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검사 사건처리 부당’ 손배소송 ‘제자리 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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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검사 사건처리 부당’ 손배소송 ‘제자리 걸음’
  • 권혁상 기자
  • 승인 2006.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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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 전 검사, 박모 여인 2천만원 뇌물수수 판결
임웅기씨, 국가-박씨 상대 5천만원 손배소 2년째 ‘공전’
해방이후 충북의 최대(?) 사건으로 비유됐던 ‘양길승 사건’이 발생 3년을 맞았다. ‘몰카 사건’의 주범이었던 김도훈 전 검사가 지난 4월 가석방으로 출소하면서 사건 관련자들은 모두 사법심판에서 풀려난 상태다. 검찰 수사 이후에도 국회 국정감사와 특별검사까지 동원된 ‘양길승 사건’은 온갖 의혹만 난무한채 몇 사람의 개인비리로 막을 내렸다.

   
▲ 임웅기씨와 박덕민씨의 치열한 법정투쟁은 98년부터 시작돼 8년간 지속됐다. 이 와중에 김도훈 전 검사가 박씨로부터 2000만원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고소인 임씨가 손배소를 제기하는 사태로 확산됐다.(사진 왼쪽부터 박덕민, 임웅기, 김도훈 씨)
하지만 정치자금설, 수사외압설이라는 몸통에 가려 깃털처럼 감춰진 사건이 있다. 김 전 검사가 당시 40대 여성 박덕민씨(50)로부터 받은 2000만원의 사건청탁 사례비가 3년이 지난 현재까지 ‘불씨’로 남아있다. 당시 고소인인 임웅기씨(59)가 사례비를 받고 자신의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데 대해 국가와 박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던 것. 지난 2004년 12월 청주지법에 손배소를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2년이 되도록 결심을 하지 못하고 있다.

몰카 사건과 검찰 외압 의혹의 핵심인물인 김도훈 전 검사(39)는 구속-보석 석방-실형선고 법정구속-가석방을 거쳐 자연인으로 사회복귀했다. 2003년 8월 김 전 검사를 구속했던 법원은 언론을 통해 수사외압과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지자 기소전 보석결정을 내렸다. 김 전 검사가 자유로운 상태에서 법정 진실공방을 펼치도록 허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몰카 촬영 지시, 사건 관계인으로부터 2000만원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 진행중에도 김 전 검사는 2004년 4·15 총선출마를 위해 한나라당에 공천신청을 하는등 엉뚱한(?) 행보를 보였다. 결국 총선출마도 무산된 채 대전교도소로 이감돼 항소심 재판을 받던 김 전 검사는 결심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다.

김 전 검사, 항소심 재판서 혐의 시인
2000만원 사건사례비 수수혐의도 시인했고 심지어 수사외압설에 대해서는 “젊은 혈기와 수사의욕이 앞서 그동안 몸 담았던 검찰에 누를 끼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면서 “선처해 준다면 한국을 떠나겠다”고 몸을 낮췄다. 고법 재판부는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2629만원 선고했고 김 전 검사는 여주교도소로 이송돼 수형생활을 하던 중 지난 4월 형기를 3개월 남긴 상태에서 가석방됐다.

출소후 서울 자택에 머물고 있는 김 전 검사는 기독교 신앙에 심취해 술도 끊은채 마음의 평정심을 되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 변호사법에 따르면 김 전 검사는 형 선고 5년뒤에 변호사 개업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혹독한 ‘유명세’를 치른 그가 다시 법조계로 컴백하는 것은 여의치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전 검사에게 2000만원 건넨 사람은 청주의 ‘여성 로비스트’로 알려진 박덕민씨. 지난 2000년 전 도의원 H씨로부터 “토지매매 취소로 손해를 봤다”며 7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로 구속되기도 했다. 당시 청주 출신의 ‘전국구 주먹’인 신모씨를 ‘해결사’로 내세우는 바람에 검찰의 사정권에 있던 신씨는 꼼짝없이 사법처리당하게 됐다.

