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천수의 메아리] 김동연에 거는 기대 ‘정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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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의 메아리] 김동연에 거는 기대 ‘정치 반란’
  • 김천수 기자
  • 승인 2021.05.12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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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수 취재국장
김천수 취재국장

2주 전께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고향인 충북 음성을 방문했다. 그의 1박 2일의 주요 일정은 ‘나와 세상의 벽을 넘는 유쾌한 반란’이란 제목의 2회 강연이었다.

강연은 차분했다. 고향민들 앞이라 설레임도 드러났지만 겸손과 진정성이 고스란히 묻어났고 50명의 청중들은 조용히 감동했다. 얼굴과 몸짓의 표정 변화가 많은 강연은 아니지만 때로는 탄식과 함께 눈물을 훔치는 사람도 있었다.

그를 크게 주목할 것은 내공(內功)이다. 그의 내공은 강연과 저서, 페이스북 글을 통해 일관되게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의 공방 등은 유튜브에서 쉽게 확인된다. 심재철 의원과 한 치도 물러섬 없는 공박도 눈길을 끈다. 다수의 방송 인터뷰 장면을 봐도 원고 없이 몇십 분간 경제 현안과 정치적 질문을 차분히 논리적으로 응대하고 있다.

이런 점들은 ‘들자리와 날자리를 알아야 한다’는 현명함과 진중함이 몸에 밴 판단 능력에서 나오는 것 같다. 밖으로 표출되는 이런 모습은 내공이 갖춰졌을 때 가능하다.

2018년 12월 그는 1년 6개월 동안 역임하던 문재인 정부 초대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임사 서두에서 “물러날 때를 아는 공직자가 되었으면 하는 소망을 이룬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끝으로 “제 인생의 또 다른 ‘유쾌한 반란’을 향해 간다”고 했다.

‘1957년생 김동연’의 삶의 궤적은 여섯 식구의 판잣집 소년가장의 무게를 지고 가족을 책임진, 나라의 경제를 총괄한 책무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연결선이었다. 파고를 넘어 목표를 향해 난파선을 이끄는 선장의 몫을 다한 그였다. 이제는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역할을 찾는 모습이 읽힌다.

사단법인 ‘유쾌한 반란’을 발족해 주로 청년층의 행로를 함께 고민하고 있다. 강연 요청으로 자연스럽게 전국 각지를 방문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혜안을 교감하고 있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에도 절제된 모습으로 유쾌한 반란을 설파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도 그를 현실정치로 불러내려는 정치권의 손짓이 계속되는 모양이다. 김 전 부총리는 지난 1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다소 긴 글을 올렸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한 출마 요청에 대한 공개적인 심경이다. 요지는 마음의 중심에는 늘 ‘사회변화에 대한 기여’가 자리했다는 것. 공직을 그만둔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유는 국가와 사회로부터 받은 혜택이 크기 때문이란다. 정치 입문을 권유받을 때마다 시대적 소명의식, 책임감, 문제해결 대안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 정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출마를 사양했다.

이후에 청와대에서 국무총리직을 제안해 왔다는 점도 밝혔다. 역시 사양했다고 한다. 역시 성찰과 대안을 찾는 모습이다. 그는 이 정부의 초대 기재부 장관을 지냈다는 점에서 반성의 뜻이 담긴 책을 집필 중이라고 한다.

이 저서 출간은 ‘유쾌한 반란’을 넘어 ‘중대한 정치반란’의 길로 들어설 절호의 시점일 수 있다. 인간 김동연은 최근 60년 한국사 그 자체다. 정치교체의 밀알이 되길 바란다. 받은 혜택을 갚으라는 마지막 소명(召命)이 내려진 것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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