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지루하다면 ‘동림의 서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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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지루하다면 ‘동림의 서재’로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7.07 1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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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에 문 연 청주시 문의면 인문학 살롱카페
연극배우 김동림 씨가 운영, 매주 인문프로그램 열려
‘동림의 서재’ 주인장 김동림 씨는 연극배우다.
‘동림의 서재’ 주인장 김동림 씨는 연극배우다.

 

청주시 문의면에 동림의 서재가 있다. 낡은 주택을 개조한 카페다. 카페 주인장은 김동림’(42)이다. 연극배우인 그는 문의에서 아주 특별한 인문학 카페를 운영 중이다. 1889년의 파리 지도와 고풍스런 옛 가구와 직접 모은 식기들, 배우 김동림의 멋진 사진들이 장식된 공간은 파리 뒷골목의 이름 모를 살롱에 온 것만 같다.

동림의 서재는 문학살롱이다. 이곳에서 주인장 부부는 다양한 인문학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김동림의 아내인 주현진 씨는 프랑스에서 비교문학을 전공한 권위있는 연구자다. 한국 시인들의 시를 프랑스어로 번역해 프랑스 주류 문단에 알리는 역할도 했다. 주 씨는 현재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며 2014년부터 대중과문화 융복합문화예술협동조합사무국장 일을 맡고 있다.

 

2014년 협동조합 결성

 

대중과문화 융복합문화예술협동조합은 유럽에서 학위를 받은 연구자들이 모여 결성했다. 주 씨는 소위 을 넘는 학자들이 모였어요. 인문학을 글로만 배우는 게 아니라 직접 실천하기를 원하는 사람들이죠. 시민들과 연대하는 인문학자, 사회학자들의 모임이에요라고 설명했다.

대중과문화 융복합문화예술협동조합은 비영리단체로 대전과 청주에서 다양한 주제의 인문학 강좌를 개최해왔다. 도서관과 미술관에서 길 위의 인문학강좌를 열었을 뿐만 아니라 대중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도 진행했다. 실크로드 답사, 파리에서 한 달 살기, 와인 강좌 등 협동조합 회원들과 연구자들이 함께 인문 여행을 수차례 떠났다. 이들은 10주 정도 텍스트를 공부하고 여행을 했다.

2018년 동림의 서재 마당에서 부부는 결혼식을 올렸다. 동림의 서재가 생긴 후 협동조합은 이곳으로 주소를 옮겼다. 프로그램도 동림의 서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주 씨는 기존 어른들의 모임은 밥이나 술, 노래방으로 끝나잖아요. 소비적인 행위가 아니라 생산적인 문화활동을 고민했어요. 그러려면 재미가 있어야죠. 인문학을 통해 얼마든지 재미있게 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죠라고 말했다.

 

글쓰고, 낭독하고

 

동림의 서재는 꿈을 꾸는 이들의 아지트다. 그래서일까. 카페 운영은 현실의 셈법을 많이 벗어나있다. 최고급 커피를 원가보다 더 저렴한 가격인 3000원에 팔고, 테이크아웃을 하면 1000원을 할인해준다. 콜롬비아 농장과 직거래를 한 원두를 사용한다. 카페의 모든 재료는 생분해가 되는 친환경 용품을 사용한다. 환경을 생각하는 주인장의 마음씨가 돋보인다.

 

‘동림의 서재’는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카페다.
‘동림의 서재’는 청주시 문의면에 위치한 카페다.

 

그러다보니 한마디로 이문이 남지 않는 카페다. 주인장 김 씨는 “201911일 문을 열었을 때 처음엔 손님이 많이 올까봐 떨렸어요. 무대에 매일 서는 직업이지만 가게 사장으로 손님을 맞는 기분은 다르더라고요라고 말한다. 동림의 서재는 매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운영한다. 점심 시간에는 항상 문을 열지만 닫는 시간은 일정치 않다. 저녁엔 동림의 서재에서 매주 인문학 프로그램이 열린다.

<생활문화시설_인문프로그램지원>사업으로 63일부터 1031일까지 영화 속 명장면의 감정을 낭독하다프로그램과 생태환경을 읽고 생각하는 유쾌한 글쓰기 놀이터가 진행 중이다. 각각 25회차 강의가 열린다. 김동림 씨는 영화텍스트를 읽고 인문학을 직접 몸으로 익히는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독서토론도 하고, 직접 낭독극을 연출하기도 한다. 함문수 작가는 글쓰기 프로그램의 강의자로 나서 매월 마지막 토요일 대청호 둘레길로 생태여행을 떠난다.

 

‘동림의 서재’는 고풍스런 옛 가구와 파리의 어느 살롱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동림의 서재’는 고풍스런 옛 가구와 파리의 어느 살롱을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눈길을 끈다.

 

김 씨는 뒤늦게 서울예대에 입학했다. 서울예대 졸업 후 영화 해운대오디션에서 단역으로 발탁돼 출연하기도 했다. 이후 더 큰 꿈을 위해 그는 미국으로 떠났다. 미국에서 수많은 단편 영화에 출연한 그는 2014년 경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에 돌아온 젊은 예술가였던 그는 문화기획 프로그램에서 강의자였던 아내를 2015년에 만나게 된다.

부부가 가꾸는 동림의 서재는 새로운 공부를 하고 싶은 이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곳이다. 삶이 지루하고 나른하다면 지금 당장 동림의 서재에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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