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한화 야구에 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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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한화 야구에 답이 있다
  • 한덕현
  • 승인 2021.06.0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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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현 발행인
한덕현 발행인

 

지난달 29일 한화 김태균의 은퇴식은 여러모로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동안 유명 스포츠 선수들의 은퇴식은 더러 있었지만 이번처럼 폭죽과 드론쇼 등이 화려하게 펼쳐지는 이벤트가 방송 생중계로 거창하게 열린 적은 일찍이 없었던 것같다.

물론 선수 개인으로선 더없는 영광이겠지만 이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도 모처럼 뿌듯함을 느낄 수가 있었다. 직업의 귀천을 떠나 어느 한 사람이 자기 역할을 다한 후 이처럼 만인의 축복을 받으며 일선에서 물러난다는 것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구단의 배려에 그동안 한화라는 기업에 가졌던 일말의 불편한 감정들조차 일거에 해소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한화 야구단은 지금 무슨 축제를 벌일 처지가 아니다. 올해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큰 기대감을 갖게 했지만 현재 성적은 꼴찌에서 간신히 두 번째다. 올 시즌을 맞아 장종훈과 송진우로 상징되는 스타출신 코치진을 물갈이하고 이용규, 송광민 등 베테랑 선수를 방출하는 것으로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감행해 시범경기에선 파죽지세로 달라진 모습을 보이는 듯했으나 결과는 혹시나가 역시나가 됐다.

한화의 열렬한 지지자 ‘찐팬’인 한 지인은 요즘 한화 경기의 중계방송을 굳이 피하려고 애쓴다. 승리보다는 으레 패배하는 모습에 지쳤고 특히 초장엔 잘 나가다가도 후반부에 뒤집히는 경기를 자주 접하다보니 ‘정신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게 그가 내세우는 이유다. 아닌게 아니라 창단 이후 1999년까지는 충남북을 공동 연고지로 했다가 2000년 부터는 대전광역시를 단독 연고지로 하는 한화이글스이지만 같은 충청권이라는 근거로 늘 한화를 응원하는데도 실망할 때가 더 많다. 한화가 이기면 까닭도 없이(?) 즐겁다가도 한화가 지면 일상에서조차 힘이 빠진다.

한화만큼 투자에 비해 성과가 미흡한 야구단도 없다. 매년 큰 돈을 들여 유명선수를 영입하는가 하면 시설 투자에 있어서도 홈 경기장인 대전 이글스파크를 확장하고 서산에는 2군과 육성팀의 전용 구장을 짓는 등 타 지역과 비교해 앞서면 앞섰지 결코 뒤처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성적에선 별다른 효과가 나타나지 않으니 한화만큼 가성비가 떨어지는 구단도 없을 것이다. 지난해에는 18연패라는 역대 최다의 불명예 기록을 세우며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주말에도 한화는 3연패라는 수모로 보는이들의 정신건강을 해롭게 했다.

한화는 코치진과 선수교체 외에도 구단 최초로 외국인 감독을 영입해 시즌 초만 하더라도 주목을 받았다. 더군다나 한화 경기를 한 번이라도 보게 되면 그 광경에 중독된다고 해서 한 때는 ‘마리한화’라는 별칭을 얻을 정도로 어느 구단보다도 지극정성의 팬들을 보유하고 있어 한화의 환골탈태는 당장 가시권으로 점쳐졌지만 현실은 여전히 녹록지가 않다.

 

