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계속해서 증명하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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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계속해서 증명하라고요?”
  • 박소영 기자
  • 승인 2021.07.08 10: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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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와 결혼한 한국인여성의 ‘결혼인정기’
타인에 대한 배려 부족한 한국사회, 곳곳에 차별
박지영(가명·27)씨는 지난해 12월 이집트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남편이 결혼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지영(가명·27)씨는 지난해 12월 이집트인과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남편이 결혼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박지영(가명·27)씨의 남편은 이집트인이다. 지난해 12월 혼인신고를 했지만 아직 우리나라 정부로부터 결혼을 인정받지 못했다. 결혼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최소 반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하다.

박 씨는 지금 임신 4주차다. 하지만 남편의 비자체류기간이 만료돼 취업이 자유롭지 못하다. 결혼 비자인 F-6비자를 신청 중에 있는 그는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혼인하는 데 비용 많이 들어

 

한국인 남자와 결혼을 하면 동사무소에서 혼인신고서 한 장을 작성하면 되는데, 외국인과 결혼을 하려고 보니 절차가 너무 까다로워요. 이주노동자 신분일 경우는 더욱 그런 것 같아요. 반대로 한국 남자가 이주여성과 결혼할 경우 (연애결혼 말고요) 이른바 결혼소개소를 통해서 했다고 하면 되는데 그게 더 이상하지 않나요. 결혼 소개소가 신뢰할만한 기관도 아닌데 말이죠.”

박 씨는 지난해 1월 남편 모하메드 씨(31)를 만났다. 미국에서 교환학생을 하고 돌아온 그는 언어교환 채팅앱을 통해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청주에 있는 영어와 한국어를 교환하는 공부모임이었다.

남편은 2년 전 한국에 와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이다. 모하메드 씨는 며칠 전 G-1 비자 기간이 종료됐다. 지난 5월 말 결혼비자를 신청한 상태다. 혼인신고를 해서 결혼인정을 받았지만 현재 남편 신분이 불안정한 상태다. 남편이 한국에 자리를 잡고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하려면 F-6 결혼비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G-1 비자의 경우 3개월마다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갱신을 받아야 한다. 이 때 인지대가 13만원정도가 든다. G-1비자는 취업활동을 위해서는 3개월마다 체류자격외 변경허가를 받아야한다.

또한 결혼비자를 신청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서류가 필요하다. 비용도 발생한다. 보통 행정사를 써서 서류를 구비한다. 비용은 대략 200~300만원 선이다. 혼인신고만 할 경우에도 행정사에게 맡기면 50만원 정도가 든다.

 

연애경위 묻는 사회

 

박 씨는 가령 국가 간 서류 공유가 안돼서 번역 공증을 따로 받아야 해요. 이러한 비용도 부담스럽지만 결혼 비자를 받으려면 끊임없이 사랑을 증명해야 해요. 언제 어디서 만났는지 이른바 연애경위서를 제출하죠. 소득 및 만남 경위 등 모든 사생활이 까발려지는 느낌을 받아요라고 말했다.

 

결혼 서류가 통과된 이후엔 출입국관리소에서 조사관이 나와 인터뷰 심사를 한다. 인터뷰 심사를 한 후엔 현장방문조사를 한다. 박 씨는 한국 여자가 이집트 남자와 결혼하는 게 왜 이리 힘들까요. 인터뷰 받을 때 왜 이슬람 문화권 남자와 결혼하느냐’, ‘저 남자의 신분을 어떻게 믿느냐등등의 질문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어요. 뱃속의 아이가 만약 20주를 넘으면 유전자 검사서까지 제출해야 해요. 이건 서류면제를 위한 선택사항이지 필수는 아니에요라고 말했다.

남편 모하메드 씨는 아직 한국어가 서투르다. 때로는 일하면서 한국말보다 을 더 많이 듣기도 한다. 남편이 그런 말을 할 때면 박 씨는 미안해진다. 모하메드 씨와 박 씨가 거리를 걸으면 일부 사람들은 낯설게 쳐다본다.

 

이방인을 향한 낯선 시선

 

전 오랜 해외생활로 이방인을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남편은 여러이유로 한국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게 좀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차별을 본인이 느꼈기 때문이죠. 향후 뉴질랜드로 이민도 고려하고 있어요. 제 아이를 위해서도 이러한 선택을 할 수 있다고 봐요.”

차별은 직접 부딪혀보지 않으면 느끼지 못한다. “출입국관리소에 가서 전입신고를 하는데 남편 이름을 직원이 잘 못 적었어요. 분명히 서류를 맞게 제출했는데 말이죠. 다시 바꾸려면 엄청 번거로워요. 힘들게 시간을 내서 다시 가야하죠. 또 혼인신고를 하려고보니 이름 적는 칸이 너무 작더라고요. 남편 풀 네임은 총 16글자인데 칸이 작아 힘들게 적었어요. 사소한 것이지만 좀 더 이주자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할 것 같아요.”

박 씨는 지금 결혼 비자 인터뷰 심사를 앞두고 있다. 만약 이번에 비자를 받지 못하면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아니면 행정사를 고용해 일을 맡겨야 한다. 박 씨는 행정사 비용을 일부러 내고 싶지는 않아서 직접 부딪치고 있어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책은 많이 있잖아요. 반대로 한국인 여성이 이주외국인과 결혼할 경우는 지원책이 마땅히 없어요. 마찬가지로 언어지원부터 동일한 지원서비스를 받아야 할 텐데요. 항상 다수를 위한 정책만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인터뷰를 통해 소수가 겪는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싶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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