박씨가 김 전 검사에게 청탁한 사건은 90년대초 청주의 재력가로 알려졌던 임웅기씨(59·전 대웅철강 대표)의 위증고소 사건이다. 임씨는 지난 98년 박씨에게 “사정수사 무마비 명목으로 3억5000만원을 건네주고 받지못했다”며 사기혐의로 고소를 제기했으나 검찰은 2000년 12월 임씨를 무고혐의로 구속했고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출소한 임씨는 사건 관련자들의 번복된 진술서를 바탕으로 박씨를 다시 위증혐의로 고소했다. 조사를 담당한 경찰측은 ‘기소의견’을 냈으나 검찰은 ‘혐의없음’으로 종결처리했다.

헌법소원 인용사건, 4개월만에 무혐의 처리
이후 임씨는 항고, 재항고를 냈으나 모두 기각당했고 결국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 지난 2003년 2월 ‘검찰의 불기소처분은 부당하다’는 결정을 받아냈다. 사건은 다시 청주지검으로 내려와 김도훈 검사가 재기수사를 벌였으나 4개월만에 기각결정을 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헌법소원 인용으로 다시 조사에 착수한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김 전 검사는 고소인 임씨를 한차례도 조사하지 않았다.

더구나 양길승 사건 조사과정에서 김 전 검사와 박씨의 유착관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사건 피의자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특유의 인맥과 정보력을 과시해 김 전 검사와 ‘누님’ ‘동생’사이로 지냈다는 것. 양길승 청와대 부속실장이 청주 K나이트클럽에서 접대를 받는 상황을 핸드폰을 통해 김 전 검사에게 수차례 보고한 장본인도 바로 박씨였다. 검찰이 몰카 수사 용의선상에 김 전 검사를 올린 배경도 박씨와의 휴대폰 통화내역 때문이었다.

결국 검찰의 몰카 수사팀이 박씨를 소환해 휴대폰 통화경위에 대해 집중추궁하자 김 전 검사의 관련사실을 털어놓았던 것. 또한 김 전 검사에게 혐의사실을 시인하도록 종용하다가 거부하자 박씨는 자신이 건네준 2000만원의 금품제공 사실까지 진술하게 됐다. 하지만 박씨는 사건 청탁의 대가성이 아닌 호의적 관계의 ‘격려금’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 헌법재판소 ‘시간끌기’에 지쳤다>

검찰조사 과정에서 박씨와 김 전 검사간의 2000만원 수수설이 드러나자 고소인 임웅기씨는 청주지검을 찾아와 몇일동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김 전 검사가 헌법소원 인용사건을 피고소인 돈을 받고 ‘혐의없음’ 종결처리했다는 내용이었다. 해당 사건에 대해 임씨는 항고, 재항고했으나 역시 기각돼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에 다시 헌법소원을 제기한 상태다.

아울러 임씨는 김 전 검사의 뇌물수수 혐의가 재판에서 확정되자 같은해 12월 정신적 위자료 명목으로 국가(법무부장관)와 피고소인 박씨를 상대로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임씨는 청주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인 김도훈 검사가 불법행위(뇌물수수)를 통해 원고의 사건을 부당하게 처리해 엄청난 정신적 물질적 피해를 입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청주지법은 두차례 심리를 진행한 뒤 헌법재판소에 다시 제기한 헌법소원의 결과를 기다려보자며 속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임씨는 “현직 검사가 공갈혐의로 검찰에 구속된 전력이 있고, 자신이 맡은 사건의 피고소인인 박씨를 정보원처럼 활용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 더구나 2000만원이라는 큰돈을 받은 것은 사건무마에 대한 사례비라고 볼 수밖에 없다. 헌법소원에서 되돌아온 사건을 나를 한번도 부르지도 않고 무혐의 종결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이런 명백한 사실을 두고 재판을 진행하지 않는 법원이나 2년째 판단을 미루고 있는 헌법재판소가 정말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국가기관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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