, 결국 겉보기에는 나아졌지만 그것이 모두 빚인 셈이다.

이러한 사정은 대부분의 판검사가 마찬가지이다, 일반인들의 예상과 달리 최근에 검사들은 서울지역 근무를 기피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천정부지로 치솟는 전세보증금으로 인하여 전세자금을 마련하기가 어렵고 생활비가 지방보다 훨씬 많이 들어 오히려 지방으로 전전하고 싶어하는 검사들이 대부분이다.

가끔 판검사들의 비리나 특혜가 뉴스거리에 등장하면 몇몇 동료들이 “대다수의 판검사는 그렇지 않고 실제 생활도 일반인들이 상상하는 것 처럼 화려하지 않다“고 인터넷 등에 글을 올려 항변하기도 하는데 이들도 “내가 아는 판검사들은 다 뇌물을 받는다”, “그러면 변호사하지 왜 판검사하냐”식의 비아냥까지 듣고는 세상과의 대화에 등을 돌린다.

뇌물 받는 공무원이 있다고 모든 공무원이 그러한 것이 아니고, 특혜시비를 받는 기업인이 있다고 모든 기업인이 그러한 것이 아니고, 촌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교사가 있다고 모든 교사들이 그러한 것이 아니다. 모든 공무원, 기업인, 교사들이 그러하다면 이 사회가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겠는가.

또한 판검사들은 요즘 유행하는 말로 “노동의 유연성”이 부족하다. 판검사와 변호사의 직역이 일반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전직을 쉽게 결정할 만큼 유사한 것도 아니고, 책상 물림하는 유형의 사람들이라 전직에 대한 두려움도 일반인들보다 크다. 더욱이 남들에게 욕을 먹는 직역이라는 이유만으로 천직으로 알고 있는 직역을 버리고 전직을 한다는 것도 말이 안된다.

가끔 지인들이 구속되는 사람에 관한 뉴스를 보면서 그 사람의 직역을 거론하면서 마치 자신이 직접 경험한 양 그 직역을 싸잡아 비난한다면, 나는 “내가 만난 그쪽 사람들은 그렇지 않더라, 내가 만약 당신의 직역에 있는 사람들을 싸잡아 비난하면 당신은 수긍할 수 있는갚라고 묻는다

가만히 생각하여 보면 대한민국의 정치인, 공무원, 기업인, 법조인, 교사, 기자에서부터 성직자, 시민단체, 노동단체에 이르기까지 문제가 터질때마다 시민들로부터 싸잡아 욕을 먹지 않는 직역이 있단 말인가. 우리들 스스로 자신들의 직역을 제외하고는 다른 직역의 사람들은 썩었다, 뇌물을 받는다, 하는 일 없이 세금만 축낸다는 식으로 예단하고 평가하는 일이 비일비재하지 아니한가.

나 자신이, 나의 직역이 존중을 받으려면 우선 남을, 남의 직역을 존중하여야 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보다 깨끗하고 공정하게 일처리를 하려고 노력하고, 일부 극소수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세상을 보는 여유를 가지면 어떠할까 생각하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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