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의 위험성이 찾아온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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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위험성이 찾아온다면
  • 권영석 기자
  • 승인 2021.05.26 09: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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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인이 뇌혈관시술을 받다가 의식불명이 됐다. 가족들은 혈관을 재개통하기 위한 중재적 시술이라고 알고 가볍게 생각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99% 확률로 안전하고 간단한 시술로 2~3일이면 정상생활이 가능하다는 말에 미리 안심한 것을 뒤늦게 후회했다.

일이 발생하고 나니 병원 측도 묵묵부답이다. 가족들은 의료사고 아니냐는 추측만 할 뿐 누워있는 환자에 마음이 쓰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답답한 마음에 환자를 더 큰 병원으로 옮기고 싶어도 뜻처럼 쉽지 않다. 이미 수술을 진행했기에 상급병원에서도 받아주질 않기 때문이다. 수술실 CCTV 영상을 보여 달라고 문의해도 영상이 없다는 대답을 들을 뿐이다.

지인과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있다. 지난해만 56574건의 의료분쟁이 중재원에 신고됐다. 뇌혈관 관련 분야는 지난 5년간 185건이다. 이중 의료과실로 조정한 사례는 50%에 못 미친다. 하지만 이마저도 높은 비율이다. 조정을 거치지 못하고 사안이 법원으로 가면 승소확률이 1%라는 게 법조계의 설명이다. 의사의 전문적 소견이 법적 다툼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억울함을 토로하는 사람들의 청원글이 많다. 최근까지 빈번했던 사안은 수술실 CCTV설치 문제였다. 그중 한 사연은 뇌출혈 시술 후 깨어나지 못하고 10일 후 가족이 세상을 떠났다며, 자신과 같은 사고를 겪지 않도록 수술실과 시술실 내부의 CCTV설치를 의무화하자는 것이었다. 이를 통해 가족들이 모습을 지켜볼 수 있게 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는 못했다.

그런 가운데 최근 CCTV 설치가 필요함을 역설하는 사고들이 터져 나왔다. 최근 인천의 한 병원에서 환자의 척추수술의 일부를 비의료인이 대리수술하는 현장CCTV화면을 통해 폭로됐다. 앞서 국제간호사의 날에도 의료현장에서는 불법의료 간호사가 비일비재하다는 양심선언이 나왔다. 그러자 여기저기서 의료현장의 실태를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터져 나온다.

이에 국회는 환자보호3법의 제정을 추진 중이다. 의료인 면허 관리강화법, 수술실 CCTV설치법, 의료인 행정처분 이력공개법이 내용이다. 지난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했지만 일부내용을 두고 이견이 있어 법사위 등 다음 단계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법들이 통과한다고 문제가 크게 개선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여전히 의료와 관련해 사각지대가 많다. 이를 해결하고자 2015년 환자안전법이 제정됐지만 많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후속조치로 환자안전사고가 발생하면 보고를 의무화하는 개정안이 통과했지만, 덴마크, 미국 등의 해외 국가에 비하면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일례로 2003년 세계최초로 환자안전법을 제정한 덴마크는 보건의료를 받는 중 발생한 손상에 대해 환자와 가족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우리나라도 강화된 환자안전정책들이 시급하다. 지인처럼 1%의 확률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이에 대한 책임소재마저 환자에게 있다는 식이 된다면 누가 병원을 믿을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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