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하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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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하고 싶은가
  • 한덕현
  • 승인 2021.05.12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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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다. 후보군에 오른 인물들의 행보가 빨라졌고 그동안 언론에 잘 노출되지 않았던 사람들까지 내심 마음의 준비를 한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이 때쯤은 자고나면 대선후보가 하나씩 늘어난다고 할 정도로 용꿈을 꾸는 사람들의 조바심이 극에 달할 시기다. 차기 대선일(2020. 3.9)이 채 10개월도 안 남았으니 지금의 분위기는 오히려 늦은 감이 있다.

당연히 여야는 서로 사활을 걸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고 국민들 또한 대통령 선거만큼은 그 어떤 선거보다도 민감하게 받아들이려 한다. 이미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을 놓고 사석에선 인물평들이 한창이다. 안타깝게도 누구는 이래서 안 되고 또 누구는 저래서 안 된다는 부정적 얘기들이 주를 이룬다. 이 또한 정치 불신의 산물인지는 몰라도 어쨌든 차기 대통령의 조건을 따지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는 건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다음 대통령은 어떤 인물이어야 할까. 이와 관련해선 출마를 선언한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내년 대선후보 2강 체제를 이루고 있는 이재명과 윤석열을 향해 “더 이상 간만 보지말고 빨리 나와 당당하게 논쟁하자”고 선전포고 한 것이 우선 눈에 띈다. 선거일이 1년도 안 남은 시점이라면 당연히 이래야 하지만 코로나19 등 여러 이유로 지금까지는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못했고 후보군들도 나서는데 꺼렸던 건 사실이다.

지난 10일 자신의 국민의힘 복당을 희망하는 기자회견을 한 홍준표는 이재명과 윤석열을 더 강도높게 저격했다. 그는 이재명을 향해 “자기가 저지른 그런 양아치짓은 더 이상 하지 말아야 한다”며 “(욕설) 녹음기 틀어버리면 찍어줄 사람 있겠나. 그런 것부터 정리하고 대국민 사죄를 하고 출발하는 게 맞지 전혀 언급도 안 한다”고 지적했다. 이재명의 아킬레스건인 가족문제를 건드린 것이다.

윤석열에 대해선 “대통령의 직무 중 검찰 수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0.1%도 되지 않는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대북안보 국방 전부 총체적으로 대통령의 직무”라면서 “검찰 수사나 평생 하신 분이 지금 각 분야의 날치기 공부를 하고 계시는데 조금 더 공부를 하시고 국민들 앞에 나왔으면 한다”고 말했다.

물론 대통령이라고 해서 인간에게 허용되는 모든 능력을 다 갖출 수는 없다. 어찌보면 리더의 자질은 자신의 능력도 중요하지만 다른 사람을 잘 활용하고 이용하는 역량에서 더 발휘될 수도 있다. 다음 번 대통령한테 우리나라에 당장 시급한 코로나 극복과 외교, 안보, 경제 등 국가경영의 전반에 완벽한 식견과 비전의 겸비를 강요할 수는 없는 것이다.

청와대 전경
청와대 전경

 

다만, 이 것들을 위한 기본적인 인식과 가치관은 가지고 있어야 성공하는 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 기본이라는 것은 후보의 원초적인 인간성이 될 수도 있고 또 평소 삶의 철학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런 깨우침이 오랫동안 대한민국 국민들이 역대 대통령들의 불행한 역사를 통해 배운 학습효과인 것이다. 박용진이 이재명, 윤석열에게 도발한(?) 저의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뒤에서 움직이지 말고 당당하게 앞에 나와 국민들로부터 공개적으로 검증받자는 뜻이다.

나라를 책임질 인물을 단순히 여론 지지도나 정치권의 전략에만 의존해 선택할 수는 없다. 이거야 말로 선거의 가장 위험한 포퓰리즘이 된다. 후보의 진짜 DNA를 모르고서는 적격한 대통령을 뽑기란 애초부터 불가능하다. 그러니 앞으로 남은 10개월 내 내 후보들이 대중앞에 나와 토론하고 논쟁한다 해도 시간이 부족할 판이다.

결국 다음번 대통령이 될 사람에 대해 뜻있는 국민들의 바람은 이젠 더 이상 이미지로만 선택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난 역대 대통령의 몇 몇은 본인의 실체보다는 그저 표피적인 여론이나 국민들의 자의적 호감에 의해 선택된 측면이 크다. 그러다보니 막상 국가경영에 있어선 여러 난맥상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고 이 때문에 온갖 기대감을 양산하며 화려하게 권좌에 올랐다가도 말년엔 초라하게 추락하고 마는 대한민국의 고질병, 비극적인 ‘대통령 문화’를 반복케 했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후보의 실제 자질이나 능력보다는 이미지로 형성된 이른바 ‘신비주의’에 현혹되다보니 제대로된 대통령을 뽑지 못한 것이다.

지난해 국민의힘 김종인이 요리연구가 백종원을 대통령 후보로 호출해 한동안 화제가 됐다. 그의 뜬금없는 말에 처음엔 정치를 희화화 한다는 비판을 받았지만 예상외의 파장을 불러왔다. 눈만 떴다 하면 저주와 막말로 반목하는 기성 정치인들에게 식상한 많은 사람들이 “그래! 백종원이 백번 낫다”를 외친 것이다. 마치 미다스의 손처럼 전국의 골목식당을 정상화시키는 그의 저력에 대중들이 정치도 이렇게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여파일 것이다.

물론 백종원은 NO!라고 일축해 당시 집권여당 후보군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잘 보이지 않는 야당의 잠재적 대권주자들에게 ‘메기효과’를 안기기 위한 발언쯤으로 추측됐지만 여기서도 한 가지 시사점은 컸다. 차기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이 과연 어떤 사람을 원하고 있느냐이다. 당장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이제 국민들은 정치를 위한 정치, 권력투쟁만의 정치가 아닌 나에게 실제로 도움이 되는 공정과 상식의 정치를 바란다는 점이다. 그 일단의 기운이 지난 4.7재보궐선거에서 드러났다고 나는 확신한다.

명분이 아무리 좋아도 현실에서의 괴리감이 크면 민심은 언제든지 등을 돌린다. 그런데도 현재 거론되는 대선 후보들은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라는 대립의 이분법적 레토릭에 여전히 매몰되어 있다. 시대정신을 못 읽고 있는 것이다. 진보가 내세운 혁신과 적폐청산이 국민 피로증을 안기는 만큼 보수의 전유물이던 반대를 위한 반대도 이젠 설득력이 잃고 있다. 그 미묘한 변화가 근자의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난다고 본다. 각종 현안에 있어 논리나 이론보다는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발언과 행동들에게 여론의 호감이 커지고 있으니 말이다.

아무리 대통령을 뽑는 중차대한 일이라 하더라도 국민들은 한 인간이 제대로 성장하기까지는 결국 그 원칙과 기본은 똑같다는 것에 공감한다. SNS상의 후보와 관련된 콘텐츠에 달린 댓글들을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가정, 정상적인 교육, 정상적인 사회생활, 정상적인 교우관계, 정상적인 직업관, 이런 것을 제대로 갖춰야 특정후보에 대해 예측가능한 리더십과 통치력을 가늠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첫 번째 기준으로 이젠 정치투쟁만 일삼았거나, 무슨 한(恨)을 품고 대통령을 하겠다는 사람들에겐 절대로 나라를 맡겨선 안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현재로선 누가 눈에 띄는 후보일까. 안타깝게도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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