한화의 시행착오는 과거 야구의 신(野神)이라는 김성근과 야구의 명장(名匠)이라는 김응룡을 감독으로 영입하고서도 성과를 못 낸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들 두 사람조차 성적 부진으로 물러나면서 한화는 구제불능이라는 냉혹한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렇다면 한화 부진의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고, 그 타개책은 과연 무엇일까? 이런 의문에 대해 그동안 숱한 진단들이 쏟아졌고 이에 부응한 조치가 올 시즌을 앞둔 대대적인 물갈이었다. 한화의 간판스타 김태균이 용퇴를 결심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지금까지 한화의 부진은 당장의 승리에만 집착한 나머지 팀의 근원적인 혁신, 이른바 리빌딩(rebuilding)에 실패한데 기인한다. 우수 선수를 끌어들이고 유명 감독을 영입하는 근시안적 처방으로 단기간 내 성과를 기대했지만 번번이 무산된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선 사람 몇 명을 바꾼다고 해서 팀의 성적이 갑자기 오르지 않는다는 것을 한화는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긴 안목으로 오랫동안 조직을 혁신하고 또 처음부터 차근차근 될성싶은 선수를 키우지 않고선 한화가 가을야구와 한국시리즈에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 것이 지금 바닥을 헤매고 있는 한화의 교훈이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지나친 비약일지 몰라도 최근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이준석 을 한화 야구에 빗대어 해석해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 이준석 현상은 이미 한국 정치사에 기록될 정도로 ‘파격’을 유감없이 전파하고 있다. 기세로만 본다면 과거 노무현 신드롬을 떠올리게 한다. 설령 그가 국민의힘 당대표에 실패한다고 해도 작금의 사태가 앞으로 국내 정치판에 미칠 영향력은 지금으로선 가늠하기가 쉽지 않다. 이제껏 보여준 것만으로도 그 폭발력은 내년 대선과 차기 지방선거에까지 당연히 미치게 된다.

그래서일까, 많은 사람들이 ‘이준석’이라는 스타 한 명이 가져올 변화에 주목하며 기대감을 한껏 높이고 있다. 우선, 그가 속한 야당에 마치 지진과도 같은 동요가 일 것이고, 덩달아 여당도 휘둘리면서 한국정치에 가히 혁명과도 같은 변혁을 가져 올 것이라며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이준석은 지금까지와는 결이 다른 엄청난 바람의 소지를 안고 있다.

그렇더라도 ‘한 방’에 많은 부분이 돌변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지나치다. 돈과 유명선수 몇 명으로는 쉽게 분위기가 바뀌지 않는 한화 야구가 반면교사다. 이준석이 여론을 업고 깜짝 뜨는 만큼 자칫하다간 ‘한 방’에 무너질 수 있는 개연성도 농후하다. 정치판에서의 인기만큼 덧없는 뜬구름도 없다. 그에 대한 검증과 견제는 앞으로 더 살벌해진다. 과도한 욕심보다는 하나 하나 차근차근 고쳐나가겠다는 신념으로 정치를 했으면 한다.

이준석이 고민해야할 것은 또 있다. 생물학적인 젊음이 꼭 혁신은 아니다. 더군다나 그는 정치에 들어와 비록 10년을 보냈지만 단 한 번도 조직 전체를 아우르는 책임정치를 해 본 경험이 없다. 초선조차 경험하지 못한 것을 꼬집는 게 아니다. 어느 분야, 어떤 직업이든 사람을 다스리고 조직을 관리하는 내공은 결국엔 관록에서 나온다. 이는 그가 경멸하는 ‘꼰대’와는 다른 차원이다.

군생활을 해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제 아무리 하버드대학을 나왔어도 이등병을 달고 들어 온 신병은 이등병 역할밖에 못한다. 냉정하게 따지면 이준석은 지금까지 직설 화법의 도발적 언행으로 주목받은 프로보커터(Provocateur)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다만 그의 출중한 언변에 정치개혁을 간절히 바라는 국민여망이 단숨에 그를 “시대정신의 아이콘”으로 떠받치고 있을 뿐이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치는 더 그렇다. 한화는 우리나라 야구의 전설로 불리는 김성근과 김응룡 카드로도 체질을 바꾸지 못했다. 그래서 먼 미래를 내다본 투자와 노력이 더 절실하다고들 한다. 지금 이준석에게 필요한 것은 갑작스런 인기에 취할게 아니라 “내가 왜 이처럼 뜨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안 그러면 현재의 인기는 그만큼의 어두운 그림자로 순간 대체될 수 있다. 이 것도 꼰대적인 발상이라면 할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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